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범죄자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는 ‘신상 공개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실제 공개 대상은 살인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4년 1월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시행 이후 신상이 공개된 24명을 분석한 결과, 살인범(미수 포함)이 2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무기징역이나 장기 징역형이 선고된 상태다. 24명 중 14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나머지도 징역 40년, 30년, 22년 등 중형이 내려졌다. 일부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복귀 가능성이 낮은 범죄자의 신상만 공개되면서,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라는 제도 취지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사례는 텔레그램 기반 성착취 범죄집단을 운영한 김녹완이 유일하다. 그는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기존 특정 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에 한정됐던 공개 대상을 마약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특수상해와 중상해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실제 운용에서는 마약 조직 총책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일한 마약사범 사례는 지난 27일 신상이 공개된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다.
다만 마약 판매 혐의 외에 '사탕수수밭 살인'을 저지른 박왕열은 필리핀 현지 매체와 국내 언론이 먼저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 신상공개 실효성이 떨어졌다.
박왕열과 함께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렸던 탈북민 여성 최모씨, '사라 김'으로 불렸던 김모씨는 징역형 확정 이후에도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법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행 제도의 근거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 제4조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등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를 모두 충족할 때 신상 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또 공개 여부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되며, 공개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30일간 이뤄진다. 미성년자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요건 충족이 명확한 살인 등 흉악범죄를 중심으로 공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이윤호 교수는 “재범 위험이 높거나 피해 규모가 큰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 경고 효과를 높이는 것이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소집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심의위는 대부분 경찰과 검찰 요청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사실상 경찰 판단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라며 “유가족이나 시민 요구에 따라 심의가 이뤄지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이 공익성과 여론을 기준으로 신상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국처럼 공개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보도를 통해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이다.다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경우 인격권 침해와 무죄추정 원칙 훼손 우려가 있어 신상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