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변호사 내세워 수임…계약은 사무장, 출석은 어쏘 변호사

변호사 직접 상담 없이 단톡방으로 사건 진행
재판 전 연락처 요청에도 “제공 불가” 답변
의뢰인 동의 없이 상고장 제출 제기 의혹도

 

항소심 사건을 맡은 변호인이 의뢰인의 명확한 의사 확인 없이 상고를 제기하고, 상담 없이 사건을 진행하는 등 불성실 변론 의혹이 제기되면서 변론 과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제보자 B씨에 따르면 그는 1심에서 업무상 횡령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이후 항소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A 변호사가 근무하는 로펌의 사무장이라고 밝힌 인물 ㅂ씨를 알게 됐다.

 

A 변호사는 카페를 직접 운영하며 서울 대학 출신 경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건 수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B씨가 제공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ㅂ씨는 “우리 로펌에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있어 항소심을 전문으로 진행한다”며 “1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면 집행유예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로 사건 수임을 권유했다.

 

이후 B씨는 ㅂ씨와의 통화 후 선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실제 수임 계약 체결 이후 사건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아닌 A 변호사가 맡게 됐다.

 

ㅂ씨는 A 변호사에 대해 “부장 판사출신 대신 A 변호사는 서울대 출신에 20년 가까운 경력이 있어 사건을 잘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담당 변호사 변경을 안내했다.

 

문제는 이후 진행 과정에서 불거졌다.

 

B씨가 제보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인한 결과, 계약은 대면 없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진행됐고 A 변호사가 채팅방에 참여했음에도 실제 재판 준비와 상담은 사무직원이 담당하고 있었다.

 

 

 

 

 

또 B씨가 재판 기일을 앞두고 단체 채팅방에서 변호사와 직접 상담이 가능한지 묻자 사무직원은 “변호사 상담은 필요한 경우에만 진행한다”고 답변했다.

 

이후 재판 기일이 잡히자 사무직원은 “서울대 출신 A 변호사 일정으로 여성 어쏘 변호사 C씨가 출석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B씨는 재판 전 변호사와의 직접 연락을 원해 연락처 제공을 요청했으나 사무직원은 “변호사 연락처는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실제 재판 당일에도 B씨는 변호사를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입정했다. B씨가 제공한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변호사의 연락처를 모르는 B씨는 단톡방에 “변호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사무직원은 “만나셨느냐”고 되묻거나 “올라가고 있다”고 답하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또한 변호사 연락처는 끝내 제공되지 않았고 재판 진행 전반이 사무직원을 통해 이뤄진 정황이 카카오톡 대화에서 확인됐다.

 

결국 B씨는 피해자와 일부 합의했음에도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B씨는 단기형을 고려해 형 확정 후 가석방 절차를 준비하려 했으나 약 한 달간 형이 확정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B씨가 교정당국에 확인한 결과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약 한 달 뒤 상고심 재판부가 배당됐다는 통지서를 받고서야 변호인이 상고장을 제출해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곧바로 상고 취하서를 제출했고, 이후 가석방 3개월을 받아 출소했다.

 

출소 이후 B씨는 담당 변호사 측에 상고 제기 경위를 문의했다. 로펌 직원과 변호사는 “가족의 요청으로 진행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B씨는 “가족 누구도 상고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B씨는 “누가 상고를 제출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A 변호사에게 직접 연락했으나 A 변호사는 “할 말이 없다”며 통화를 종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A 변호사와 C 변호사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답변하지 않았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형사사건에서 1심 이후 실형이 선고될 경우 피고인의 동의 없이 항소장을 제출하는 사례가 일부 존재한다.

 

다만 상고심은 법률심으로, 단기형의 경우 형을 조기에 확정해 가석방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어 무분별한 상고 제기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씨의 경우에도 형 확정을 통해 가석방 요건을 갖추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었으나 상고장 제출로 인해 약 한 달간 형 확정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소송법 제341조 제2항은 변호인이 피고인을 위해 상소를 제기할 수 있으나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는 A 변호사 사례와 같이 변호인이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에 기초한 수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을 경우 징계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A 변호사가 가족 요청을 이유로 상고 제기를 주장하는 경우 실제 결정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워 책임 소재 입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B씨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ㅂ씨가 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실제 사무직원인지 여부도 소송을 통해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인물로 확인될 경우 형사 고소는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