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아침, 사무실 책상 위에 통지서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6형제0000호. 처분요지란에는 짧게 여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더시사법률 임예준 기자를 상대로 제기되었던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고소 사건이 불기소로 종결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시작은 기사 한 편이었다. 더시사법률은 교정시설 수용자와 그 가족들을 상대로 한 불법 사건 알선, 이른바 '사무장 카페' 문제를 파헤쳐 왔다. 수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터넷 카페 뒤에 숨어, 담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구조였다. 접견 한 번, 서신 한 통이 아쉬운 수용자와 가족들에게 '좋은 변호사를 연결해 주겠다'며 접근해 뒷돈이 오가는 세계. 임예준 기자는 그 실태를 끈질기게 취재해 기사로 썼고, 나는 기사가 나갈 때마다 곁에서 법률 검토를 함께했다. 그러자 돌아온 것은 해명이나 반박이 아니라 고소장이었다. 보도의 당사자인 변호사는 임 기자를 상대로 잇달아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기사의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 기자를 피의자로 만들어 취재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고소였다.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소식을 들은 날, 나는 곧
Q. 최근 해외 고수익 취업 광고를 보고 동남아로 출국했다가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강제로 동원됐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형법상 ‘강요된 행위’는 어떻게 판단되나요? 또 수사와 재판에서는 어떤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강제동원 여부를 확인하나요? A. 최근 “동남아 콜센터 관리직”, “월 500만원 이상”, “숙식 제공” 등 고수익 일자리 광고를 보고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여권을 빼앗기거나 감금·폭행을 당했다는 사례가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에서는 조직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함께, 실제로 강압적 상황에서 범죄에 동원된 사람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1. 형법 제12조 ‘강요된 행위’의 판단 기준 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언만 보면 폭행이나 감금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면책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12조에서 말하는 강요된 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신체에 대한
Q. 성인이 미성년자와 합의후 성관계를 한 경우, 상대방이 동의했다고 해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성인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사건에서는 먼저 상대방의 정확한 나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 형법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처벌하지 않고, 피해자의 연령과 성인의 나이, 관계 형성 과정,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의 유무 등을 함께 따집니다. 형법상 의제강간·의제강제추행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성립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13세 미만인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에는 강간·강제추행죄와 같이 처벌되고,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처벌됩니다. 이 규정의 핵심은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고 보는 연령대에 있는지 여부입니다. 따라서 성관계 당시 상대방이 이미 만 16세에 도달했다면, 나이만을 이유로 형법상 의제강간이 곧바로 성립하는 연령 구간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이 성인과 만 16세 미성년자 사이의 성관계가 항상 문제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19세 미만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에 해당하므로, 관계 형성 과정과 성관계에 이르
Q. 앱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와 관련된 성범죄 사건에서 일부 피고인은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일부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 별도 혐의로 기소되기도 하는데 이런 사건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거나 피해 청소년이 대가를 받은 사실이 거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고인 측에서 “상대가 성인처럼 보였다”, “실제 나이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나이를 알았는지는 어떻게 판단되고, 재판에서는 어떤 사정이 중요하게 다뤄지나요. A.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성인 간 사적 만남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법은 아동·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 보고, 성인에게 더 높은 책임과 주의의무를 요구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만 19세 미만의 사람을 아동·청소년으로 정합니다. 성인이 청소년에게 금전이나 그 밖의 대가를 제공하고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 또는 의제유사강간도 함께 검토됩니다. 특히 19세 이상의 사람이 16세 미만의 사람을 상대로 성관계나 유사성행위를 한 경우에는 폭행이나 협
Q1. 법원이 마약 소지량을 보고 '단순 투약'인지 '영리 목적'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있나요? A1.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1. 법령상 ‘용량 기준’의 존재 여부 먼저 결론부터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몇 그램 이상이면 영리 목적으로 본다’는 식의 용량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혼동하기 쉬운 규정이 하나 있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행위 중 일정 가액(소매가 기준 500만원, 5000만원 등)을 초과하는 경우 법정형을 가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매매·수수·제공 또는 매매 목적 소지·소유’ 등 유통 관련 죄가 이미 인정되었음을 전제로 그 죄의 가액에 따라 법정형을 한 번 더 올리는 양적 기준일 뿐입니다. 가액 규정은 영리 목적이 입증된 다음 단계에서 작용하는 규정이지, 영리 목적을 추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2. 법원의 영리 목적 판단 기준 ‘영리 목적’은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정도로 입증해야 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입니다. 단순히 소지량이 많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원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객관
Q1. 성 매수자를 물색하거나 구체적으로 연결을 시도하는 경우,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 건가요? 그리고 자발적으로 중단한다면 중지미수로 평가받아 감형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Q2. 선고를 앞두고 변론이 다시 열릴 수도 있나요? 공소사실 인정에 피해자 합의까지 된 상황에서 항소심 결과는 어떻게 예측 가능한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같은 죄명이라도 사실관계가 달라진다면 법적 평가가 완전히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한 의문을 갖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두 질문을 한 칼럼에 묶어 답변드리겠습니다. 먼저, 성매매알선 행위의 의미와 그 실행의 착수 시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성매매의 알선이 되기 위하여는 반드시 그 알선에 의하여 당사자가 실제로 성매매를 하거나 서로 대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들의 의사를 연결하여 더 이상 알선자의 개입이 없더라도 당사자가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만 있으면 족하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알선영업행위 등의 죄에도 그대로 응용됩니다. 즉, 피해자와의
Q1. 판결문에 ‘증거의 요지’라는 항목이 있는데, 거기에 적힌 증거들이 재판부가 실제로 채택한 증거의 전부인지, 아니면 그중 주요한 것만 추려서 기재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일부만 기재하는 것이라면, 나머지 증거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Q2. ‘증거의 요지’에 기재되지 않은 증거가 실제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었을 경우, 피고인 측에서 그 증거의 존재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또한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증거가 누락된 것으로 의심될 때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판결문을 받아 들고 가장 먼저 눈이 가는 부분 가운데 하나인 ‘증거의 요지’에 관해 두 가지 질문을 짚어드리겠습니다. 형이 확정된 분, 항소·상고를 준비하는 분, 재심을 검토하는 분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 차분히 풀어보려 합니다. 1. ‘증거의 요지’에는 채택된 증거가 전부 적혀 있는가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판결이유에 범죄될 사실, 증거의 요지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죄판결을
이 사건은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피트니스 콘텐츠 유튜버 A와, 유사한 콘셉트의 숏폼 영상을 제작하던 또 다른 크리에이터 B 사이에서 시작된 분쟁이었다. 한쪽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즉각 반박 입장을 내며 법률적 대응에 나섰다. 저작권 사건은 겉보기 인상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침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창작의 핵심 표현을 가져갔다면 일부만 바꾸었다고 해서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법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을 보호한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보호 대상은 창작적인 표현형식이지 주제나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다시 말해 ‘다이어트’, ‘마트에서 장보기’, ‘운동 루틴’, ‘몸 상태 점검’ 같은 큰 틀의 기획이나 장르적 문법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논하기 어렵다. 무엇이 구체적으로 창작된 표현인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이용되었는지가 저작권 분쟁의 핵심이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문제로 지적된 요소는 특정 멘트, 마트에서 장을 보는 장면, 신체를 강조하는 연출 등이었다. 이는 A유
Q. 검사의 부대항소가 제기되면, 피고인이 항소를 취하할 경우 부대항소도 함께 소멸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피고인 입장에서 항소 취하가 유리한 경우는 어떤 상황인가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구치소 상담 현장에서 많은 분이 “검사가 부대항소를 걸어왔는데, 제가 항소를 취하하면 같이 없어지나요?”라고 묻습니다. 이번에는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에 직면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실무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1. ‘검사의 부대항소’라는 흔한 오해 바로잡기가장 먼저 ‘부대항소’라는 용어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상대방의 항소에 ‘편승’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덧붙이는 부대항소(민사소송법 제403조) 제도가 있습니다. 이는 주된 항소가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효력을 잃는, 말 그대로 ‘종속적인’ 불복 방법입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서는 민사소송과 같은 부대항소 제도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무상 ‘검사의 부대항소’라 불리는 것은 대부분 ‘검사가 항소기간 내에 독립적으로 제기한 항소’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항소를 취하한다고 해서 검사가 제기한 독립적인 항소까지 저절로 사라
헌법재판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4의 상습적인 절도·강도 등 특정 재산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확고한 합헌 판례 동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상습절도 혐의 가중처벌을 다룰 때 이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상습절도 사건에서는 이 사건이 과연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가 정한 엄격한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가 형법상 누범가중에 대한 특칙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범죄유형을 규정한 구성요건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8947 판결). 이는 검사가 이 조항으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요건 요소들을 모두 엄격하게 증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변호인은 다음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3회 이상 징역형’이라는 전과 요건의 충족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판단하며, 법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전과는 산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형이 실효된 전과는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포함되지 않으며(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8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