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와 아파트 등 주거지 인근을 중심으로 이른바 ‘바바리맨’의 공연음란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 최치봉 판사는 공연음란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신상정보 공개,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남양주시 한 대학 기숙사 인근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 2명을 불러 세운 뒤 바지를 내리고 신체를 노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10대 청소년 2명에게 접근해 약 9분간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 A씨는 10여 년 전부터 유사 범행을 반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공탁한 점은 참작할 사정”이라면서도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공연음란죄 성립 요건과 처벌 수위 형법 제245조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공연히’란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반드시 다수가 실제로 목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소의 개방성, 시간대,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된다. 법원은 단순한 신체 노출이라 하더라도 행위의 방법과 부위, 지속 시간, 행위자의 태도 등을 고려해 음란성이 인정되면 공연음란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한 채 배회하거나 자위 행위를 병행하는 경우에는 음란성이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중교통수단이나 지하철 역사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직접 추행한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가 적용된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상향된다. 판결 21건 분석…징역형 70%, 실형 30% 더시사법률이 리걸테크 엘박스를 통해 최근 공연음란죄 판결문 21건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 선고 비율은 15건으로 70%, 벌금형은 6건으로 30%였다. 징역형 가운데 집행유예는 9건 40%, 실형은 6건 30%로 확인됐다. 실형은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 범행을 저질렀거나 동종 전과가 누적된 경우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초범이거나 단발성 범행에 그친 사건에서는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단기간에 여러 차례 범행을 반복하거나, 과거 공연음란·공중밀집장소추행 등 동종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재범한 경우에는 실형 선고 비율이 높아졌다. 피해자 성별이 확인 가능한 18건 중 여성 피해자가 17건(94.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남성 피해자는 1건(5.6%)에 그쳤다. 장소별로는 노상·사거리·상가 또는 건물 앞이 각 5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 단지 공동공간도 5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육교 엘리베이터 4건, 공원·놀이터·산책로 3건, 시내버스 2건 순이었다. 그 밖에 버스정류장과 오락실도 각각 1건씩 확인됐다. 특히 아파트 현관이나 단지 내 도로, 놀이터 등 주거 밀집 공간에서의 발생 빈도가 높았다. 계절별로는 여름(6~8월)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을(9~11월) 5건, 봄(3~5월)과 겨울(12~2월)이 각각 3건으로 나타났다. 행위 유형은 성기 노출형 6건, 성기 만지기·자위형 6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엉덩이·속옷 노출형 4건, 나체 배회형 3건, 성기 노출과 만지작거리기 등이 결합된 유형 2건 순이었다. 재범 사례에서 실형 선고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된다. 2023년 서울동부지방법원은 편의점과 노상, 버스 등에서 여러 차례 성기를 노출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해당 피고인은 약 보름 사이 8차례 범행을 반복했고, 지하철 역사 내에서 여성 직원을 추행한 혐의도 함께 인정됐다. 재판부는 “범행 횟수와 간격, 피해자들이 느꼈을 성적 불쾌감과 공포심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과거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형법 제245조의 ‘공연성’은 단순 노출 사실만으로 곧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핵심”이라며 “장소 구조와 통행량, 가시성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범이거나 단발성 범행의 경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동종 전과가 누적되거나 단기간 반복 범행이 확인되면 실형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법원은 치료프로그램 이수, 취업제한, 신상정보 등록 등 부가처분을 병과하는 추세”라며 “공연음란 역시 성폭력범죄 범주에 포함되는 만큼, 재범 방지와 전과 관리 측면에서도 사안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딥페이크 기술이 성적 허위 영상물 유포를 넘어 대규모 금융사기 범죄에도 활용되면서 인공지능(AI) 기반 범죄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 고도화가 범죄 수법의 정교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강건우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 반포)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23년 7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자택에서 여성 인터넷 방송인의 얼굴을 합성한 나체 사진과 영상을 제작해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7월부터 9월까지 총 7건의 허위 영상물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허위 영상물의 제작 및 유포는 피해자에게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범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만 18세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과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딥페이크 성적 합성물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에 따라 처벌된다. 해당 조항은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고 이를 반포·전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2021년 광주지방법원은 연예인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텔레그램 대화방에 게시한 사건에서 허위영상물 편집·반포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에 공개된 얼굴 사진만으로도 누구나 손쉽게 음란한 허위영상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그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은 신체 접촉에 의한 성폭력범죄와 비교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을 통한 유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도 연결된다. 같은 법 제44조의7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음란 정보 등 불법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처리거부·정지·제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도 부과된다. 아울러 딥페이크 합성물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내용으로 유포될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0조(사이버 명예훼손)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낸 경우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사안에 따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다. 통계도 범죄 확산 양상을 보여준다. 지난해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딥페이크 범죄는 96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506명이 검거됐고 23명이 구속됐다. 특히 피의자 중 10대 청소년이 81.2%(411명)를 차지했고, 촉법소년도 15%(78명)에 달했다.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범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페이크는 금융범죄로도 번지고 있다. 울산지방검찰청 형사4부는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로맨스 스캠’ 범죄를 벌인 30대 한국인 부부를 범죄단체조직·활동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4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캄보디아 보레이 지역 등에서 범죄단체를 조직해 활동하며 가상 인물을 만들어 연인인 것처럼 접근한 뒤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내국인 97명으로부터 약 101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이들은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가상 인물의 이미지와 음성을 활용해 피해자들과 장기간 대화를 이어가며 신뢰를 형성했고, 가상자산 및 해외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기술 발전이 범죄의 접근성과 은밀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입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딥페이크 피해 방지 및 삭제 의무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플랫폼 사업자의 삭제·차단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24시간 이내 삭제·차단을 의무화하고, 비동의 추정 원칙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는 단순한 합성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물이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고 어떤 법익을 침해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적 합성물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를 중심으로 엄격히 처벌되는 추세이며, 반포 목적은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되고 있다”며 “특히 조직적 금융사기와 결합할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특경법상 사기·범죄단체 책임까지 확대돼 형사 리스크가 매우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기술 발전 속도를 법·제도가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라며 “형사처벌 강화와 함께 플랫폼의 선제적 차단 체계 구축, 청소년 대상 디지털 윤리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인호 산림청장을 직권면직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산림청장이 중대한 현행 법령 위반 행위를 해 물의를 야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공직 사회 기강을 확립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각 부처 고위직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YTN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이 전날(20일) 저녁 음주운전에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신기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으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직권면직의 구체적 사유와 관련해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김 청장은 제36대 산림청장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8월 임기를 시작했다. 임명 약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편 국가공무원법 제70조는 공무원의 직권면직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직권면직은 공무원의 사직 의사와 무관하게 법령이 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 임용권자가 직권으로 신분을 박탈하는 처분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유로는 직제·정원 개폐나 예산 감소로 인한 과원, 휴직기간 만료 후 미복귀, 대기명령 후 직무 수행 부적격 판정, 자격·면허 상실 등이 있다.
나는 매주 1회 직접 접견하면서 구속된 피고인을 만난다. 화려한 광고를 보고 큰 로펌을 찾아갔는데 수임료를 낸 이후부터는 구치소에서 변호사 얼굴을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심지어 재판 때마다 변호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정작 피고인은 자신의 억울함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변호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실제로 직접 구속된 피고인을 매주 만나다 보면 접견실에서만 발견되는 진실이 있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와 논리는 바로 이 ‘접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변호사라고 해도 의뢰인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사건의 진짜 핵심을 놓칠 수밖에 없다. 수사 기록에는 경찰과 검사의 시각으로 정리된 ‘사실’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접견실에서 피고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면 단 한 줄의 기록에 숨어 있던 모순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반복하며 진실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형사변호의 시작이다. 실제로 내가 담당했던 사건 중에는 두 번째 접견 때 피고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죄 판결의
형사사건에서 ‘구속’은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국가형벌권 실현을 위해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강력한 처분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구속을 원칙이 아니라 예외로 두고 있으며, 구속이 타당한지 여부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바로 구속적부심사와 보석이다. 이 두 제도는 모두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청구(신청) 시기와 판단 기준은 분명히 다르며, 무분별하게 신청하여 기대만 키웠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법원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사정이 있을 때 기존 판단을 바꾸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구속적부심사는 법원이 구속의 적법 여부와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절차다. 최초 구속결정이 적법한지 여부에 더하여 구속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까지 포함하여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여전히 있는지를 판단한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가 청구할 수 있다. 공소제기 전까지 청구 가능하며, 수사 방해 목적 등이 없는 경우 청구서 접수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심문이 진행된다. 구속적부심사에서 법
“변호사님, 저는 회사를 살리려고 한 일입니다. 제 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접견실에서 마주하는 기업인이나 자금 담당 피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회사가 무너질 위기에서 급하게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의 절박한 심정과 달리, 검찰의 공소장에는 ‘업무상 횡령’ 혹은 ‘업무상 배임’이라는 무거운 죄명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그 한 줄의 죄명은 1심 법정에서 실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구치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사람을 밀어 넣는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난 뒤 피고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 역시 비슷하다. “이제 끝난 건가요?” 그러나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억울함이 아니라 논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재산 범죄 사건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불법영득의사’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다. 횡령과 배임을 가르는 핵심은 단순하지 않다. 나를 위해 돈을 썼는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이었는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같은 제복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교도관들이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음에도, 각종 복지와 예우 제도에서 교도관은 반복적으로 제외되고 있다. 제복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각종 혜택과 지원 제도를 살펴보면,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포함되어 있으나 교도관은 빠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호국원 안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국회마저도 같은 제복공무원인 교도관들의 존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소외의 경험이 반복될수록 교도관 개개인의 자존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내가 퇴직 교도관 역시 호국원에 안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곳에 안장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는 교도관 전체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 직업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정당한 존중을 받고 있다는 최소한의 신호를 되찾기 위함이다. 교도관의 업무는 단순히 수용자를 관리·감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교도관들은 어떤 죄명으로 수용되었든 수용자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운동시간과 종교집회 참가 등을 철저히
저는 일주일 중 한 번 있는 전화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허락된 시간은 단 5분뿐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이 힘든 생활도 잊어버린 채 짧고 소중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는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셨습니다. 회사 일로 바쁘고 피곤하실 텐데도 아들 기죽지 말라며 학부모회 임원까지 맡으셨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 늘 나서서 도와주셨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을 때도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덕분에 원하는 과에 입학한 것은 물론 졸업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에서 그릇된 행동을 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후, 아버지와의 첫 접견 때가 떠오릅니다. 며칠을 못 주무셨는지 충혈되어 있던 눈, 말씀하실 때마다 사시나무 떨듯 떨리던 손, 어느새 흰서리가 가득 내린 머리카락을 보고 죄스러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버지는 그 순간에도 저에게 “걱정하지 마라. 아프지 말고 힘내고 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동생과 함께 편의점 일을 하시며 하루 19시간의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젊은 저도
요즘따라 더욱 보고 싶네요. 이제 나를 기다릴 수 없다며 미안하다는 당신은 벌써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요. 솔직히 밉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붙잡을 수도 없어요. 나라는 사람이 당신에게 걸림돌이라면 당신을 위해 비켜주는 게 도리겠죠. 이곳에서 몇 번의 계절을 맞이했지만 제 마음의 계절은 당신을 마지막으로 본 겨울날에 멈춰있어요. 사회에 나오면 연락하라며, 친한 오빠로서 밥 한 끼 사주겠다는 당신의 그 말이 저를 너무 슬프게 만들어요. 매일 밤 당신의 편지를 꺼내 보며 우는 저이지만, 이젠 정말 당신을 제 마음속에서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 제 지인과 잘 되어가는 중이라는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이곳에 와서 가장 소중한, 내 전부였던 당신을 떠나보내게 되었네요. 이 또한 제 업보겠죠. 행복했던 저와 그때의 다정했던 당신은 추억 속에 담아둘게요. 그러니 당신은 부디 행복하세요. 2026년 겨울, 배배가
찬 바람이 얼굴에 스치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분명 산다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데, 가끔은 왜 사는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게 됩니다. 몇 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몇 개월 후,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어머님마저 먼 길을 따라가셨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교정직원에게 전해 들을 당시 저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로 인해 돌아가신 분, 그분의 기일과 어머님이 가신 날이 같은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그때 느낀 두려움은 살아오면서 처음 겪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습니다.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고, 한동안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이 노하셔서 제게 외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잊지 마라, 잊지 마. 죽는 그날까지!” 그날 이후로 저는 그 분노 가득한 음성을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죄인이라지만 사랑하는 어머님의 기일을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날이 오면 이제 저는 저로 인해 돌아가신 분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유가족의, 그 숨이 끊기는 듯한 절규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과연 우연일까요? 365분의 1의 확률입니다. 저는 이제 죄인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죄의 무서움을
어머니, 이곳에 와서 벌써 네 번째 맞는 겨울입니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하면서도, 지나고 보니 언제 이렇게나 되었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사십 중반이 되도록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제 모습을 보니 어머니께 죄송스럽습니다. 못난 모습 보여 죄송합니다. 이제 9개월가량 남은 수용생활을 절대 허투루 보내지 않겠습니다.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항상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범수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출소 후 그동안 속만 썩이고 고생시켜 드린 어머니께 열심히 효도하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못난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