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을 공범이자 외조카인 일명 '흰수염고래'가 필리핀 현지에서 필리핀 현지에서 국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지난 12일 검사 1명과 수사관 등 9명을 필리핀 마닐라로 파견해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A 씨를 면담 조사했다. A씨는 박왕열의 외조카로, 2024년부터 마약 밀수와 국내 유통에 관여한 핵심 공범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A씨 외에도 필리핀 외국인수용시설과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조직 관련자 일부를 추가로 접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현지에서의 강제수사가 아닌, 상대국 협조를 전제로 하는 국제형사사법공조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해외에서 확보된 진술과 자료는 국내 형사재판에서 그대로 증거로 사용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조 절차의 적법성이 증거능력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외국에서 직접 강제수사를 하는 구조라기보다 국제형사사법공조 틀 안에서 상대국의 허용과 협조를 전제로 진행되는 절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확보된 진술이나 자료는 그대로 증거로 사용되기 어렵고, 공조 절차의 적법성이 증거능력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단순히 해외에서 수집됐다는 이유만으로 폭넓은 증거능력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 확보된 진술서나 녹취 등은 전문증거로 평가돼 형사소송법상 요건 충족 여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원진술자의 법정 출석 및 반대신문 기회 보장,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여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다. 또 원진술자가 해외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진술불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공조 절차를 통한 소환 시도 등 가능한 수단을 다했는지도 함께 고려될 전망이다. 합수본은 귀국 후 현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왕열의 범죄 혐의 입증을 보강하고 있다. 박왕열의 구속기간이 오는 22일 만료되는 만큼 검찰은 기한 내 기소를 목표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던 중 국내 마약 유통을 지휘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송환돼 수원구치소에 수감됐다. 수사당국은 박왕열이 2019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필로폰 12.7㎏을 포함해 총 17.7㎏ 상당의 마약류를 밀수하거나 유통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 약 63억 원 규모다. 여기에 계좌 분석 등을 통해 확인된 추가 수익금 68억 원을 더하면 전체 범죄 수익은 약 13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장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전자감독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상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감독 인력은 오히려 감소해 현장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집으로 온 출장 마사지사가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자 흉기를 휘두른 40대 A씨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으며 범행 이후 절단기로 장치를 훼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감독 제도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특정 범죄자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법원 판결에 따른 부착명령이나 가석방 조건으로 집행되며 적용 대상은 성폭력 범죄를 비롯해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스토킹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로 한정된다. 부착 기간은 선고된 형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가능한 범죄는 10년 이상 30년 이하, 하한 3년 이상 범죄는 3년 이상 20년 이하, 하한 3년 미만 범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 범위에서 결정된다. 특히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부착기간 하한이 2배로 가중된다. 아울러 전자장치를 임의로 분리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별도의 범죄로 처벌된다. 훼손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미수도 처벌 대상이다. 또한 훼손에 따른 처벌 기간은 기존 부착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제도 회피를 차단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다. 전자발찌 훼손과 재범 사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인력과 대응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전자발찌 착용 상태에서 발생한 재범은 252건, 장치 훼손은 47건으로 집계됐다. 전자감독 대상자 역시 증가 추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상자는 2023년 4188명에서 2025년 8월 기준 4694명으로 늘었다. 반면 관리 인력은 2021년 242명에서 2025년 223명으로 줄어 약 8% 감소했다. 이에 따라 1인당 관리 대상자는 약 20명 수준까지 늘었으며 주요국 대비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위반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훼손 경보나 접근금지 위반이 발생해도 현장 출동과 경찰 공조가 지연될 경우 제도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1인당 담당 인원을 주요국 수준인 10명 내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력 증원과 함께 대응 체계 개선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력 증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자감독의 효과는 장치 자체보다 위반 상황 발생 시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훼손 경보나 접근금지 위반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현장 출동과 경찰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인력 확충과 함께 고위험군 집중 관리, 경보 대응 체계 정비, 경찰 협력 강화 등 전반적인 운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말다툼 끝에 연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외국인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재판부는 범행의 중대성을 지적하면서도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낮췄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라오스 국적 A씨(27·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31일 전남 영암군의 한 주택에서 같은 국적의 연인 B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 A씨는 피해자와 이성 문제와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격분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사소한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한 만큼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사건이 다소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살인 사건 양형에서 범행의 우발성과 계획성을 주요 기준으로 보고 있다. 범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는지, 사전에 준비된 계획범인지 등을 면밀히 따져 책임의 정도를 가린 뒤 형량을 정해야 하며, 단순히 사망이라는 결과만으로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다(대법원 1995.1.13. 선고 94도2662 판결). 이 같은 법리에 따라 하급심도 우발성 여부를 중요한 양형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2022년 서울고등법원은 말다툼 끝에 피해자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에서 범행의 우발성 등을 고려해 1심 징역 12년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2014년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는 제사와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에서 자수와 유족과의 합의 등을 참작해 1심 징역 10년을 깨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살인죄는 피해 결과가 중대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지만, 법원은 양형 과정에서 범행의 계획성, 우발성, 범행 후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며 “이번 사건 역시 사망이라는 결과의 중대성은 인정하면서도 자백과 반성 태도, 계획범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이 감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발성 주장만으로 감형되는 것은 아니며, 범행 수법의 위험성, 피해 회복 여부, 유족과의 관계, 재범 가능성 등을 종합해 형량이 정해진다”며 “같은 살인죄라도 구체적인 범행 경위에 따라 선고형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 판사들 사이에서 ‘몸 사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혹시라도 법왜곡죄로 고발당할까 봐 조금이라도 재량이 필요한 판단은 피한다는 것이다. 2026년 3월 12일,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법왜곡죄’가 신설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20명에 가까운 법관과 검사가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하는 사법권력의 남용을 막겠다는 숭고한 취지가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왜곡죄 도입 취지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관이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되었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러한 제도적 통제 장치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법왜곡죄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원칙이 사법기관의 ‘권력 남용’을 위한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정의로운 칼이 현실에서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법왜곡죄라는 칼날의 위협은 부
그동안 우리 법조계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은 ‘의무로서 존재하지만 행사할 수 없는 권리’에 가까웠다. 기존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만을 부과했을 뿐,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맞서 의뢰인의 자료를 지켜낼 적극적인 ‘권리’는 명시하지 않았다. 대법원 2024모730 결정은 바로 이 법적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사건은 자산운용사 대표가 부실 펀드 판매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수사기관이 별건 혐의의 영장을 활용하여 변호인과 주고받은 의견서, 진술서 초안, 반대신문 대비 자료 등 약 12만 개의 이메일을 압수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 관련 법률자문 서류를 압수하는 것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ACP는 단순한 변호사의 윤리적 의무를 넘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의뢰인의 ‘헌법적 성역’으로 확립되었다. 문서 보호의 기틀을 세운 것이 2024모730 결정이라면,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도4422 판결은 그 보호의 범위를 ‘의사소통의 매체’ 전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압수물도 확보됐고 국과수 결과도 나와 1심 판결까지 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체념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면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제한되니 재판은 멀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을 다투어 증거능력 배제를 이끌어내는 사례들이 생긴다. 그 사건들도 이미 다 확정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영장이 정한 선을 넘는 순간부터 증거는 흔들렸다. 영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헌법이 그어놓은 경계다. 그 선을 넘은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무너질 수 있고 항소심은 그 경계를 묻는 절차의 재판이다. 한 사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을 수사한 경우를 들어보면, 수사기관은 케타민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필로폰 관련 전자정보를 보았고, 별도 영장 없이 추가 탐색·복제·분석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르면 압수·수색·검증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는 혐의사실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 혐의를 ‘탐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전자정보는 특히 위험하다. 휴대
서울시가 서울 전역에 설치된 약 12만 3천여 대의 CCTV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AI 영상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당 시스템이 전 자치구에 도입되면 서울 전역의 CCTV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활용할 수 있어 실종자 수색과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 어디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서울 시민의 얼굴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하고 축적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면 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보가 공공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관리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명확한 법적 기준과 관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편의성이라는 명분 아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한때 중국이 CCTV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이제 유사한 기술이 우리 사회에도 도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