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을 해외 범죄조직으로 유인하는 통로로 지목된 ‘하데스 카페’에서 범행에 가담한 송금책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노유경)는 1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수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히는 등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피고인이 일부 피해자를 상대로 직접 금품을 편취하는 범행에도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편취 금액이 6600만원에 이르고, 과거 사기 범행으로 수십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준법의식이 부족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송금책 역할을 하며 범죄수익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는 단순히 통장을 넘겼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반복적인 사기 가담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 결과 A씨는 이른바 ‘하데스 카페’에서 공범들과 수사 대응 방법 등을 공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카페는 2023년 11월 개설된 이후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내세워 보이스피싱 가담자와 대포통장 모집을 중개해 온 대표 플랫폼이다. 특히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범죄조직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 카페는 불법 행위를 연결하는 온라인 창구로 기능해 온 점에서 수사기관의 주목을 받았다.
장기간 간병에 지친 가족이 환자를 숨지게 하는 이른바 ‘간병 살인’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음에도 돌봄 부담이 개인과 가족에게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치매를 앓던 90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보고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약 10년 전부터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홀로 간병해 온 유일한 가족”이라며 “사건 발생 2년 전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병에 전념해 왔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1일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방바닥에 누워 있던 아버지를 침대로 옮기던 중, 부친이 손을 깨물며 저항하자 범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간병 살인은 경제적 부담과 극심한 피로로 인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확인된 간병 살인 사건은 228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을 지목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연간 사적 간병비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하루 약 11만~15만원, 한 달 기준 300만~4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간병비 상당 부분이 여전히 공적 보장 체계 밖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병원 입원 중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가계에 전가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입원 간병이나 중증·치매 환자의 상시 돌봄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도 지적된다. 이로 인해 가족이 직접 간병을 맡거나 추가 인력을 사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경우 간병비 지출뿐 아니라 소득 감소까지 겹치며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진다. 장기화될 경우 부채 증가나 빈곤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공적 대안이 확대되고 있으나 공급량과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어 필요한 환자에게 즉시 제공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경제적 압박과 돌봄 스트레스가 결합되면서 가족 갈등, 우울, 번아웃은 물론 극단적 사건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미화 의원은 지난 2월 5일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과 의료급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입원 환자 간병을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의 급여 항목으로 명시하고 간병비를 공적 보장 체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전부 또는 일부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서 의원은 “급증하는 간병 부담으로 한 가정이 파탄에 이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지는 간병 보장 체계를 구축해 ‘간병 파산’과 ‘간병 살인’이라는 표현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고령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2007년부터 경찰청 범죄 통계에 ‘간병 살인’을 별도 동기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으며, 간병 지원 제도도 함께 강화해 왔다.
16년 전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인 우즈베키스탄 국적 보조로브 아크말씨의 재심 사건 네 번째 심문기일이 열렸다.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환)는 16일 강도살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아크말씨 측이 청구한 재심 사건 4차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범행 도구로 지목된 흉기 판매 여부와 자백 경위를 둘러싼 수사 과정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대산마트 운영자 A씨는 “가게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취급하거나 판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10평이 채 되지 않는 마트에서 담배와 라면, 과자 등 생활용품을 주로 팔았고, 칼이나 가위 같은 공구류는 취급하지 않았다”며 “바로 옆 철물점에서 관련 물품을 판매해 별도로 들여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업용 커터칼을 본 적도 없고, 외국인에게 판매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당시 상황을 묻자 A씨는 “사건 자체를 최근에서야 알았고, 수사기관의 조사 여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함께 출석한 A씨의 딸 역시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하며 공업용 커터칼을 판매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아크말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범행 도구 구매 여부와 같은 핵심 진술이라면 별도의 진술조서로 남겨져야 하는데 관련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수사 절차의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중부경찰서 형사였던 B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자백 경위를 둘러싼 수사 방식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B씨는 조사 과정에서 다른 사건의 DNA가 확보된 것처럼 언급하며 추궁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자백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맞다”면서 “수사를 하다보면 그런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리적 강압 여부에 대해서는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반면 아크말씨 측은 폭행과 협박,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자백의 임의성을 문제 삼았다. 아크말씨는 법정에서 “시간이 지나면 돌아가게 된다는 취지의 말을 들으며 진술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직접적인 물증은 없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했다”며 “지금도 피고인이 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사 기록 관리와 관련해서는 일부 자료 누락 가능성도 제기됐다. B씨는 “서부경찰서에서 넘겨받은 기록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또 다른 중부경찰서 형사 C씨의 증언에서는 통신 기록의 한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C씨는 통화내역 분석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통신 기록만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이는 통신 기록이 통화 시점과 기지국 접속 정보를 확인하는 데 그쳐 특정 장소에 있었는지를 직접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사건은 2009년 3월 창원시 명서동 주택가에 주차된 택시에서 50대 기사 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아크말씨는 이후 다른 사건으로 체포돼 조사받던 중 해당 사건을 자백해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요즘 판사들 사이에서 ‘몸 사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혹시라도 법왜곡죄로 고발당할까 봐 조금이라도 재량이 필요한 판단은 피한다는 것이다. 2026년 3월 12일,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법왜곡죄’가 신설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20명에 가까운 법관과 검사가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하는 사법권력의 남용을 막겠다는 숭고한 취지가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왜곡죄 도입 취지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관이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되었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러한 제도적 통제 장치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법왜곡죄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원칙이 사법기관의 ‘권력 남용’을 위한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정의로운 칼이 현실에서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법왜곡죄라는 칼날의 위협은 부
그동안 우리 법조계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은 ‘의무로서 존재하지만 행사할 수 없는 권리’에 가까웠다. 기존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만을 부과했을 뿐,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맞서 의뢰인의 자료를 지켜낼 적극적인 ‘권리’는 명시하지 않았다. 대법원 2024모730 결정은 바로 이 법적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사건은 자산운용사 대표가 부실 펀드 판매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수사기관이 별건 혐의의 영장을 활용하여 변호인과 주고받은 의견서, 진술서 초안, 반대신문 대비 자료 등 약 12만 개의 이메일을 압수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 관련 법률자문 서류를 압수하는 것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ACP는 단순한 변호사의 윤리적 의무를 넘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의뢰인의 ‘헌법적 성역’으로 확립되었다. 문서 보호의 기틀을 세운 것이 2024모730 결정이라면,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도4422 판결은 그 보호의 범위를 ‘의사소통의 매체’ 전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압수물도 확보됐고 국과수 결과도 나와 1심 판결까지 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체념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면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제한되니 재판은 멀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을 다투어 증거능력 배제를 이끌어내는 사례들이 생긴다. 그 사건들도 이미 다 확정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영장이 정한 선을 넘는 순간부터 증거는 흔들렸다. 영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헌법이 그어놓은 경계다. 그 선을 넘은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무너질 수 있고 항소심은 그 경계를 묻는 절차의 재판이다. 한 사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을 수사한 경우를 들어보면, 수사기관은 케타민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필로폰 관련 전자정보를 보았고, 별도 영장 없이 추가 탐색·복제·분석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르면 압수·수색·검증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는 혐의사실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 혐의를 ‘탐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전자정보는 특히 위험하다. 휴대
서울시가 서울 전역에 설치된 약 12만 3천여 대의 CCTV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AI 영상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당 시스템이 전 자치구에 도입되면 서울 전역의 CCTV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활용할 수 있어 실종자 수색과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 어디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서울 시민의 얼굴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하고 축적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면 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보가 공공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관리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명확한 법적 기준과 관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편의성이라는 명분 아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한때 중국이 CCTV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이제 유사한 기술이 우리 사회에도 도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