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교정공무원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만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필요성을 논의했다. 양 기관은 면담에서 교정공무원이 단순한 수형자 관리 역할을 넘어 사회질서 유지와 인권 보호, 재활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사회 방위의 핵심 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법무부는 교정공무원이 평시에는 교정·교화 업무를 수행하고, 비상상황에서는 국가안보 체계의 일원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폐쇄된 환경에서 24시간 수용자를 관리하는 고위험·고강도 직무를 수행하는 만큼 공공 기여도가 높은 직군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최근 수용시설 과밀화로 현장 교정공무원의 업무 부담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진 점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행 국립묘지법은 경찰·소방공무원이 30년 이상 재직 후 정년퇴직할 경우 국립호국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교정공무원은 직무 수행 중 순직한 경우에만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같은 제복공무원 간 예우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 장관은 “교정공무원은 국가형벌권 집행을 담당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제복공무원”이라며 “희생과 헌신에 걸맞은 예우가 이뤄지도록 관계부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중이다.
당·정·청이 협의한 공소청법과 중대수사범죄수사청(중수청)법 최종안에서 공소청 검사의 수사 관여 여지를 두던 조항들이 모두 제외됐다. 당초 정부안에 포함됐던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은 빠졌다. 반면 중수청은 법왜곡죄 등이 수사 대상에 추가되면서 조직 규모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최종안을 두고 검찰총장이라는 명칭만 남았다는 지적과 함께 사법 통제 기능과 인권 보호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소청법 최종안은 정부안과 비교해 검사 권한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 검사 직무를 규정한 조항에서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이 삭제되고 ‘영장 청구에 필요한 사항’으로 표현이 변경됐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영장 청구와 집행과 관련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기존에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검사 단계에서 최종 확인한 뒤 집행이 이뤄지는 구조였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해당 절차가 사라질 경우 통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영장 집행이나 법원의 발부 과정에 대한 감시 기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장 청구를 직접 지휘하는 권한은 이미 수사권 조정 이후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 지휘권은 기존에도 명확히 존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사경에 대한 검사 지휘·감독 권한도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특사경은 노동, 세무, 환경, 건축 등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사법경찰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특사경 2만여 명 가운데 약 48%가 경력 1년 미만이었다. 같은 해 특사경이 송치한 사건 중 기소로 이어진 비율은 약 45%에 그쳤다. 이처럼 전문성 부족 문제가 지적되면서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에도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검사 지휘가 유지된 바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행정 분야에 대한 이해는 높지만 형사 절차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는 검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한 부장검사는 “향후 수사 공백이나 혼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안에서는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 사건과 관련해 추가 범죄에 대한 입건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삭제됐다. 수사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거나 특정 수사에 대해 중단을 요구하고 담당자를 교체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사라졌다. 중수청법에서는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를 규정하던 조항이 삭제되면서 두 기관은 사실상 완전히 분리됐다. 기존에는 중수청 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하면 검사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하도록 돼 있었지만, 이 같은 의무도 없어졌다. 형사소송 전문가들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구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영역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분리했다”며 “범죄 대응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도 “경찰과 중수청의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공소청법에서는 기관장 명칭을 기존과 같이 ‘검찰총장’으로 유지했다. 헌법상 직위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조직 체계 역시 기존 3단 구조를 유지하되 명칭만 일부 변경됐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검사 전원 면직 후 재임용 방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중수청은 기존 6대 범죄 영역을 유지하면서 세부 수사 범위를 개별 법률로 구체화했다. 여기에 법왜곡죄와 변호사법,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이 추가되면서 수사 대상은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검사 권한은 축소되고 수사기관 권한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경찰 출신 퇴직자의 로펌 재취업이 늘어나면서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별도의 심사 없이 취업이 가능한 구조가 존재해 제도적 공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 재취업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경찰 출신의 로펌 취업 심사 228건 가운데 144건이 승인됐다. 승인 비율은 60%를 넘는다. 취업 제한 제도가 있음에도 절반 이상이 허용된 셈이다. 취업이 허용된 인원의 직급은 경감이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위, 경정, 총경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계급으로 사건 관계자나 수사 정보에 대한 접근 경험이 축적된 만큼 퇴직 이후에도 영향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간 수행한 업무가 인허가, 감사, 조세, 계약, 감독, 수사 등과 밀접한 경우 취업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수사 업무의 경우 사건 당사자나 이해관계인과 관련된 경우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로펌이 해당 사건을 수임한 경우 역시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취업심사 대상자는 퇴직 후 3년간 일정 규모 이상의 법무법인 등에 원칙적으로 취업할 수 없지만, ‘밀접한 관련성 없음’ 확인이나 취업승인을 받을 경우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재취업한 인원의 직책은 전문위원이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변호사 27건, 고문 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 조직에서 축적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민간 영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취업까지 걸린 기간도 길지 않았다. 승인된 사례 상당수는 퇴직 후 3개월 이내였고 나머지도 대부분 1년을 넘기지 않았다. 공직 경험이 충분히 단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로펌으로 이동하는 구조로 이해충돌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을 영입한 법무법인은 대부분이 소속 변호사가 100명이 넘는 대형 로펌이었다. 법무법인 YK가 75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앤장(15명), 화우(8명), 세종(8명), 율촌(6명), 광장(5명), 태평양, 바른, 대륙아주(이상 3명) 순이었다. 제도 운영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변호사 자격 보유자에 대한 예외 규정이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7항은 일정 요건을 갖춘 변호사 자격자의 경우 별도의 취업심사 없이 법무법인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심사를 거치지 않는 재취업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규모가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간부가 이후 해당 사건을 맡은 로펌으로 이동해 논란이 된 사례에서도 변호사 자격을 이유로 별도 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문제는 ‘밀접한 관련성’ 판단 기준이다. 법은 소속 부서 업무를 기준으로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취업기관과 특정 사건 간 구체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취업 제한이 쉽지 않은 구조다. 법원 역시 취업제한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가 취업기관의 권리나 이익에 미친 영향과 그 빈도, 비중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같은 기준은 과도한 직업 제한을 방지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취업 제한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형사사건을 다루는 로펌의 특성상 수사 경험과의 일반적 연관성만으로는 제한 사유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절차적 측면에서도 한계가 지적된다. 현행 제도는 취업 전 사전 확인이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예외 규정이 존재하고 위반 시 제재가 사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여서 예방 기능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 제한 자체는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당한 규제라고 판단해 왔다. 다만 규제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외 인정 범위와 통제 장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결국 경찰 출신 인력의 로펌 이동 문제는 단순한 취업을 넘어 이해충돌 방지와 수사 공정성 확보라는 제도 설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참여연대는 “변호사 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퇴직 공직자의 로펌 취업을 일관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범죄 사건에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사건도 있고 무죄를 뒷받침할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대응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비정형적 반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개념이 ‘성인지 감수성’이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판결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행동을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법리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가해자에게 평온한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며 일정한 유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도 여
“피해자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주 제기하는 질문이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대응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피해자의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을 찾는다. 이미 법정구속이 되었거나 항소심을 앞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말이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판단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외에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객관적 물증이나 영상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사건에서는 결국 피해자 진술이 판단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재판 실무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될 경우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까지 내용 변화가 크지 않다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1심 판결문 상당수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문제는 진술의 일관성과 사실의 객관적 가능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한 개연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다. 따라서 사건 당시의 물리적 환경과 행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강제성 여부다. 상대
나는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다며 귀를 닫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잔소리가 그리워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때 조금만 더 귀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할 시간을 미뤘다. 이제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음식의 소중함도 몰랐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텔레비전 속 음식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한여름의 시원함과 한겨울의 따뜻함도 늘 당연하게 여겼다. 이제야 그 평범했던 편안함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알았다. 나는 참는 법을 모른 채 성질대로만 살아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냈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악물고 참는 법을 배운다. 늦게 배운 인내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힘든 일은 피하고 요행만 바라며 살았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그 선택들로 인해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 사실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추악하고 더러운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왔
거기는 힘든 건 없는지, 지낼 만한지, 한 번쯤은 와줄 만도 한데 어째 한 번도 오지를 않냐…. 그러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곧 있으면 네가 떠난 지 6년이 된다. 네가 그렇게 갈 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하던 일 다 제쳐두고 너를 만나러 갈걸 싶어 늘 후회하고 있다. 그랬다면 네가 떠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널 보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너와 난 어릴 적에 크면 소방관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자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난 힘들다며 포기했고, 너만 홀로 우직하게 약속을 지켜내려 노력했었어. 그러다 22살이 되던 해에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네가 소방관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가 생각나.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내가 포기한 약속을 지켜낸 널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그래서 일부러 더 격하게 축하해 줬었어. 그리고 속으론 늦게라도 너와의 약속을 지켜 너와 같은 소방관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임용 준비를 하던 중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네가 아닌 어머니께서 대신 전화를 받아 네 순직 소식을 전해주셨다. 설마 하는 마음에 네가 떠
아내 모르게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자본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매월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탓에 마음이 조급해 투기 형태로 투자를 하여 금방 원금이 바닥이 났다. 한 달 봉급으로는 상환이 불가능해 개인 파산, 신용불량자가 된 후 직장을 그만두었다. 모든 통장은 압류되었고, 부모님의 증여재산과 퇴직금으로도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두려움으로 술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다가 결국 알콜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보호자인 아내의 승인 없이는 채권자들의 방문이 금지되어 시달림에서는 멀어졌지만, 대신 아내와 아들들은 불안에 떨며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나는 가족으로부터 멸시받고, 친구와 지인들로부터는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아내와는 이혼했고, 아들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게 됐다. 모든 통장이 압류돼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 수당 등 정부 지원금은 압류 방지용 지킴이 통장을 이용했다. 회사 임금, 일용근로인부임은 아들 통장을 이용했다. 그러나 일자리가 변경될 때마다 법원의 압류결정문 사본과 가족관계등록부 등 관련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신용 회복을 위해 파산 처리 전문 업체를 수
오빠, 부부에서 서로를 제일 잘 아는 남 되기가 참 쉽다. 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지도 벌써 2년이나 되었네. 과거에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도 많이 주곤 했잖아. 그래서일까? 모든 걸 잊고 잘 살아가 보자는 오빠에게 난 결국 잡은 손을 놓자고 했지.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는 않아. 실감이 안 나는 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과거의 나는 늘 오빠 탓을 하며 오빠를 괴롭혔잖아. 더 이상 오빠가 그런 말들로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의 가장 예쁜 20대에 오빠를 만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살게 해줘서 고마웠어. 오빠가 힘든 만큼 나도 힘들 거고, 오빠가 아픈 만큼 나도 아플 거야.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불러보자! 준아, 넌 나의 20대 전부였어. 그래서 그게 참 고마워. 다음번에 사랑할 때는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 아~ 덕분에 내 20대 너무 예뻤다! - 대구에 있는 너에게, 사랑했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