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범죄 거점을 기반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스캠’을 벌인 조직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이태순)는 미얀마에 근거지를 둔 로맨스 스캠 조직을 적발하고 조직원 9명을 범죄단체가입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입건했다. 합수부는 이 가운데 20~30대 조직원 5명을 구속 상태로 기소했으며, 3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해외 콜센터에서 상담 역할을 했던 30대 남성 1명은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추적 중이다. 수사는 지난해 6월 관련 제보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국내 자금세탁 조직원 A씨(26)를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해 관리책과 인력 모집책, 상담책 등으로 구성된 조직 구조를 확인했다. 이 조직은 미얀마의 이른바 ‘원구단지’에 거점을 두고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지역은 카지노와 유흥시설, 온라인 사기 조직이 밀집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KK파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합수부는 수사 과정에서 국내 자금세탁책 A씨의 압수물 가운데 공범 B씨에게 입단속을 지시하는 내용의 서신을 확보했다. 이 서신에는 “미얀마 관련 내용에 대해 진술 거부했다”며 공범들의 입단속을 지시하는 취지의 문구가 담겨 있었고, 이를 통해 조직원들의 역할과 범죄단체 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인력 모집책 B씨(26)를 다른 사건으로 구속해 조사하고 있었으나 진술 거부로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이후 합수부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관련 공범들이 추가로 검거됐다. 합수부는 또 해외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활동했던 일부 조직원들이 귀국 이후 국내 자금세탁 조직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계속 관여하는 경향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합수부 관계자는 “미얀마 범죄단지와 연계된 추가 공범이 있는지 여부를 계속 확인할 예정”이라며 “범정부 초국가적 범죄 특별대응 TF와 협력해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 이후 기업들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의 책임 범위를 넓히는 ‘실질적 지배·결정력’ 개념이 도입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해석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된 노조법 2·3조 시행 이후 기업들이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와 단체교섭 의무 등을 검토하기 위해 로펌에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한 사업주가 사용자로 인정됐지만,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대해 사실상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주체까지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임금 수준, 근로환경, 작업 방식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사용자로 판단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원청과 하청 구조가 일반적인 제조업, 조선업, 건설업 등에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는 직접 고용된 하청업체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협상해 왔지만,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원청이 업무 지휘나 안전 관리, 임금 체계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평가될 경우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핵심 쟁점은 ‘실질적 지배·결정력’의 판단 기준이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어느 수준까지 개입해야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체교섭 구조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도 참고 사례로 언급된다. 대법원은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정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한 교섭창구 단일화로도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또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존재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만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된다”며 “이러한 예외적 사정에 대해서는 교섭단위 분리를 주장하는 측이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선고 2022두53716 판결) 해당 사건에서는 교육공무직 가운데 ‘호봉제 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 사이에 임금체계 등 일부 차이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근로조건이나 업무 내용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대법원은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이 단체교섭 체계에서 교섭단위 분리를 예외적으로만 인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교섭 구조 변화 역시 기업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은 복수의 노조와 동시에 교섭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교섭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쟁의 범위 확대 가능성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전형적인 근로조건이 분쟁의 중심이었지만, 해고나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이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 이전이나 외주화 추진, 생산 물량 조정 등 경영상 의사결정이 어느 범위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대체 인력 투입 범위 등 세부 기준 역시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로펌들도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등 대형 로펌은 노조법 개정 대응 전담팀을 구성하고 기업 대상 자문을 강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과 율촌도 대응 조직을 확대했으며, 법무법인 세종 역시 관련 태스크포스를 기반으로 단체교섭 대응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을 앞두고 헌법재판소가 제도 운영 방향과 준비 상황을 공개했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 이후 ‘사실상 4심제’라는 비판이 제기되지 않도록 제도 운용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헌법재판소는 서울 종로구 헌재 별관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제도의 취지와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이 참석해 제도 운영 방향을 소개했다. 손 처장은 “재판소원 도입으로 이른바 ‘4심제’로 비칠 수 있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며 “법원과 헌재가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 권력이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국민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헌법적 통제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심급제도와 재판소원이 함께 작동하면 기본권 보호 체계가 보다 촘촘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소원 제도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공포돼 관보에 게재되는 시점부터 시행된다. 공포 시점은 빠르면 이번 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법원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 헌재에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법 시행 이전에 확정된 판결이라도 시행 이후에는 청구가 가능하다. 심판 대상은 원칙적으로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다. 1심·2심·3심 판결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상소 절차가 남아 있음에도 이를 거치지 않고 헌재에 바로 재판소원을 제기하면 보충성 원칙 위반으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실제 심판 대상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재판소원 심판을 통해 해당 판결을 취소할 경우 판결의 효력은 소급해 사라진다. 다만 사건을 어느 심급에서 다시 심리할지는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재판소원 제기만으로 판결 효력이 자동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 사건의 경우 형 집행도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헌재가 가처분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집행 정지 등 잠정 조치가 가능하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 이후 연간 접수 사건이 약 1만 건에서 1만5000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상당수 사건은 요건 심사 단계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 처장은 “헌재는 법원의 사실 판단이나 법률 적용을 다시 심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헌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이나 권한 문제를 중심으로 심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소원 제도는 기존 헌법소원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평가된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법원의 재판’을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이 때문에 법원의 확정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헌법적 통제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법원의 확정판결도 일정한 요건 아래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그동안 판례를 통해 재판소원 금지 원칙에 제한적인 예외를 인정해 왔다. 헌재는 위헌 결정된 법률을 법원이 그대로 적용해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의 경우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후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등으로 그 범위를 일부 확대해 왔는데, 이번 제도 도입은 이러한 판례 법리를 입법적으로 정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는 제도 시행에 대비한 내부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재판소원 사건 번호는 기존 헌법소원과 동일하게 ‘헌마’ 체계를 사용하기로 했다. 또 사건의 적법 여부를 먼저 검토하는 전담 사전심사부를 구성해 약 15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헌법연구관 8명이 심사를 맡을 예정이다. 행정적인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 헌재는 약 10명 규모의 행정준비단을 꾸려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따른 행정 절차와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있으며 사건 접수와 심판 절차에 필요한 규칙 개정도 법안 공포 시점에 맞춰 시행할 계획이다. 전자 접수 시스템 구축도 완료됐다. 헌재 홈페이지에는 재판소원 청구 절차와 작성 방법이 안내될 예정이며 전화와 방문 상담을 위한 안내 자료도 마련된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이 임박하면서 법조계에서도 대응 준비가 시작됐다. 특히 대형 로펌들은 헌재 출신 변호사를 중심으로 관련 사건 대응 체계를 정비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분위기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주요 로펌들은 재판소원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헌재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이 향후 헌법소송 시장 확대와 함께 법률 서비스 시장 구조에도 일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주 제기하는 질문이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대응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피해자의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을 찾는다. 이미 법정구속이 되었거나 항소심을 앞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말이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판단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외에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객관적 물증이나 영상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사건에서는 결국 피해자 진술이 판단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재판 실무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될 경우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까지 내용 변화가 크지 않다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1심 판결문 상당수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문제는 진술의 일관성과 사실의 객관적 가능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한 개연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다. 따라서 사건 당시의 물리적 환경과 행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강제성 여부다. 상대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일상의 관심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선다. “오늘 학교는 어땠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를 묻는 평범한 대화는 아이의 생활을 지켜보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가 구속 상태에 놓일 경우 이러한 역할은 사실상 중단된다. 문제는 그 공백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최근 교정시설 수용자 상담 과정에서는 자녀가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사례가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는 학교 방문이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폭력 절차는 보호자의 상황과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사실관계 조사, 진술서 작성,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부 여부 판단 등 주요 절차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보호자 부재가 곧 대응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심의위원회의 판단 역시 과거보다 엄격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 대응이나 소극적 대응은 오히려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속된 부모의 경우 무엇보다 ‘대리 보호자 지
오빠, 부부에서 서로를 제일 잘 아는 남 되기가 참 쉽다. 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지도 벌써 2년이나 되었네. 과거에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도 많이 주곤 했잖아. 그래서일까? 모든 걸 잊고 잘 살아가 보자는 오빠에게 난 결국 잡은 손을 놓자고 했지.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는 않아. 실감이 안 나는 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과거의 나는 늘 오빠 탓을 하며 오빠를 괴롭혔잖아. 더 이상 오빠가 그런 말들로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의 가장 예쁜 20대에 오빠를 만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살게 해줘서 고마웠어. 오빠가 힘든 만큼 나도 힘들 거고, 오빠가 아픈 만큼 나도 아플 거야.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불러보자! 준아, 넌 나의 20대 전부였어. 그래서 그게 참 고마워. 다음번에 사랑할 때는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 아~ 덕분에 내 20대 너무 예뻤다! - 대구에 있는 너에게, 사랑했던 내가.
이 글을 쓰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2023년 3월에 구속되었거든요. 같은 해 6월 19일, 제 생일에 아버지께서 눈을 감으셨습니다. 루게릭병을 앓아 온몸의 근육이 다 빠진 채로 쓸쓸히 돌아가셨어요. 저는 집행유예도 있었기에 이번 사건으로 구속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정신 나간 행동을 했거든요.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렸고요. 저를 믿어주시던 목사님, 사모님께서 필리핀에 선교를 가신다고 해서 사택에 몰래 들어가 체크카드 2개를 훔쳤습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하며 수용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징역을 살면서도 전 불량아였습니다. 미결 때 징역 3번, 기결 때 4번, 훈방 1번… 징벌방을 8번이나 들락날락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분명히 있었지만… 결국 임종도 지키지 못한 천하의 후레자식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죽기 직전까지 제 걱정을 하셨습니다. 피해를 입은 목사님과 사모님께 저 대신 용서를 구하셨고, 아프신 와중에도 저만 생각하다가, 저만 기다리다가 그렇게 눈을 감으셨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아버지가 늘 힘들고 무서웠습니다. 아버지 뜻대로 살지 못하는 장남이었고, 두 동생에게도 피해만 주
2018년 1월, 지금은 없어진 ○○교도소 전기기능사 직업훈련 공과 훈련 시작 직후 있었던 일이다. 훈련생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로 꽤 젊은 축이었는데, 개중 돋보이는 62세 어르신 한 분이 계셨다. 그 어르신은 자기소개 시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은퇴 후 좋지 못한 일에 연루되어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이 나이에도 직업훈련을 신청한 이유는 출소 후 아파트 경비원 일을 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전기기능사와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이 있으면 경비원 취직 시 우대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교도소에 들어왔다고 해서 마냥 절망만 하지 마시고, 이곳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 인생 설계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1년간 선생님과 반장, 숙련공을 포함한 모든 훈련생들이 이 어르신을 도와드렸다. 어르신은 12월 말 시험 당일 가석방으로 출소하시게 되었지만, 소장님과 선생님, 직원분들의 도움으로 교도소 안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무사히 전기기능사와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나를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훈련생들이 그 어르신의 자기소개를 듣고 마음에 깊은 울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 전까지만 해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지내
저는 일주일 중 한 번 있는 전화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허락된 시간은 단 5분뿐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이 힘든 생활도 잊어버린 채 짧고 소중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는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셨습니다. 회사 일로 바쁘고 피곤하실 텐데도 아들 기죽지 말라며 학부모회 임원까지 맡으셨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 늘 나서서 도와주셨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을 때도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덕분에 원하는 과에 입학한 것은 물론 졸업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에서 그릇된 행동을 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후, 아버지와의 첫 접견 때가 떠오릅니다. 며칠을 못 주무셨는지 충혈되어 있던 눈, 말씀하실 때마다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던 손, 어느새 흰서리가 가득 내린 머리카락을 보고 죄스러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버지는 그 순간에도 저에게 “걱정하지 마라. 아프지 말고 힘내고 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동생과 함께 편의점 일을 하시며 하루 19시간의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젊은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