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직원과 방문자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이 선처를 내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지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주택관리사 A씨(54)에게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동안 추가 범죄가 없으면 형의 선고 효력이 사라지는 제도다. A씨는 지난해 3월 원주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업무용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두고 직원과 방문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혐의를 받는다. 녹음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후 한 차례 더 반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 A씨는 직원이 내부 사정을 입주민에게 전달해 민원이 발생했다고 의심해 경위를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특정 입주민의 반복된 민원으로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느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민원 발생 경위를 확인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점이 참작된다”고 밝혔다. 또 “녹음된 내용에 피해자가 별도로 문제를 제기할 정도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선고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수용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2심 모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방역 대응 과정에 일부 미흡이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준의 위법이나 과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는 이달 8일 수용자 등 33명이 정부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역시 같은 취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11월 서울동부구치소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감염은 빠르게 확산돼 2021년 1월 기준 수용자 1176명과 직원 27명 등 1200여 명이 확진됐다. 확진 수용자 전원이 격리 해제된 시점은 약 두 달 뒤인 2021년 3월이었다. 감염된 수용자와 가족 등 33명은 정부가 적절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법무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장관의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1인당 5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재판의 쟁점은 국가배상 책임 성립 여부였다. 국가배상법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공무원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이 있고, 그 행위가 법령을 위반했으며,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과실과 위법성 판단 기준에 대해 “단순히 대응이 미흡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당시 감염병 상황과 시설 여건, 조치의 목적과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고들은 직원 방역수칙 위반, 신규 입소자 격리 미흡, 마스크 지급 부족, 확진 사실 미공지, 전수검사 지연, 과밀수용, 이송 지연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부분의 주장에 대해 증명이 부족하거나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원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해서는 마스크 미착용 등 구체적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봤다. 신규 입소자 격리와 검사 운영 역시 수용 공간의 한계와 지속적인 입소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시 여건에서 가능한 범위의 조치로 판단했다. 전수검사 지연에 대해서도 대규모 검사 준비와 방역당국 협조 필요성을 감안하면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과밀수용 문제 역시 정원 초과만으로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수용 환경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접견 금지와 서신 제한 조치도 위법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외부 접촉을 차단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형집행법상 교정시설장의 권한 범위 내 조치로 판단했다. 비대면 진료 방식에 대해서도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인터폰 등을 통한 진료로 치료가 지연되거나 상태가 악화됐다는 점 역시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확진 사실을 즉시 공식적으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지 지연은 일부 인정되지만, 수용자들이 분리 수용 과정과 직원 설명 등을 통해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자기결정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 개인의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무원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정책 판단이나 대응 미흡만으로 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026년 4월 정기 가석방 심사에서 심사 대상자 1679명 가운데 1202명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았다. 적격률은 약 71.6%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2026년 4월 정기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가석방 대상 수형자에 대한 심사를 실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심사에는 총 1679명이 상정됐으며 이 중 1202명이 적격 판정을 받았다. 부적격은 436명, 심사보류는 41명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일반 수형자는 1648명이 심사 대상에 올랐고, 이 중 1192명이 적격 판정을 받았다. 부적격은 415명, 심사보류는 41명이었다. 장기 수형자의 경우 31명이 심사 대상이었으며, 10명이 적격, 21명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번 심사 결과는 전년 4월 부처님오신날 기념 가석방 심사와 비교해 상정 인원과 적격 인원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4월에는 1596명이 상정돼 1149명이 적격 판정을 받았으나, 2026년 4월에는 상정 인원이 83명, 적격 인원이 53명 각각 늘었다. 부적격 인원은 365명에서 436명으로 71명 증가했고, 심사보류는 82명에서 41명으로 41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무부는 지난 3월 30일부터 추징금 미납자도 가석방 대상에 포함하는 등 가석방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재범 위험성과 교정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가석방 대상은 확대하되 재범 가능성에 대한 심사는 더욱 엄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수형자의 교정 성과와 사회 복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적으로 가석방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판사들 사이에서 ‘몸 사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혹시라도 법왜곡죄로 고발당할까 봐 조금이라도 재량이 필요한 판단은 피한다는 것이다. 2026년 3월 12일,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법왜곡죄’가 신설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20명에 가까운 법관과 검사가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하는 사법권력의 남용을 막겠다는 숭고한 취지가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왜곡죄 도입 취지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관이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되었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러한 제도적 통제 장치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법왜곡죄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원칙이 사법기관의 ‘권력 남용’을 위한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정의로운 칼이 현실에서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법왜곡죄라는 칼날의 위협은 부
그동안 우리 법조계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은 ‘의무로서 존재하지만 행사할 수 없는 권리’에 가까웠다. 기존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만을 부과했을 뿐,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맞서 의뢰인의 자료를 지켜낼 적극적인 ‘권리’는 명시하지 않았다. 대법원 2024모730 결정은 바로 이 법적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사건은 자산운용사 대표가 부실 펀드 판매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수사기관이 별건 혐의의 영장을 활용하여 변호인과 주고받은 의견서, 진술서 초안, 반대신문 대비 자료 등 약 12만 개의 이메일을 압수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 관련 법률자문 서류를 압수하는 것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ACP는 단순한 변호사의 윤리적 의무를 넘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의뢰인의 ‘헌법적 성역’으로 확립되었다. 문서 보호의 기틀을 세운 것이 2024모730 결정이라면,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도4422 판결은 그 보호의 범위를 ‘의사소통의 매체’ 전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압수물도 확보됐고 국과수 결과도 나와 1심 판결까지 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체념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면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제한되니 재판은 멀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을 다투어 증거능력 배제를 이끌어내는 사례들이 생긴다. 그 사건들도 이미 다 확정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영장이 정한 선을 넘는 순간부터 증거는 흔들렸다. 영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헌법이 그어놓은 경계다. 그 선을 넘은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무너질 수 있고 항소심은 그 경계를 묻는 절차의 재판이다. 한 사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을 수사한 경우를 들어보면, 수사기관은 케타민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필로폰 관련 전자정보를 보았고, 별도 영장 없이 추가 탐색·복제·분석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르면 압수·수색·검증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는 혐의사실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 혐의를 ‘탐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전자정보는 특히 위험하다. 휴대
서울시가 서울 전역에 설치된 약 12만 3천여 대의 CCTV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AI 영상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당 시스템이 전 자치구에 도입되면 서울 전역의 CCTV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활용할 수 있어 실종자 수색과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 어디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서울 시민의 얼굴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하고 축적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면 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보가 공공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관리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명확한 법적 기준과 관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편의성이라는 명분 아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한때 중국이 CCTV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이제 유사한 기술이 우리 사회에도 도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