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는 판결”…법왜곡죄가 바꾼 법정 풍경

사법권력 남용 막는 취지로 신설·적용
기소유예 줄고 경직된 법원 판결 우려
항소심 역할도 무력화될 위기에 처해
취지 살리고 부작용 막는 운영 요구돼

 

요즘 판사들 사이에서 ‘몸 사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혹시라도 법왜곡죄로 고발당할까 봐 조금이라도 재량이 필요한 판단은 피한다는 것이다.


2026년 3월 12일,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법왜곡죄’가 신설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20명에 가까운 법관과 검사가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하는 사법권력의 남용을 막겠다는 숭고한 취지가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왜곡죄 도입 취지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관이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되었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러한 제도적 통제 장치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법왜곡죄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원칙이 사법기관의 ‘권력 남용’을 위한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정의로운 칼이 현실에서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법왜곡죄라는 칼날의 위협은 부패한 권력자가 아닌, 법의 온정을 구하는 평범한 피고인들의 마지막 희망을 먼저 베어내고 있다.


첫째, 검찰의 ‘기소유예’가 사라지고 있다. 기소유예란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를 하지 않고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처분이다.

 

이는 검사의 고유한 재량 행위이자 우리 형사사법이 가진 온정주의적 측면의 상징과도 같다. 그러나 이제 검사들은 기소유예 처분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피해자나 고발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피의자에게 이익을 주었다’며 법왜곡죄로 고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위험 부담을 안고 재량을 발휘하기보다는 기계적으로 기소하고 법원의 판단에 책임을 넘기는 것이 검사 개인에게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둘째, 법원의 판결이 경직되고 있다.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과 증거재판주의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의 증명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에게 석연치 않은 점이 있더라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법왜곡죄의 위협 앞에서 ‘합리적 의심’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판사의 용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검사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판결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항소심의 역할 역시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1심의 유죄 판결에 오류가 있거나 양형이 과도할 경우 이를 바로잡는 것이 항소심의 중요한 기능이다. 하지만 1심 판결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하거나, 형을 감경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 모두 판사의 적극적인 재량적 판단을 요구한다.


이러한 판단은 언제든 ‘법을 왜곡하여 피고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었다’는 피해자 측 고발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결국 법관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피고인에게 보장된 상소심을 통한 구제의 기회를 박탈하고, 재판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단 한 명의 억울한 피고인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형사사법의 기본 정신이다.

 

법왜곡죄는 본래 사법정의를 해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방패’로 고안되었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위축된 사법부의 자기방어 기제로 인해 오히려 피고인의 권리를 옥죄는 ‘족쇄’가 되어가고 있다.

 

결국 입증의 무게 추가 검사에서 피고인에게로 기울어지는, 증명 책임의 전도 현상이 발생하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법왜곡죄의 칼날은 부패한 권력을 향해야지 마지막 기회를 호소하는 피고인의 가녀린 희망을 베어서는 안 된다. 사법의 저울이 두려움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찾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