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폭행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피고인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참여재판이 법원 재량에 따라 배제되는 사례가 이어지며 제도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현장의 우려가 부딪치는 모습이다. 부산지법 형사6부(임성철 부장판사)는 23일 존속살해 혐의를 받는 A 씨(50대·여)에 징역 10년과 치료감호, 보호관찰 명령 5년 등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지난해 7월 부산 자택에서 친모 B씨(80대·여)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측은 첫 공판에서 “피고인의 정신이 온전치 않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배제하고 직권으로 통상 공판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단과 양형 과정에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억울함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피고인은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 공소장을 받고 7일 이내에 의사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이때 재판부가 모든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사건 성격이나 진행 절차 등을 고려한 뒤,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할 수 있다. 이 같이 재판부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며 실제 시행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20년부터 지난 2025년까지 국민참여재판 실시율은 10%였다. 배제율은 34%에 달했다. 2023년 대전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사건 피고인 C씨가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을 검토한 뒤 배제했다. 당시 피고인 C씨 측은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거부 결정에 불복하지 못하게 한 규정은 항고권 침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는 입법부 재량에 속하는 것으로,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근거가 없는 이상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국민참여재판 위기론’에 따라 제도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지난 4월 발의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살인, 존속살해, 강도살인 등 고의에 의한 생명침해 범죄를 국민참여재판 필수 사건으로 정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민참여재판은 통상 재판과 달리 공판준비절차, 배심원 선정 절차, 증거서류에 대한 서증조사절차가 필요하다. 재판 진행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기 때문에 대상 재판이 많아질수록 법원 업무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성범죄 등 일부 강력범죄의 경우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감형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성범죄 무죄율은 일반 재판 3.7%인 반면 국민참여재판은 47.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연구에서 “이러한 무죄율에 배심원들의 ‘성 고정관념’과 ‘강간통념’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23년 ’N번방 사건‘ 조주빈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최종 기각했다. 피해자 측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어지면 피해자의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 실시를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법조계는 제도 취지와 현실 사이 간극을 지적한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지만, 현행법상 재판부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면서 실제 활용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배심원 편향 가능성, 피해자 보호 문제, 재판 지연 등 현실적 한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사건 유형별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배심원 교육 및 피해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스토킹 범죄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검찰이 대응 체계 보완에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19일부터 ‘스토킹 강력범죄 대응 종합 개선 방안’을 시행했다. 대검은 주요 교제폭력·살인 사건을 분석해 확인된 전조 신호를 바탕으로 ‘스토킹 잠정조치 체크리스트’를 제작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분석 대상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언론에 보도된 교제폭력·살인 사건 80건이다. 사례 분석 결과 범행 이전 단계에서 반복적인 위협과 집착 행위가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락 차단 이후 흉기로 협박하고 약 50회에 걸쳐 메시지를 전송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7월 사건에서도 흉기 위협과 감금, 폭행 등 전조 행위가 이어진 뒤 살인미수로 이어졌다. 해당 피고인은 수백 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고 차량 열쇠를 바다에 던지는 등 통제 행동을 보였으며, 긴급응급조치 이후에도 약 29차례 부재중 전화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체크리스트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 관계 △이별 요구 등 갈등 지속 여부 △폭력·집착 성향 △피해자의 불안 호소 △동일 피해자 대상 범죄 전력 △흉기 사용이나 목 조름 등 생명 위협 행위 등이 포함됐다. 이를 최근 교제 살인·폭력 사건 16건에 적용한 결과, 19개 항목 중 평균 8.9개가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피해자 간 관계, 갈등 상황, 폭력·집착 성향은 모든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대검은 체크리스트에 해당하는 사실관계를 중점 확인해 필요 시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강력한 잠정조치를 적극 청구하도록 했다. 전자장치를 이미 부착한 피의자에 대해서도 다른 피해자 보호가 필요한 경우 중복 부착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전국 검찰청을 대상으로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잠정조치의 청구·연장·집행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스토킹 잠정조치 체크리스트를 통해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사전에 정밀하게 진단하고 적극적인 법 집행으로 강력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의 외도와 유책 사유로 아내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고 이혼했던 남성이 재결합 후에도 계속되는 의심과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다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2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15년 전 외도로 이혼했다가 10년 전 재결합한 60대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15년 전 저는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줬다.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큰 충격을 받았고 상대 여성을 폭행했다. 결국 형사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 일로 저희 가정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A 씨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신 명의의 부동산을 모두 아내에게 넘긴 뒤 협의이혼을 했다. 이혼한 이후에도 가족의 생계를 계속 책임졌고 시간이 흐른 뒤 10년 전쯤 아내와 재결합했다. A 씨는 "상대 여성과의 관계는 진작에 정리한 상태였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지나 이제는 어느 정도 평온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예퇴직 후 술집을 운영하게 되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게 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아내는 과거의 여자와 다시 연락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상대 여성과 다시 연락하거나 그 자녀의 학비를 몰래 지원한다는 오해도 했다. A 씨는 "제가 수천만 원을 빼돌렸다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통장 내역을 모두 보여주겠다고 해도 아예 보려고 하지 않았다. 아내는 툭하면 이혼하자고 소리치지만 그냥 말뿐이다. 그저 과거의 잘못을 들먹이면서 몰아세우기만 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아내가 저를 의심하지만 않는다면 저희는 크게 다툴 일도 없다. 하지만 날마다 의심과 원망을 받다 보니 이제는 너무 지친다”며 “제가 과거에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저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먼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 또 과거에 넘겨준 재산을 다시 분할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사유가 있으면 청구할 수 있고, 특히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인정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우리 법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유책성이 약해졌거나 상대방이 혼인 관계 회복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과거의 외도 자체만으로 현재 이혼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며, 재결합 이후 형성된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 상태인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재산 문제에 대해서는 “15년 전 이혼 당시 넘긴 재산을 다시 돌려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후 2년이 지나면 소멸하기 때문이다. 다만 재결합 이후의 기여는 별도로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재결합 이후 해당 재산의 유지나 가치 상승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그 범위에서 재산분할이 인정될 수 있다”며 “이는 과거 재산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이후 형성된 기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사건에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사건도 있고 무죄를 뒷받침할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대응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비정형적 반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개념이 ‘성인지 감수성’이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판결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행동을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법리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가해자에게 평온한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며 일정한 유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도 여
“피해자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주 제기하는 질문이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대응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피해자의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을 찾는다. 이미 법정구속이 되었거나 항소심을 앞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말이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판단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외에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객관적 물증이나 영상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사건에서는 결국 피해자 진술이 판단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재판 실무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될 경우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까지 내용 변화가 크지 않다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1심 판결문 상당수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문제는 진술의 일관성과 사실의 객관적 가능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한 개연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다. 따라서 사건 당시의 물리적 환경과 행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강제성 여부다. 상대
입소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고,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저였기에 모르는 것투성이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글자가 나오거나 눈치가 없어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때면 항상 제 옆으로 와서 조근조근, 알기 쉽게 설명해 준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입방 순서로 ‘방장’이 되었습니다. 다들 나이도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인데도 동생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을 듣고 이들을 챙겨줍니다. 그런 동생이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중에 넘어지면서 발목이 돌아갔고, 뼈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전 그때 동생이 정말 장난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바로 제 눈앞에서 넘어져 아파할 때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아픈 줄 알았습니다. 아파서 내는 신음 소리를 웃음소리로 생각했어요. 동생은 저를 잘 아는데, 저는 동생을 너무 몰랐습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철없는 나를 위로하고 가르쳐 주고 도와주었는데 정작 언니인 제가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못 준 것이 많이 미안합니다.
어머니는 제 인생의 선물입니다. 어린 시절 남부럽지 않게 승승장구했던 우리 집이었지만, 2000년대 초 아버지의 사업 부도 후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한쪽까지 잃으셨지요. 우리 집의 기둥이 흔들릴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초능력자인 듯 나서서 집을 일으키셨습니다. 일을 하고, 우리 형제를 돌보고, 아버지의 병간호까지 도맡으시며 그렇게 젊은 나날을 흘려보내셨지요. 학교에 다닐 때 수학여행이다, 교복이다, 급식이다, 학비다 뭐다 돈 들어가는 곳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그 모든 걸 다 주셨지요. 그래서 어머니가 고통도 느끼지 않는 슈퍼우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꼭 어머니께 받은 바 은혜를 갚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죄를 짓고 부모님께 더없는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 그리고 제게 피해를 입으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다며 귀를 닫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잔소리가 그리워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때 조금만 더 귀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할 시간을 미뤘다. 이제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음식의 소중함도 몰랐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텔레비전 속 음식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한여름의 시원함과 한겨울의 따뜻함도 늘 당연하게 여겼다. 이제야 그 평범했던 편안함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알았다. 나는 참는 법을 모른 채 성질대로만 살아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냈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악물고 참는 법을 배운다. 늦게 배운 인내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힘든 일은 피하고 요행만 바라며 살았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그 선택들로 인해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 사실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추악하고 더러운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왔
거기는 힘든 건 없는지, 지낼 만한지, 한 번쯤은 와줄 만도 한데 어째 한 번도 오지를 않냐…. 그러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곧 있으면 네가 떠난 지 6년이 된다. 네가 그렇게 갈 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하던 일 다 제쳐두고 너를 만나러 갈걸 싶어 늘 후회하고 있다. 그랬다면 네가 떠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널 보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너와 난 어릴 적에 크면 소방관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자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난 힘들다며 포기했고, 너만 홀로 우직하게 약속을 지켜내려 노력했었어. 그러다 22살이 되던 해에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네가 소방관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가 생각나.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내가 포기한 약속을 지켜낸 널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그래서 일부러 더 격하게 축하해 줬었어. 그리고 속으론 늦게라도 너와의 약속을 지켜 너와 같은 소방관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임용 준비를 하던 중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네가 아닌 어머니께서 대신 전화를 받아 네 순직 소식을 전해주셨다. 설마 하는 마음에 네가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