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시사법률 김혜인 기자 기자 | 무안국제공항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공항 청사에는 끝없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은 긴 시간 확인 절차를 기다리며 지쳐가고 있었다. 이번 참사는 탑승자 181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한 국내 최악의 항공 참사로 시신은 모두 수습됐지만 일부는 훼손 정도가 심해 신원 확인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60대 A씨는 이틀째 무안공항에서 긴 대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딸과 사위를 잃은 그는 시신 확인을 위해 마련된 임시 격납고를 다녀왔다. 격납고는 유족 지원 셔틀버스를 통해 약 40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훼손 정도가 심해 처음엔 딸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그는 "아내가 남아있던 목걸이를 보고 딸임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함께한 사돈도 시신이 딸과 사위임을 확인하며 확인서에 서명했다.
그는 “기력이 다해 이제는 뭐라도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사망진단서 발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오늘 아침 8시부터 사망진단서를 발급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다"며 "유가족들이 더 지쳐가기 전에 조속히 절차가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50대 동생과 제부를 잃은 강모 씨는 노모와 함께 무안공항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생 부부는 연말을 맞아 어렵게 휴가를 내 방콕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서울에서 무안까지 달려온 강씨는 "대학생 딸을 두고 떠난 동생이 너무 안쓰럽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유족 B씨는 마이크를 잡고 공항 2층에서 절규했다. 그는 인도에 거주하며 가족들과 방콕에서 만나 여행을 즐겼지만, 사고 당일 홀로 인도로 돌아갔다. 그는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해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B씨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며 고통스러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B씨는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러 온 여섯 살 여자아이가 떠오른다"며 "18명 중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류 경보가 떨어진 지 1분 만에 ‘메이데이’ 신호가 들어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조류 충돌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나? 착륙 허가 없이 착륙을 시도한 것은 어떻게 설명하냐"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무안공항은 365일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지 조류 경보가 떨어지고 1분 만에 비행기 착륙이 강행된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B씨는 끝으로 "정확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언론이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희생자 179명 중 16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31일 희생자 전원의 신원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0일 오후 8시 기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64명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유족들과 DNA 대조 등 추가 절차를 진행했다. 나머지 15명의 DNA 대조 검사 결과도 이르면 이날 오전 나올 예정이다.
다만 형태가 온전한 시신은 5구 뿐이며 그마저도 훼손이 심한 상태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은 총 606편으로 분리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과수는 유족들 DNA를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 검안을 마칠 때까지 최소 열흘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검안을 끝내면 유족별로 희망하는 장례식장에 시신을 인도할 방침이다. 3명의 시신은 전날 장례를 위해 서울과 광주의 장례식장에 각각 안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