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우표 500장 갈취 30대 벌금형…‘현금화’ 관행 지적 확산

  • 등록 2026.04.15 15: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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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 거부하면 위해·불이익 협박
수용자 간 거래…관리 공백 우려

 

교도소에서 동료 수용자를 위협해 우표 500장을 빼앗은 3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정시설 내부에서 우표가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형사2단독 고범진 부장판사는 공갈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4년 12월 교도소에서 함께 수감 중이던 B(28)씨를 협박해 약 180만원 상당의 우표 500장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요구를 거부할 경우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수용생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를 약식기소했으나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 및 이종 범행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 갈취를 넘어 교정시설 내부의 구조적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우표가 물품 교환이나 편의 제공의 대가로 사용되며 현금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영치금이 부족한 수용자들은 현금을 대신해 우표를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정당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월 우표 구매 횟수를 제한하거나 실제 편지 발송 여부를 점검하고 있지만, 비공식 거래는 여전히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용자는 필요한 물품을 확보하기 위해 우표를 건네고, 반대로 물품을 제공한 뒤 우표를 받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우표 액면가를 기준으로 내부 환산 기준까지 형성돼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앞서 지난 3월 <더시사법률> 보도에서도 일부 수용자들이 작업반장의 눈에 들기 위해 우표나 생활용품을 건네는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법원 판결에서도 드러난다. 2019년 부산지방법원은 구치소에서 같은 방을 쓰던 수용자들의 우표 125장(약 20만원 상당)을 훔친 20대 수감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교정시설 내에서 우표가 사실상 화폐처럼 사용되는 점을 범행 배경으로 지목했다.

 

법조계에서는 개별 사건을 넘어 교정시설 내부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표를 매개로 한 비공식 거래가 지속될 경우 갈취나 절도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수용자 간 물품 이동과 교환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구조가 방치될 경우 우표를 중심으로 한 거래가 고착화되면서 교정시설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화 기자 movie@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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