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이용해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수십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코로나19 시기 도입된 비대면 대출 심사 절차의 허점을 노린 조직적 범행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혐의 등으로 총책 50대 A씨·모집책·공인중개사 등 5명을 구속 송치하고 허위 임차인 등 8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 일당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허위 임대차계약 69건을 체결한 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총 85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전세계약서와 주택임대차계약 신고필증만 제출하면 비대면 심사를 통해 대출이 실행되는 점을 노렸다. 일당은 사회초년생 등을 허위 임차인으로 모집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실행되면 전세보증금을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과정에는 변호사와 공인중개사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사는 주변 임차인들에게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허위 전세계약 참여를 권유하고 매매가보다 대출이 많은 이른바 ‘깡통전세’ 건물을 만들어 거래에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 임차인 대부분은 사회초년생이었다. 이들은 2년 동안 매달 100만~2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세보증금을 편취하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확대했고, 허위 계약 관련 증거를 확보해 일당을 검거했다.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절차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 3명을 구속한 뒤 추가로 2명을 구속해 최근 사건을 송치했다”며 “전세자금 대출제도를 악용한 범죄에 대해 앞으로도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행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사기 범행으로 얻은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유사 사건에서도 전세대출 제도 악용 범행에 유죄가 인정됐다. 2025년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은 모바일 앱을 통해 허위 전세계약서와 계약금 영수증, 주택임대차 계약신고필증 등을 제출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허위 임대차계약을 이용한 전세대출 사기는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을 동시에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 대출 구조상 피해 규모가 단기간에 크게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허위 임차인을 조직적으로 모집해 전세대출을 실행받는 방식은 범행 규모와 계획성이 인정될 경우 특정경제범죄법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비대면 심사 절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실거래 확인 절차와 사후 점검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유사 범행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마약류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두 달간 범정부 차원의 합동 특별단속에 나선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대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은 오는 16일부터 5월 15일까지 ‘범정부 상반기 마약류 합동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이번 단속은 지난 9일 열린 실무 마약류 대책협의회에서 확정된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 특별단속을 △국경 단계 유입 차단 △비대면 유통망 근절 △민생 침해 마약류 척결 세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우선 항공·해상 경로를 통한 마약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선박, 화물, 여행자에 대한 정밀 검사를 강화한다. 관세청은 자체 분석과 검찰·경찰·해경청·국정원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선별한 고위험 선박을 대상으로 합동 검색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선박을 이용한 대량 밀반입이 증가함에 따라 공해상 의심 선박에 대한 선저 검사와 정밀 검문검색도 확대한다. 해외 단계 차단을 위해 태국(2~3월), 라오스(4월)와의 국제 합동단속도 병행한다. 비대면 유통망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정부는 텔레그램과 다크웹 등 온라인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E-drug 모니터링 시스템’ 등 AI 기반 분석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대검찰청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합동수사를 진행하고,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 흐름까지 추적해 유통 조직을 차단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다크웹 전문수사팀과 합수본 온라인 유통범죄 전문수사팀, 경찰청 가상자산 전담 수사체계도 수사에 집중 투입된다. 클럽 등 유흥가와 외국인 밀집 지역에 대한 단속도 병행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법무부는 지역별 합동단속반을 구성해 업소 내부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관리도 강화된다. 식약처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분석해 오남용 우려 의료기관을 선별하고,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하반기 특별단속에서 약 7600명을 단속하고 마약류 약 2700㎏을 압수한 바 있다. 이러한 기관 간 공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도 범정부 차원의 무관용 단속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민 불안을 초래하는 마약류 범죄에 대해 한 치의 관용도 없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초등학생을 다치게 했지만 사고 직후 즉각적인 구호 조치를 한 운전자가 법원의 선처를 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12부(박정홍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2년이 지나면 형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A씨는 지난해 6월 경남 양산시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우회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B양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B양은 발목 골절 등 전치 10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A씨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진입 전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하고 전방 주시를 소홀히 했다며 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고 이후의 대응을 양형 판단에 반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직후 차량에서 내려 B양의 상태를 확인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이후 B양의 부모와 함께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한 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피해자 측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선고유예 사유를 밝혔다.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은 어린이를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자동차 통행 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유사 사건에서도 사고 후 구호 조치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됐다. 2020년 청주지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9세 아동에게 2주 상해를 입힌 뒤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이름이나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현장을 떠난 운전자에게 도주치상을 인정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필요한 조치에는 신원 고지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어린 피해자의 경우 ‘괜찮다’는 말만으로 구호 조치의 필요성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한편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보행 교통사고가 초등학교 저학년과 하교 시간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최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보행 어린이 사상자는 총 1816명(사망 12명·부상 1804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초등학교 저학년(만 7~9세)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만 8세 사상자가 324명(사망 5명)으로 가장 많았고 7세 307명(사망 1명), 9세 297명(사망 1명) 순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로는 정규 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가 471명, 학원 이동과 야외 활동이 많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가 495명으로 나타났다. 두 시간대 사상자만 전체의 53.1%를 차지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운전자에게 강화된 주의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에 책임이 무겁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사고 이후 피해자 구조나 신고 등 적절한 구호 조치를 신속히 이행했는지는 양형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직후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119 신고나 응급조치를 하는 등 책임 있는 대응을 했다면 법원이 반성 여부와 함께 이를 참작할 가능성도 있다”며 “운전자들은 스쿨존에서는 일시정지와 서행 등 기본적인 교통 수칙을 철저히 지켜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범죄 사건에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사건도 있고 무죄를 뒷받침할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대응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비정형적 반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개념이 ‘성인지 감수성’이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판결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행동을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법리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가해자에게 평온한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며 일정한 유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도 여
“피해자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주 제기하는 질문이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대응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피해자의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을 찾는다. 이미 법정구속이 되었거나 항소심을 앞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말이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판단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외에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객관적 물증이나 영상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사건에서는 결국 피해자 진술이 판단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재판 실무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될 경우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까지 내용 변화가 크지 않다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1심 판결문 상당수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문제는 진술의 일관성과 사실의 객관적 가능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한 개연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다. 따라서 사건 당시의 물리적 환경과 행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강제성 여부다. 상대
나는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다며 귀를 닫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잔소리가 그리워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때 조금만 더 귀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할 시간을 미뤘다. 이제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음식의 소중함도 몰랐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텔레비전 속 음식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한여름의 시원함과 한겨울의 따뜻함도 늘 당연하게 여겼다. 이제야 그 평범했던 편안함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알았다. 나는 참는 법을 모른 채 성질대로만 살아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냈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악물고 참는 법을 배운다. 늦게 배운 인내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힘든 일은 피하고 요행만 바라며 살았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그 선택들로 인해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 사실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추악하고 더러운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왔
거기는 힘든 건 없는지, 지낼 만한지, 한 번쯤은 와줄 만도 한데 어째 한 번도 오지를 않냐…. 그러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곧 있으면 네가 떠난 지 6년이 된다. 네가 그렇게 갈 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하던 일 다 제쳐두고 너를 만나러 갈걸 싶어 늘 후회하고 있다. 그랬다면 네가 떠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널 보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너와 난 어릴 적에 크면 소방관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자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난 힘들다며 포기했고, 너만 홀로 우직하게 약속을 지켜내려 노력했었어. 그러다 22살이 되던 해에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네가 소방관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가 생각나.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내가 포기한 약속을 지켜낸 널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그래서 일부러 더 격하게 축하해 줬었어. 그리고 속으론 늦게라도 너와의 약속을 지켜 너와 같은 소방관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임용 준비를 하던 중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네가 아닌 어머니께서 대신 전화를 받아 네 순직 소식을 전해주셨다. 설마 하는 마음에 네가 떠
아내 모르게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자본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매월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탓에 마음이 조급해 투기 형태로 투자를 하여 금방 원금이 바닥이 났다. 한 달 봉급으로는 상환이 불가능해 개인 파산, 신용불량자가 된 후 직장을 그만두었다. 모든 통장은 압류되었고, 부모님의 증여재산과 퇴직금으로도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두려움으로 술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다가 결국 알콜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보호자인 아내의 승인 없이는 채권자들의 방문이 금지되어 시달림에서는 멀어졌지만, 대신 아내와 아들들은 불안에 떨며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나는 가족으로부터 멸시받고, 친구와 지인들로부터는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아내와는 이혼했고, 아들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게 됐다. 모든 통장이 압류돼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 수당 등 정부 지원금은 압류 방지용 지킴이 통장을 이용했다. 회사 임금, 일용근로인부임은 아들 통장을 이용했다. 그러나 일자리가 변경될 때마다 법원의 압류결정문 사본과 가족관계등록부 등 관련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신용 회복을 위해 파산 처리 전문 업체를 수
오빠, 부부에서 서로를 제일 잘 아는 남 되기가 참 쉽다. 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지도 벌써 2년이나 되었네. 과거에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도 많이 주곤 했잖아. 그래서일까? 모든 걸 잊고 잘 살아가 보자는 오빠에게 난 결국 잡은 손을 놓자고 했지.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는 않아. 실감이 안 나는 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과거의 나는 늘 오빠 탓을 하며 오빠를 괴롭혔잖아. 더 이상 오빠가 그런 말들로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의 가장 예쁜 20대에 오빠를 만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살게 해줘서 고마웠어. 오빠가 힘든 만큼 나도 힘들 거고, 오빠가 아픈 만큼 나도 아플 거야.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불러보자! 준아, 넌 나의 20대 전부였어. 그래서 그게 참 고마워. 다음번에 사랑할 때는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 아~ 덕분에 내 20대 너무 예뻤다! - 대구에 있는 너에게, 사랑했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