퇴임한 법조인의 변호사 개업 제한 강화를 둘러싸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관예우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과 퇴임 이후 생계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채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공직 퇴임 변호사의 활동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총 10건 발의됐다.
발의된 법안들은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퇴직 이후 수임 제한을 강화해 전관예우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당 법안들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법관·검사·장기복무 군법무관 등 공직에서 퇴직한 변호사가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이 제한을 확대하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이성윤·이언주 의원안은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고, 최혁진 의원안은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검찰총장 등 최고위직 공직자에 대해 퇴직 후 3년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공식적으로 사건에 관여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함께 곽규택 의원안은 퇴임 헌법재판관의 헌법재판소 사건 수임을 5년간 제한하도록 했고, 장경태 의원안은 퇴임 대법관의 대법원 사건 수임 제한 기간을 5년으로 설정했다.
변호사 자격 등록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김용민 의원안은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검찰총장 퇴직자에 대해 3년간 대한변호사협회 등록을 제한하도록 했으며, 김동아 의원안은 사법기관 최고위직 출신자의 변호사 활동을 기간 제한 없이 금지하도록 했다.
이 같은 규제 강화에 대해 전관예우를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제기된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법조인으로 재직하며 충분한 보상과 명예를 누렸음에도 퇴임 직후 다시 영리 활동에 나서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위직을 중심으로 일정 기간 개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형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관 문제는 결국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계층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에서 비롯된다”며 “공직 퇴임 변호사의 개업을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개업 제한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소득 활동은 보장하되 본인 명의로 사건을 수임하거나 소송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실적인 생계 대책 없이 변호사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제한이 강화되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판사들이 먼저 법원을 떠날 수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판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임 이후 개업 없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일정 수준의 생계 대안을 갖춘 뒤 제한을 논의해야 사회적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사법개혁 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민주당은 재판소원제 도입,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을 추진한 데 이어 법원행정처 폐지와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담은 ‘2차 사법개혁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입법 역시 후속 사법개혁의 핵심 조치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