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20년 넘게 성매매를 알선해 온 대형 업소가 경찰에 적발됐다. 성매매 영업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건물이나 자금을 제공한 경우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건물주 책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3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1분기 성매매 업소와 학교 주변 유해시설 등 95곳을 단속해 업주 등 170명을 검거하고, 알선 대금 등 2890만원을 압수했다. 단속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
이번에 적발된 강남 소재 업소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규모의 대형 영업장으로, 반복된 단속에도 동일 건물에서 약 20년간 불법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해외 기반 전용 사이트를 개설해 외국인 관광객까지 유치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해당 업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업주 등 10명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현장에서 침대 40개와 알선 대금 1355만원을 압수했다. 재영업을 차단하기 위한 폐쇄 절차도 병행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상호 변경과 대표자 교체를 반복하며 단속을 회피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같은 편법 운영을 근절하기 위해 영업에 사용된 시설물까지 폐기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와 함께 동대문구·강북구·광진구 등 학교 인근 대형 업소 5곳도 추가로 적발돼 22명이 검거됐다. 광진구의 한 업소에서는 영업 장부를 확보해 불법 수익 약 1억원을 특정하고 과세 조치를 진행했다.
현행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다목은 성매매 알선뿐 아니라 해당 영업에 자금이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매매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이나 토지·건물을 제공한 경우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의가 이어져 왔다.
실제로 오피스텔을 임대한 뒤 해당 공간에서 성매매가 이뤄져 건물주가 수사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임대인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처벌 대상이 되지 않지만 영업 형태나 정황상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형사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2006년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 집창촌 건물주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헌법재판소는 관련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매매 구조의 고질적 폐해와 인권 침해를 차단하기 위한 공익이 개인의 재산권보다 크다고 보고, 건물 제공 행위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건물을 임대한 경우 소유주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해당 영업으로 얻은 재산도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관리 업무에 관여했더라도 범죄 인식 여부에 따라 형사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무혐의 판단이 가능하므로 수사 초기부터 법률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