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과 불법 리딩방 사기 등 신종 금융범죄의 배후에 변호사와 행정사 등 전문직이 관여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범죄의 조직화·지능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범행 가담을 넘어 수사 회피를 위한 구조 설계와 법률 코칭까지 제공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법조인 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불법 주식·코인 리딩방 조직들은 기존과 달리 ‘수익 보장’ 문구를 삭제하고 ‘참고용 정보’, ‘전략 공유’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무료방·중간방·VIP방 등 단계별 방을 운영하며 각 단계마다 동의서를 받아 피해자에게 책임을 일부 전가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또한 리딩방 사기를 저지른 뒤 피해자에게 접근해 “기록을 모두 지우고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야 돈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다”고 현혹해 자신들의 범죄 흔적까지 지우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계좌 동결이 가능하지만, 주식·코인 리딩방 사기나 로맨스 스캠 등은 피해금 동결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러한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들은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마지막 단서를 스스로 삭제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수법은 전문가의 조언 없이는 설계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최근 범죄 행태를 보면 피싱 조직이 법률 자문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부 행정사나 변호사들이 리딩방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에 대비하라며 상담을 홍보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변호사가 범행을 주도한 사건도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2월 범죄단체 조직 및 사기 혐의로 변호사 A씨를 재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유튜브에서 코인 전문가로 행세하며 사건 의뢰인 중 자금세탁 조직원을 영입해 100억 원 상당의 코인 판매 자금 세탁을 주도하고,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수사를 피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A씨는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를 상대로 허위 신고를 종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해당 로펌은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며 착수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돼 전과자가 되는 2차 피해를 입었다. 법조인 일탈 논란은 이외에도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용자 가족 커뮤니티인 이른바 ‘옥바라지 카페’에서는 운영자가 법무법인 직원을 사칭해 법률 상담을 진행하며 특정 변호사에게 사건을 연결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대한변협의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 변호사가 운영권을 인수했다며 ‘바지사장’ 역할을 자처했고, 실제로는 기존 운영자와 직원들이 아이디를 바꿔 로펌 직원인 것처럼 활동을 이어가며 상담을 지속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해당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 청원인은 아파트 명의 분쟁과 관련해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거짓말을 해도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사문서위조를 진행하려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신고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의 변호사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범죄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 자문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법조인들이 자금 흐름과 증거 은폐 방식을 설계하고, 피해자에게 제시하는 서류와 절차까지 치밀하게 꾸민다는 것이다. 변호사윤리장전 제11조는 위법행위에 대한 협조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 대상이 된다. 변호사법 제24조는 품위유지의무를, 제25조는 회칙 준수 의무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전문직의 범죄 가담이 확인될 경우 단순 공범이 아닌 주도적 역할 여부까지 엄정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도 “변호사 윤리가 무너지면 국민의 법적 신뢰 자체가 흔들린다”며 자정 노력과 함께 감독·징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 공급 과잉으로 인한 법조시장 포화가 심화되면서 저가 수임 경쟁, 사건 처리 부실, 윤리 위반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위기의 원인으로 변호사 배출 구조를 지목하며 로스쿨 입학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는 한편, 전문 분야 특화를 중심으로 한 ‘스페셜리스트 전략’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법조인협회는 지난달 26일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졸업생회가 발표한 ‘2026 로스쿨 제도 개선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법조시장 포화와 생계 위협을 체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사”라며 로스쿨 입학정원 감축과 실무교육 강화 논의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로스쿨 재학생 463명 가운데 74.3%는 현행 2000명 규모의 입학정원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정 정원으로는 1000~1100명 수준이 39.9%로 가장 많았다. 결원보충제 운영에는 54.9%가 반대했으며, 로스쿨 4년제 전환에는 68.8%가 찬성했다. 정규 교육과정에 6개월 실무수습을 포함하는 방안에도 69.3%가 동의했다. 졸업생회는 “무분별한 양적 확대보다는 법조시장 수요를 고려한 질적 제고가 우선”이라며 “로스쿨 입학정원 감축과 4년제 전환, 실무교육 강화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법조 직역 단체가 참여하는 공개적 논의의 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호사 수 증가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법무부의 ‘변호사 공증사무소 현황’에 따르면 개업 변호사 수는 2016년 1만8849명에서 2025년 3만1874명으로 늘었다. 변호사시험 시행 이후 매년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으며, 2020년 이후에는 연간 약 1700명 수준의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공급 확대는 수임 경쟁 심화로 직결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경력 1~3년 차 개업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1.1건에 그쳤다. 소송 1건당 평균 수임료를 약 50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제반 비용을 제외한 월수입은 약 3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익 여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 같은 환경은 윤리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의뢰인 동의 없이 재심청구를 취하하거나 변론기일에 불출석해 사건이 종결된 사례, 소송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수임료 반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을 놓쳐 패소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생계 곤란을 이유로 불법 행위에 가담한 변호사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다만 입학정원 감축이 해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1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개최한 ‘2025년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변호사 숫자를 통제해 직업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관점은 사법시험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로스쿨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면 미국식으로 정원 제한을 철폐하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와 헌법을 눈치 보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변화에 맞춰 변호사 역할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모든 사건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제너럴리스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의료·조세 등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 전략과, 사후 분쟁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자문 영역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 포화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며 “대형 로펌과 그렇지 못한 변호사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저연차 변호사를 채용하거나 실무 수련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장롱 변호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공급 조절과 함께 전문화 전략, 교육·수련 체계 개편을 병행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이길상 변호사와 함께 법률사무소 석상을 운영하고 있는 조범석 변호사입니다. 과거 검찰 수사관으로 약 13년간 근무했고, 현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범죄와 형사절차, 형사 실무 전반에 관심을 두고 활동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별별 범죄 이야기』, 『별별 형사절차 이야기』 등 관련 서적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교정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검찰 수사관 출신 변호사’라는 이력이 눈에 띕니다. 어떤 계기로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A. 검찰 수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대검찰청에서 수사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검찰 수사관 로스쿨 위탁 교육’ 제도가 있었습니다. 해당 제도의 첫 대상자로 선발되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3년간 수학하게 되었고, 이후 2014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변호사 자격 취득 후에는 서울북부지검, 대검찰청 등에서 의무 복무를 마쳤고, 이후 형사 분야에 대한 경험을 살려 변호사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Q. 법률사무소 석상의 주요 업무 분야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법률사무소 석상은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하되, 형사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민사·가사 사건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상소권 회복, 가석방, 집행유예 취소 대응, 구속집행정지, 국제형사 사건, 학교폭력 사건 등 비교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의 사건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수용자의 권리구제나 교정 처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도 법률적 검토와 조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범죄심리학 분야 전문가인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가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사건 분석과 자문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Q.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검찰 수사관의 역할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요? A. 검찰 수사관은 피의자, 고소인, 참고인 조사와 조서 작성 등 수사의 실무 전반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경찰 수사관과 검찰 수사관 모두 수사기관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조사 방식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검찰은 공소 제기와 유지, 양형 판단까지 염두에 두는 기관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관의 경우 법리적 쟁점이나 양형 요소를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조사하는 경향은 있습니다. Q. 흔히 “검찰에 가면 수사관들이 상당히 강하게 다그친다”고들 합니다. 수사관으로 일하실 때와 변호사가 된 후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생겼을지도 궁금합니다. A. 범죄 혐의 유무를 밝히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는 수사관과 의뢰인의 억울함을 밝히거나 의뢰인이 관대한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는 변호인은 그 목적과 역할이 판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의뢰인 보호와 변론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로서는 수사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수사기관에 맞서 수사기관이 법리 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 확인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적정한 법리를 적용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 Q. 변호사로 활동하시면서 최근 맡으신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직무 윤리상 특정 사건을 언급하기는 좀 곤란하지만, 최근 예전에 변론을 맡아 진행했던 사건 의뢰인이 동종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저를 찾아오는 일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전 사건에서 변론이 만족스러웠기에 의뢰인이 저를 다시 찾아주시는 것이라 생각하면 감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가의 재범방지 관련 형사정책 실패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저에게 선택지는 단 하나라는 생각으로 사건에 임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재범은 없고, 이 의뢰인에 대한 변론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과거와 같이 사건을 맡아 최선을 다해 변론하는 것뿐입니다. Q. 최근 보이스피싱, 마약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데, 사건 대응 전략에도 차이가 있나요? A. 보이스피싱과 같이 명확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에서는 피해 회복이 중요한 양형 요소로 작용합니다. 합의 여부뿐 아니라, 피해 회복에 이르게 된 과정과 피고인의 태도까지 함께 재판부에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마약, 도박 등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범죄의 경우에는 재범 위험성에 대한 재판부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피고인의 재범 방지 노력과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를 중심으로 변론 전략을 구성합니다. Q. 변호사님은 사건을 어떻게 관리하시고, 의뢰인과는 어느 정도의 빈도로 소통하시는지 솔직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A. 초심을 잃고 안일하게 변론하거나 사건 일체를 어쏘 변호사에게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제가 가장 경계하는 대표변호사, 형사전문 변호사의 모습입니다. 저는 늘 사건과 사람에 대한 관심을 원동력 삼아 열정적으로 변론에 임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빈도는 모든 사건에서 상시적 소통체계 구축, 진행상황의 공유 및 서면 피드백 등을 통해 의뢰인 및 그 가족과 원활히 소통해 왔다고 자신합니다.
“변호사님, 저는 회사를 살리려고 한 일입니다. 제 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접견실에서 마주하는 기업인이나 자금 담당 피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회사가 무너질 위기에서 급하게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의 절박한 심정과 달리, 검찰의 공소장에는 ‘업무상 횡령’ 혹은 ‘업무상 배임’이라는 무거운 죄명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그 한 줄의 죄명은 1심 법정에서 실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구치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사람을 밀어 넣는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난 뒤 피고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 역시 비슷하다. “이제 끝난 건가요?” 그러나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억울함이 아니라 논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재산 범죄 사건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불법영득의사’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다. 횡령과 배임을 가르는 핵심은 단순하지 않다. 나를 위해 돈을 썼는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이었는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같은 제복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교도관들이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음에도, 각종 복지와 예우 제도에서 교도관은 반복적으로 제외되고 있다. 제복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각종 혜택과 지원 제도를 살펴보면,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포함되어 있으나 교도관은 빠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호국원 안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국회마저도 같은 제복공무원인 교도관들의 존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소외의 경험이 반복될수록 교도관 개개인의 자존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내가 퇴직 교도관 역시 호국원에 안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곳에 안장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는 교도관 전체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 직업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정당한 존중을 받고 있다는 최소한의 신호를 되찾기 위함이다. 교도관의 업무는 단순히 수용자를 관리·감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교도관들은 어떤 죄명으로 수용되었든 수용자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운동시간과 종교집회 참가 등을 철저히
잘못된 한 번의 판단은 이후의 삶의 모습을 좌우한다. 특히 전력이 있는 행위가 또다시 반복되었을 경우 이후의 선택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건의 의뢰인은 술기운이 남아있던 저녁, 경찰의 정차 신호 앞에서 그 기로에 서게 됐다. 그에게는 이미 두 차례 음주 운전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린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공포감에 중대한 판단 착오에 빠져든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뢰인은 이를 생각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를 통해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하나의 실수가 연쇄적인 오판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을 더 큰 궁지에 몰아넣고 말았다. 형사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런 케이스를 흔히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한 행동이었겠지만, 이것이 수사기록상에 남게 되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특히 의뢰인처럼 반복 전과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의 시각은 냉정하다. 음주 운전에 무면허 운전, 여기에 사문서위조까지 더해져 의
경찰 조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들은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다르게 적혀있습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경찰 조사에서 진술이 왜곡되거나 불리하게 요약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로, 개인의 기억력이나 말솜씨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앞으로 추가적인 경찰 조사를 앞둔 분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지 경찰 수사관으로 재직했던 경험과 현재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한 팁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먼저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진술한 그대로’가 아니라 ‘수사관이 이해하고 정리한 문장’이 기재된다. 많은 피의자들이 착각하는 점이 있다. 피의자 본인이 진술한 그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경찰들은 흔히 “조서를 꾸민다”고 표현한다. 이 말은 곧 수사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듣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한다는 의미다. 진술 전후의 맥락은 사라지고 결론만 남는다. 모든 경찰 조사에서는 이 사실을 유념한 채로 진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상황이 긴박했고, 상대방이 먼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바람에
처음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써본다. 10여 년 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조그맣고 나를 닮은 너를 두고 난 무책임하게 집을 나와버렸지. 본래 1년의 별거를 약속했지만, 세월은 기약 없이 10년이나 흘러버렸다. 달력을 헤아려 보니 벌써 너는 성인이 된 지 한참이더구나. 이곳에 와서 네 또래 정도 되는 사람들을 보면 왜 이리 마음이 가는지…. 은연중에 나는 너를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밖에 있을 땐 뭔가 준비가 되어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혹은 벌써 다른 가정을 꾸렸는데 내가 나타나면 마음의 상처를 후벼파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있었지. 또 지금의 내 초라한 행색으로 인해 서로 마음만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고. 그러나 이젠 모든 걱정을 다 걷어버리고 서로 눈을 마주한 채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들, 나 또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단다. 내성적으로 자란 탓에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에서 혼란을 많이 겪었어. 그런 전철을 밟아보았기에 이혼만큼은 절대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게 혼자만의 다짐으로 되는 것은 아니더구나. 훗날 아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너는 나를 이해하기 어렵겠지. 그래도 가슴
함께 수감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접견실 유리 너머로 내 모습을 보며 펑펑 울더라고….” 하는 짠한 경험담이 그것이다. 사회에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교정시설에 들어간 것이 그만큼 큰 비극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리라. 하긴, 어찌 보면 사는 동안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비극 중 죽음 다음으로 큰 비극이라는 생각도 든다. 교정시설에 있는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하루는 의료과에 가려고 나왔는데, 이미 같은 사동의 다른 재소자 한 분이 먼저 나와 계셨다. 덥수룩한 수염, 불안한 눈빛.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괜찮냐고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공황장애와 조현병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셨다. 나 또한 양극성정동장애와 공황장애로 긴 시간 고생을 한 적이 있는 터라 측은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이 쓰여 의료과에 다녀오는 내내 챙겨주게 됐다. 거실로 돌아가던 중 문득 나 자신에게 힘이 되었던 마음가짐이 떠올라 한마디 건네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운을 뗐다. “…○○씨, 생각을 바꾸면 좀 괜찮아져요. 잘 생각해 봐요. 여기 생활이 뭣 같고, 오고 싶어서 온 곳은 아니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수용자입니다. 개간 이후부터 꾸준히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열혈 독자입니다. 유익한 정보도 많고, 늘 수용자 입장을 대변해 주셔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를 살려주신 교도관님 한 분께 감사함을 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2025년 6월에 구속되어 수감 생활을 하고 있고, 현재 자살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중점관리 대상자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가족을 잃고, 제 인생도 송두리째 날아갔습니다. 그래서 경주교도소에 있을 당시 수면제를 털어 넣고 극단적 시도를 했습니다. 당시 제 상태는 위급했기에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곳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자신을 보면 화가 나고, 자괴감에 빠져 비관적인 생각들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만난 함수호 계장님은 그런 제게 은인이 되어주셨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시면서 힘들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 주셨습니다. 계장님은 저뿐만 아니라 고민이 있는 수용자들이 있으면 언제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주시고, 항상 수용자 편에 서서 도와주십니다. 관구팀장님이라 항상 바쁘신데도 도움을 요청하면 제
나는 마약 판매 혐의로 구속됐다. 솔직히 처음에는 4년 정도 살고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선고된 형량은 내 예상보다 두 배는 높은 8년이었다. 여기서 살아서 나가긴 글렀다며 엄살을 떨고 죽네 사네 했던 게 불과 얼마 전 일이었다. 형이 확정되면서 만기출소 날짜를 통보받고 좌절한 지 약 보름 만에 옛날에 있었던 일로 인해 추가 건 수사가 개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애꿎은 하늘 탓을 하다가 ‘죄는 내가 지었지, 하늘이 지었나’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최대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재판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러나 내 간절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행유예 조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1년 2개월이 확정되어 내 총 형기는 9년 2개월이 됐다. 8년을 선고받았던 날 그토록 절망했는데, 추가 건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사하게도 내 가장 간절한 바람은 ‘제발 8년만 살고 나갈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였다. 그 마음의 변화가 스스로 우습기도 했다. 지금은 ‘나, 약은 했지만 나약하지는 않다’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중이다.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