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서 생후 4개월 된 영아를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모에게 검찰이 무기징역과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온몸에 수십 곳의 골절상을 입은 채 숨진 아이의 짧은 생애가 법정에서 공개되자, 방청석 곳곳에서는 눈물과 탄식이 이어졌다. 26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는 생후 4개월 된 아기 ‘해든이’(가명)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A씨 부부에 대한 구형이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전남 여수 주거지에서 생후 2개월 된 친아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22일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아기는 온몸에 23곳의 골절상을 입고 출혈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B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정아름 검사는 최후 의견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피해 아동이 살아온 133일의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온몸에서 드러났다”며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는 어떤 이유로도 침해될 수 없다”며 “최근 증가하는 아동학대 범죄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홈캠 영상 분석을 통해 범행의 지속성과 잔혹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약 4800여 개에 달하는 영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해 아동이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일부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아이가 극심한 고통 속에 울부짖는 모습과 함께 피고인의 폭행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개된 영상은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며, 추가 자료에는 더 장시간의 학대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피고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3일 오후 2시 선고 공판을 열고 이들에 대한 형을 결정할 예정이다.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반복해온 40대 남성이 또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르다 경찰에 붙잡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서는 무전취식이 통상 경범죄에 해당하더라도 반복성과 기망 의도가 인정될 경우 사기죄가 적용돼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대전둔산경찰서는 최근 사기 및 폭행 혐의로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달 6일 오후 11시께 대전 서구의 한 술집에서 술과 음식 등 약 75만원 상당을 제공받고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자리를 벗어나려다 이를 제지하는 업주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무전취식 등으로 50회 이상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며, 누범기간 중 동일한 범행을 다시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무전취식은 절도가 아닌 경범죄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9호는 음식 등을 제공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의 처분 대상으로 규정한다. 다만 처음부터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음식을 주문한 경우에는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기망은 명시적인 거짓말뿐 아니라 지급 의사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묵시적 행위도 포함된다. 실무에서는 반복 범행 여부가 처벌 수위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초범이거나 일회성 범행의 경우 벌금형에 그치는 사례가 많지만 동일 범죄가 반복되면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돼 구속 수사나 실형 선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누범기간 중 범행은 피고인의 범죄 경향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과 횟수와 범행 수법, 피해 회복 여부 등을 종합해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크게 가중될 수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반복성과 누범 여부는 중요한 양형 요소로 반영된다. 2024년 서울중앙지법은 사기죄로 40회에 걸쳐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피고인이 출소 3일 만에 다시 주점에서 무전취식을 하는 등 범행을 반복한 사건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2020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무전취식으로 수십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피고인이 출소 약 2개월 만에 누범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지른 사건에서 “범행을 반복해 법질서를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편 무전취식과 같은 생활형 경범죄는 증가세다. 지난해 무전취식과 무임승차 등 대금 미지급 관련 112 신고는 13만 6835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5년 연속 증가세다. 경범죄 범칙금 부과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최근 5년간 경범죄 범칙금은 총 24만 4228건, 110억794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3만 8549건(18억4974만원), 2022년 3만 5231건(17억4427만원), 2023년 3만 7172건(18억6939만원), 2024년 8만 6118건(36억244만원), 2025년 상반기(1~6월) 4만 7158건(19억4210만원)이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무전취식은 통상 소액 사건이 많아 비교적 가볍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처음부터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음식을 제공받았다면 단순한 경범죄를 넘어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동일 범행이 반복되거나 누범기간 중 범행이 이뤄진 경우에는 재범 위험성과 범죄 경향이 엄격하게 평가돼 구속 수사나 실형 선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행위의 경위와 반복성, 기망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진술만으로도 유죄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 구(舊) 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2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을 위해 필요한 6인 이상의 찬성에 미치지 못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쟁점은 장애인 피해자의 영상 진술을 법정 증인신문 없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문제가 된 조항은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정신적 장애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경우, 수사 과정에서 촬영된 영상 진술이 적법하게 작성된 것으로 인정되면 법정 출석 없이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발생한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비롯됐다. A씨는 3급 장애인이자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피해자 진술이 담긴 영상 녹화물에 대해 증거 부동의 의견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증거로 채택했고 별도의 증인신문 없이 유죄 판단에 반영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형두·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심판 대상 조항은 장애인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도모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신문은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절차이지만, 이를 장애인 피해자에게 일률적으로 요구할 경우 극도의 위축 상태나 기억 왜곡이 초래돼 오히려 진술의 정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영상물은 진술 내용뿐 아니라 표정, 말투 등 비언어적 요소까지 포착·보존하고 있어 사후적 검증이 가능하다”며 “법원은 사안에 따라 재량으로 증인신문을 실시할 수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대면 반대신문이 제한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상환·정정미·정형식·김복형·오영준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영상 진술은 수사기관의 질문과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로 구성된 전문 증거로서 정확성에 오류가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사후적 검토만으로는 진술의 미묘한 변화나 상호작용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에게 진술 형성 과정에 참여해 이를 다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형사절차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대신문권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핵심적 절차로서, 이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상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는 2021년 같은 조항 중 ‘19세 미만 피해자’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2023년 10월 법 개정을 통해 해당 조항은 삭제됐고, 반대신문권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됐다. 다만 개정 이전 법률은 이전에 기소된 사건에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최근 도입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 법왜곡죄(형법 개정),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은 사법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겠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법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까지 함께 보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를 들여다보면, 개혁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위험 요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먼저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확정판결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재판소가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던 영역을 일반 재판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겉으로 보면 사법 통제 장치를 강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제도가 실질적인 권리 구제보다 ‘희망 고문’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문턱은 낮아졌지만, 인용 요건은 여전히 엄격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청구는 폭증하고, 실제로 구제되는 사례는 극소수에 그치
성범죄 사건에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사건도 있고 무죄를 뒷받침할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대응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비정형적 반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개념이 ‘성인지 감수성’이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판결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행동을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법리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가해자에게 평온한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며 일정한 유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도 여
“피해자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주 제기하는 질문이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대응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피해자의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입소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고,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저였기에 모르는 것투성이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글자가 나오거나 눈치가 없어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때면 항상 제 옆으로 와서 조근조근, 알기 쉽게 설명해 준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입방 순서로 ‘방장’이 되었습니다. 다들 나이도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인데도 동생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을 듣고 이들을 챙겨줍니다. 그런 동생이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중에 넘어지면서 발목이 돌아갔고, 뼈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전 그때 동생이 정말 장난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바로 제 눈앞에서 넘어져 아파할 때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아픈 줄 알았습니다. 아파서 내는 신음 소리를 웃음소리로 생각했어요. 동생은 저를 잘 아는데, 저는 동생을 너무 몰랐습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철없는 나를 위로하고 가르쳐 주고 도와주었는데 정작 언니인 제가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못 준 것이 많이 미안합니다.
어머니는 제 인생의 선물입니다. 어린 시절 남부럽지 않게 승승장구했던 우리 집이었지만, 2000년대 초 아버지의 사업 부도 후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한쪽까지 잃으셨지요. 우리 집의 기둥이 흔들릴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초능력자인 듯 나서서 집을 일으키셨습니다. 일을 하고, 우리 형제를 돌보고, 아버지의 병간호까지 도맡으시며 그렇게 젊은 나날을 흘려보내셨지요. 학교에 다닐 때 수학여행이다, 교복이다, 급식이다, 학비다 뭐다 돈 들어가는 곳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그 모든 걸 다 주셨지요. 그래서 어머니가 고통도 느끼지 않는 슈퍼우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꼭 어머니께 받은 바 은혜를 갚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죄를 짓고 부모님께 더없는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 그리고 제게 피해를 입으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다며 귀를 닫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잔소리가 그리워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때 조금만 더 귀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할 시간을 미뤘다. 이제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음식의 소중함도 몰랐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텔레비전 속 음식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한여름의 시원함과 한겨울의 따뜻함도 늘 당연하게 여겼다. 이제야 그 평범했던 편안함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알았다. 나는 참는 법을 모른 채 성질대로만 살아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냈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악물고 참는 법을 배운다. 늦게 배운 인내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힘든 일은 피하고 요행만 바라며 살았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그 선택들로 인해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 사실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추악하고 더러운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왔
거기는 힘든 건 없는지, 지낼 만한지, 한 번쯤은 와줄 만도 한데 어째 한 번도 오지를 않냐…. 그러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곧 있으면 네가 떠난 지 6년이 된다. 네가 그렇게 갈 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하던 일 다 제쳐두고 너를 만나러 갈걸 싶어 늘 후회하고 있다. 그랬다면 네가 떠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널 보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너와 난 어릴 적에 크면 소방관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자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난 힘들다며 포기했고, 너만 홀로 우직하게 약속을 지켜내려 노력했었어. 그러다 22살이 되던 해에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네가 소방관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가 생각나.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내가 포기한 약속을 지켜낸 널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그래서 일부러 더 격하게 축하해 줬었어. 그리고 속으론 늦게라도 너와의 약속을 지켜 너와 같은 소방관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임용 준비를 하던 중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네가 아닌 어머니께서 대신 전화를 받아 네 순직 소식을 전해주셨다. 설마 하는 마음에 네가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