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교정 분야를 둘러싼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교정 현안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장관 취임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과 제도 정비, 국립묘지 안장 대상 확대 등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정공무원 사회의 오랜 숙원사업인 ‘교정청 독립’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채현일 의원은 법무부 산하 교정본부를 외청인 ‘교정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교정청 신설 논의는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사안으로, 이번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19일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실이 교정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정본부는 내부적으로 교정청 신설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으나 입법 진행 상황과 관계부처 협의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교정행정은 징역·금고·벌금 등 형 집행 전반에 대한 지휘 권한 구조 속에서 상당 부분 검찰의 지휘를 받고 있는 상태다. 다만 해당 권한을 교정으로 이관하는 방안은 실무 차원에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응이 여전히 수동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 여러 차례…번번이 막힌 ‘교정 법안의 벽’ 교정청 신설을 포함한 교정 분야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대부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명수 의원과 정성호 장관 역시 국회의원 시절 교정청 독립과 교정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안을 발의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법안 발의 이후 실질적인 논의와 설득 과정이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돼 온 셈이다. 법안은 단순 발의에 그치지 않는다. 상임위원회 심사, 법안심사소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예산 문제, 타 직군과의 형평성, 정부 입장 정리 여부 등에 따라 장기간 계류되는 경우가 많다. 교정 분야 법안 역시 이 같은 절차 속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온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정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안을 비롯해 정신건강 지원, 수용자 처우 개선, 국립묘지 안장 대상 확대 등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실제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교정공무원의 국립묘지 안장 문제는 대표적인 형평성 논란 사안이다. 현재 30년 이상 재직한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국립호국원 안장 대상에 포함되지만 교정공무원은 제외돼 있다. 고위험 환경에서 근무하며 국가 중요시설을 방호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교정기획과 “보여주기식 홍보”…실질 역할은 없어 이와 관련해 교정본부 교정기획과는 최근 교도관이 수용자로부터 폭행당하는 영상을 뉴스에 어러차례 공개하며 현장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입법 설득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이미 교정공무원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단순한 영상 노출만으로는 입법 설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이 발의됐다면 교정이 직접 나서 의원들과 관련 단체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보훈부도 타 직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훈부 관계자는 <더시사법률>에 “교정공무원의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려면 단순한 영상 홍보보다는 보훈단체와의 협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뉴스 인터뷰에 응한 한 전직 교도관 역시 “방송사가 교정공무원의 노고보다 폭행 장면만 부각해 소비하려는 것처럼 느껴져 씁쓸했다”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교정기획과의 홍보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폭행 장면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 교정공무원을 기피 직종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일부 정신질환 수용자만을 부각해 전체 수용자를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이 수용자의 교정·교화와 사회 복귀라는 교정행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교정기획과 홍보 논란, 구조적 문제로 지적 교정기획과의 보여주기식 홍보 방식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교정본부 교정기획과 소속 한 교감은 <월간교정>지에 ‘교정정책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좋은 정책도 홍보가 반이다”, “유튜브와 SNS 시대에는 선제적 홍보가 필요하다”며 교정본부의 유튜브 운영, 지역 축제 참가, 인플루언서 협업 등 ‘대외 홍보 성과’를 나열했다. 그러나 일선 교도관들은 이에 대해 “현장을 경험하지 않은 사무직의 자기자랑”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교도관은 “중독 재활, 교화 프로그램, 과밀수용 문제 같은 구조적 현안은 외면한 채 보도 건수만 강조하는 것은 낯 뜨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교정의 날 기념식에서는 고위 간부 중심의 포상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작 현장 교도관은 배제됐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검찰개혁 논의 속 ‘교정 권한’은 사각지대 교정본부의 수동적 대응은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검찰개혁추진단이 출범하고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검찰이 보유한 교정행정 권한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개혁추진단 관계자는 “교정행정과 관련된 별도 논의는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특별사법경찰 문제 등이 간접적으로 연결될 수는 있지만, 그 외 추가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검찰이 교정 권한 전반을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교정에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명해야 알 수 있다”며 “검찰의 교정권한에 대해 모르는 위원들이 많아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관련 권한 확보를 위해 국회와 추진단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대비된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성호 장관은 최근 업무보고 자리에서 법무부의 입법 대응 방식을 직접 지적했다. 그는 “법안을 의원에게 맡기고 끝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관이 직접 입법 과제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 지도부와 상임위원회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정 분야 입법의 문제는 발의 이후 단계 대응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 내부 전략 수립, 관계부처 협의, 국회 설득, 여론 형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이번에도 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교정본부 교정기획과가 단순 홍보 기능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국회와 관계부처를 설득하고 제 기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가 노후화와 과밀수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안양교도소에 대해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열악한 수용 환경이 다시 확인되는 데 그치며 실질적인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5일 안양교도소에서 ‘제2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을 실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시설 노후 상태와 수용 환경을 점검하고 과밀수용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됐다. 그러나 점검 결과는 기존에 지적돼 온 문제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1963년 준공된 안양교도소는 전국 교정시설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시설 중 하나다. 수차례 보수 작업이 이뤄졌지만 시설 노후화와 과밀 수용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 약 24.6㎡ 규모의 혼거실에 정원 9명을 초과해 15~17명이 수용되고, 많게는 20명까지 생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수용자 1인당 면적 역시 국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현재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 면적은 1.23~1.64㎡ 수준으로, 국제적십자위원회가 권고하는 3.4㎡ 기준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장 인력 부족 문제점 제시…개선책은 없어 과밀 수용 문제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안양교도소는 정원 1700명 대비 2284명이 수용돼 수용률이 134.4%에 달한다.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 역시 1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특정 시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구조적 과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관리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야간 기준 약 30명의 인력이 2000명이 넘는 수용자를 관리하는 상황으로, 1인당 관리 부담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KBS 보도에 따르면 교정본부는 교도관 1명이 최대 100명에 가까운 수용자를 담당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교정본부의 인력 운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교도관은 “본부가 인력 부족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현장 인력은 충원되지 않는다”며 “본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인력 보충 없이 문제만 부각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신축 필요성 공감…실행은 제자리 과밀 수용과 인력 부족은 단순한 생활 여건 문제를 넘어 교정 기능 전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용자 개별 관리와 상담, 재활 프로그램 운영이 제한되면서 교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중장기 계획을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상태다. 법무부는 ‘제2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2026~2030)’을 통해 독거실 비율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수용률을 10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치권에서도 교정시설 확충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안양교도소 이전과 관련해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재정 의원 역시 노후 시설 개선과 수용 환경 개선, 지역 민원 해소를 이유로 이전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문제는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지역 주민 반발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교정시설 신축과 이전에는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부지 선정 단계부터 인근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히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양시와 법무부가 2022년 ‘안양 법무시설 현대화 및 이전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인접 지역 반발로 사업은 현재까지 지연된 상태다. 이처럼 문제와 대책이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음에도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교정본부의 교정본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정본부는 교도소 내부를 공개하며 열악한 수용 환경과 교도관의 근무 여건을 알리려 했지만, 보도 이후 교정시설 증축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됐다. 국민들은 “외국에 비하면 국내 교도소는 천국이다”, “교도소는 교도소다워야 한다”, “왜 교도소를 새로 짓고 보수해야 하느냐”는 반응이 이어지며 오히려 교정시설 확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약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한 교정 전문가는 “과밀 수용과 인력 부족이 교화 기능 약화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순한 계획 수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본부가 나서서 현장 인력 재배치와 전문 인력 확충을 병행하고, 시설 이전 과정에서도 주민과의 협의 구조를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여기자에게 스토킹과 협박을 이어간 50대 남성 유튜버 사건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는 수년간 이어진 범행 끝에 유서를 고민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1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2021년 피해자 A씨는 지인을 통해 “한 유튜버가 기자에게 정자를 주겠다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직접 확인에 나섰다. 영상에는 특정 기자를 지목한 성적 표현이 담겨 있었고, 일상 영상에도 피해자를 겨냥한 노골적인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특정인을 대상으로 내용을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한 경우로, 스토킹범죄 성립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현행법은 우편이나 정보통신망을 통해 글이나 영상 등을 전달하는 행위도 스토킹행위에 포함하고, 이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할 경우 범죄로 규정한다. A씨는 즉시 플랫폼에 신고했고 해당 채널은 삭제됐다. 하지만 가해자는 A씨에게 협박 메일을 보내며 "정자를 주겠다는 게 왜 성희롱이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고 금전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남성을 고소했고 사건은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가해자는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 영상을 올렸고, 도끼를 머리맡에 둔 채 위협적인 발언을 하는 등 공포를 조성했다. 이후 남성은 2023년 3월 징역 1년, 2024년 4월 같은 범행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그러나 수감 이후에도 범행은 이어졌다. 수감 중에도 피해자에게 협박 편지를 수차례 발송하고, 음란한 그림과 성적 내용이 담긴 글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음란 소설을 유포하고 동료 기자들에게까지 편지를 보내는 등 2차 가해도 계속됐다. A씨는 추가 고소를 진행했지만,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누범 기간 중 범행임에도 가중처벌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형법은 금고 이상의 형 집행 종료 또는 면제 후 3년 이내 다시 금고 이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누범으로 보고 형을 가중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먼저 종료된 형을 기준으로 누범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 역시 각 형의 집행 종료 시점과 추가 범행 시점에 따라 누범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공소장 기재와 법원의 판단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후 누범 가중 적용 누락을 인정하고 변론 재개와 공소장 변경,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신청했다. 스토킹 재범 위험성이 인정될 경우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선고될 수 있다. A씨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며 “끝까지 대응해 의미 있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요즘 판사들 사이에서 ‘몸 사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혹시라도 법왜곡죄로 고발당할까 봐 조금이라도 재량이 필요한 판단은 피한다는 것이다. 2026년 3월 12일,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법왜곡죄’가 신설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20명에 가까운 법관과 검사가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하는 사법권력의 남용을 막겠다는 숭고한 취지가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왜곡죄 도입 취지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관이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되었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러한 제도적 통제 장치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법왜곡죄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원칙이 사법기관의 ‘권력 남용’을 위한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정의로운 칼이 현실에서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법왜곡죄라는 칼날의 위협은 부
그동안 우리 법조계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은 ‘의무로서 존재하지만 행사할 수 없는 권리’에 가까웠다. 기존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만을 부과했을 뿐,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맞서 의뢰인의 자료를 지켜낼 적극적인 ‘권리’는 명시하지 않았다. 대법원 2024모730 결정은 바로 이 법적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사건은 자산운용사 대표가 부실 펀드 판매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수사기관이 별건 혐의의 영장을 활용하여 변호인과 주고받은 의견서, 진술서 초안, 반대신문 대비 자료 등 약 12만 개의 이메일을 압수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 관련 법률자문 서류를 압수하는 것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ACP는 단순한 변호사의 윤리적 의무를 넘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의뢰인의 ‘헌법적 성역’으로 확립되었다. 문서 보호의 기틀을 세운 것이 2024모730 결정이라면,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도4422 판결은 그 보호의 범위를 ‘의사소통의 매체’ 전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압수물도 확보됐고 국과수 결과도 나와 1심 판결까지 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체념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면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제한되니 재판은 멀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을 다투어 증거능력 배제를 이끌어내는 사례들이 생긴다. 그 사건들도 이미 다 확정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영장이 정한 선을 넘는 순간부터 증거는 흔들렸다. 영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헌법이 그어놓은 경계다. 그 선을 넘은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무너질 수 있고 항소심은 그 경계를 묻는 절차의 재판이다. 한 사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을 수사한 경우를 들어보면, 수사기관은 케타민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필로폰 관련 전자정보를 보았고, 별도 영장 없이 추가 탐색·복제·분석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르면 압수·수색·검증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는 혐의사실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 혐의를 ‘탐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전자정보는 특히 위험하다. 휴대
서울시가 서울 전역에 설치된 약 12만 3천여 대의 CCTV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AI 영상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당 시스템이 전 자치구에 도입되면 서울 전역의 CCTV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활용할 수 있어 실종자 수색과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 어디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서울 시민의 얼굴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하고 축적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면 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보가 공공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관리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명확한 법적 기준과 관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편의성이라는 명분 아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한때 중국이 CCTV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이제 유사한 기술이 우리 사회에도 도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