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주면 사건 종결”…억대 뇌물 받은 前 관세청 특사경 구속기소

  • 등록 2026.04.22 12: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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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재력 파악 후 금품 요구해
특사경 '지휘권 폐지'에 통제 우려

 

“2500만원을 현금으로 해서 주시면, 제가 그 돈으로 사건을 아예 그냥 종료해버리는 걸로.”

 

마약 사건 피의자들을 상대로 수사 무마와 불구속 처리를 대가로 억대 금품을 받은 전직 관세청 수사팀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특사경 지휘·감독권이 폐지될 경우 이 같은 비위를 적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혁)는 관세청 서울세관 소속 전 수사팀장 A씨(49)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사건 무마와 불구속 수사 등 수사 편의를 대가로 A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피의자 부모 B씨와 C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마약 밀수 및 관세법 위반 사건 피의자 등 5명에게서 불구속 수사와 사건 무마를 명목으로 총 1억4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동기는 가상화폐 투자 자금 마련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피의자의 직업과 가족관계, 재산 상황을 파악한 뒤 이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마약 밀수는 중대 범죄로 구속 사안이지만 구속을 피하게 해주겠다”, “대학교수인 배우자는 입건되지 않도록 하겠다”, “현금을 주면 사건을 종료해주겠다”는 식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금품 수수도 이어졌다. A씨는 2023년 9월 코카인 밀수 혐의로 긴급체포한 D씨와 그의 부친에게 불구속 수사를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해 받은 뒤 D씨를 석방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합성대마 매매 혐의 피의자 E씨의 어머니로부터 사건 무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수수했다.

 

2024년 5월부터 8월 사이에는 의류 수입업체 운영자들을 상대로 “관세포탈로 수억원대 세금과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총 7500만원을 추가로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범행 규모는 당초 관세청이 고발한 내용보다 훨씬 컸다. 관세청은 초기 뇌물 요구 정황만 포착해 사건을 넘겼지만,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면서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실제 금품 수수와 추가 범행이 확인됐다.

 

검찰은 A씨가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처리한 다른 사건과 해당 기간의 계좌 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다만 상사와 동료 직원들은 관련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해 내부 공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특사경의 사건 관리 구조상 허점도 드러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0은 특사경이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규정하고,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A씨는 내사 과정에서 별건 혐의를 부풀려 금품을 요구한 뒤 관련 내용을 내사 보고서에 반영하지 않고 사건을 자체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에 대한 별도의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규정상 내사 종결 시 검찰 보고 의무가 없다는 점이 권한 남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특사경에 대한 통제와 감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국회를 통과한 공소청 신설 법안에는 검사의 특사경 지휘·감독권이 삭제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특사경이 수사 과정에서 별건 혐의를 무분별하게 확장한 뒤 임의로 종결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는 검사의 지휘권이 없으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화 기자 movie@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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