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확정 재판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 제도에 제한을 두는 법안이 발의됐다. 특정 범죄 사건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익성이 낮은 사건에는 공탁금을 부과해 무분별한 청구를 막겠다는 취지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월 12일부터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에 대한 보완 입법 성격을 띤다. 현행법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확정된 법원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 구제 범위를 확대한다는 취지였지만 동시에 사실상 ‘4심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재판소원의 대상 범위가 좁아졌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공직선거법, 성폭력범죄 처벌법에 따른 사건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또한 가처분 신청은 제한된다.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은 가처분 대상에서 제외해 판결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전략적 소송을 원천 차단하도록 했다. 아울러 공탁금 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공익성이 뚜렷하지 않은 재판소원의 경우 청구인이 공탁금을 납부해야 하며, 청구가 각하되거나 권리 남용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금액은 국고에 귀속된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헌법소원 제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법안은 법원의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반복적으로 심사하는 구조를 제한함으로써 사법 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또한 비용 부담을 부과해 ‘소송 지연 전략’이나 반복 청구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국민의 기본권 구제 통로를 축소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판소원은 위헌적 재판으로부터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만큼, 이를 제한하는 것이 헌법재판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은혜 의원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국민을 사실상 ‘4심제’의 소송지옥에 빠뜨릴 수 있다”며 “특히 파렴치 범죄 피고인이 소송 지연 전략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하고 다수 피해자를 낳은 사건의 피고인이 첫 재판에서 살해 의도를 전면 부인했다. 법정에서는 ‘고의’ 인정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고됐다. 9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살인 및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소영(20)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소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남성들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이 섞인 음료를 건네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명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와 별도로 추가 피해자 3명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약물을 사용해 상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김소영은 황록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부가 착용 이유를 묻자 별다른 사유는 없다고 답했고, 진술 과정에서 마스크를 벗으라는 지시에 따라 곧바로 이를 벗었다. 피고인 측은 음료를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과 특수상해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해자들이 잠들 것이라 생각했을 뿐 사망이나 상해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마약류관리법 위반은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약물 투여 행위와 사망 결과 사이의 고의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약물을 투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망과 상해에 대한 고의는 부인하고 있다”며 “고의는 내심의 영역이어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정황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기간 동안 유사한 범행이 반복된 점에서 행위 당시 인식의 변화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검찰에 관련 입증을 요구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만나게 된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주문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약물 투여 행위가 사망 결과에 대한 인식과 용인으로 이어졌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통상 행위자가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였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이와 관련해 약물의 위험성, 투여량과 반복 여부, 피해자 상태 악화에 대한 인식, 구호조치 여부 등이 주요 판단 자료로 고려된다. 유사 사건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왔다. 약물을 반복 투여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는 약물의 위험성과 투여 횟수, 피해자 상태 악화, 구호조치 부재 등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 바 있다. 약물이 치사량에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나 사망 원인이 직접적 중독이 아니라는 항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여러 약물을 혼합해 투여한 사건에서는 사망을 직접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 상해치사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약물의 종류와 투여량, 범행의 반복 여부, 피해자 상태 변화에 대한 인식, 이후 추가 행위와 구호조치 여부 등이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피고인 측은 일부 피해자 진술조서와 수사보고서에 대해 증거 동의를 거부했다. 김소영은 별도의 발언 기회를 묻는 질문에 짧게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피해자 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다음 공판은 5월 7일 증인신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망 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약물 준비 과정과 투여량 증가 정황 등을 보면 단순한 미필적 고의를 넘어 명확한 살인의 의도가 인정된다”며 “재판을 통해 그 부분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거하던 지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의 첫 공판이 변호인 불출석으로 연기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9일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으나 국선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공판을 진행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기일을 연기했다. 이번 공판 연기는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변호사건’ 규정에 따른 조치다. 형사소송법 제33조는 구속 피고인이거나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 징역형이 예상되는 사건의 경우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선변호인이 불출석할 경우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새로 선정해 공판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절차를 보완하기도 한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국선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판 진행이 어려워 기일 연기가 불가피하다. 국선변호인은 기일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그 사유를 법원에 소명해야 하며, 법원은 필요할 경우 다른 변호사를 국선으로 추가 선정할 수 있다. 이날 법정에 선 A씨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A씨는 “고의로 친구를 살해한 것이 아니다”라며 “언론 보도 이후 가족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과의 접견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변호인 변경 의사도 밝혔다. A씨는 재판 준비 시간을 이유로 추가 기일 연기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사건 경과상 더 이상 기일을 늦추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판단력이 부족한 피해자를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이어오다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시신을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 인근 남한강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홧김에 범행했다”며 범행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살인의 고의 인정 여부다. 피고인은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목을 조르는 행위는 사망 위험이 높은 행위로 평가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시신을 강에 유기한 행위는 별도의 시체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어 살인죄와 함께 경합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우리 법조계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은 ‘의무로서 존재하지만 행사할 수 없는 권리’에 가까웠다. 기존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만을 부과했을 뿐,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맞서 의뢰인의 자료를 지켜낼 적극적인 ‘권리’는 명시하지 않았다. 대법원 2024모730 결정은 바로 이 법적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사건은 자산운용사 대표가 부실 펀드 판매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수사기관이 별건 혐의의 영장을 활용하여 변호인과 주고받은 의견서, 진술서 초안, 반대신문 대비 자료 등 약 12만 개의 이메일을 압수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 관련 법률자문 서류를 압수하는 것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ACP는 단순한 변호사의 윤리적 의무를 넘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의뢰인의 ‘헌법적 성역’으로 확립되었다. 문서 보호의 기틀을 세운 것이 2024모730 결정이라면,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도4422 판결은 그 보호의 범위를 ‘의사소통의 매체’ 전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압수물도 확보됐고 국과수 결과도 나와 1심 판결까지 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체념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면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제한되니 재판은 멀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을 다투어 증거능력 배제를 이끌어내는 사례들이 생긴다. 그 사건들도 이미 다 확정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영장이 정한 선을 넘는 순간부터 증거는 흔들렸다. 영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헌법이 그어놓은 경계다. 그 선을 넘은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무너질 수 있고 항소심은 그 경계를 묻는 절차의 재판이다. 한 사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을 수사한 경우를 들어보면, 수사기관은 케타민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필로폰 관련 전자정보를 보았고, 별도 영장 없이 추가 탐색·복제·분석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르면 압수·수색·검증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는 혐의사실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 혐의를 ‘탐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전자정보는 특히 위험하다. 휴대
서울시가 서울 전역에 설치된 약 12만 3천여 대의 CCTV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AI 영상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당 시스템이 전 자치구에 도입되면 서울 전역의 CCTV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활용할 수 있어 실종자 수색과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 어디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서울 시민의 얼굴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하고 축적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면 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보가 공공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관리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명확한 법적 기준과 관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편의성이라는 명분 아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한때 중국이 CCTV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이제 유사한 기술이 우리 사회에도 도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4의 상습적인 절도·강도 등 특정 재산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확고한 합헌 판례 동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상습절도 혐의 가중처벌을 다룰 때 이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상습절도 사건에서는 이 사건이 과연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가 정한 엄격한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가 형법상 누범가중에 대한 특칙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범죄유형을 규정한 구성요건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8947 판결). 이는 검사가 이 조항으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요건 요소들을 모두 엄격하게 증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변호인은 다음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3회 이상 징역형’이라는 전과 요건의 충족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판단하며, 법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전과는 산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형이 실효된 전과는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포함되지 않으며(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8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