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는 단순한 수용 공간의 부족이 아니라 형사정책 구조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결과다. 더구나 이는 이미 헌법적 차원에서도 지적된 문제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구치소 과밀수용 사건에서, 수용자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과밀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과밀수용은 행정 운영의 불편을 넘어 국가형벌권의 한계를 묻는 문제인 셈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시설 확충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유입과 유출이 맞물려 작동하는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른바 ‘정문정책’과 ‘후문정책’의 역동적 균형이다. 최근 법무부가 과밀수용 해소를 위해 가석방 확대를 추진하고, 노후 교정시설 확충을 위한 민자·개발사업 추진단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압력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조치들이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고 형사사법 흐름 전체를 조정하는 정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문정책은 형사사법 체계의 입구를 조정하는 정책이다. 수사·기소·재판·구속을 거쳐 교정시설로 들어오는 흐름을 통제하여 불필요한 구속과 과잉수용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블룸스타인(Alfred
“분명 강도상해죄로 기소됐는데, 강도 혐의는 무죄가 나오고 상해죄만 유죄로 인정될 수 있습니까. 검사가 공소장을 바꾸지도 않았는데요.” 형사재판에서 종종 문제 되는 질문이다. 검사가 기소한 공소사실 전체가 그대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그 안에 포함된 더 가벼운 범죄사실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그 축소된 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다. 형사소송의 출발점은 공소장이다. 법원은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사실에 대해서만 심판할 수 있다. 이를 불고불리의 원칙이라고 한다. 법원이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사실을 임의로 심판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면, 원칙적으로는 검사가 공소장 변경 절차를 통해 심판 대상을 바꿔야 한다. 피고인이 자신에게 적용되는 혐의와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방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일정한 경우 공소장 변경 없이도 법원이 ‘축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축소사실이란 검사가 기소한 공소사실보다 범위가 좁거나 법정형이 가벼운 범죄사실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살인죄의 공소사실 안에는 폭행치사죄가 포함될 수 있고, 강도상해죄의 공소
법무부가 교정미래혁신단을 출범시키며 교정청 신설 논의를 본격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단이다. 특히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교정청 신설과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교정행정의 구조적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 온 인물이다. 검찰개혁이 형사사법의 입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라면, 교정개혁은 형사사법의 마지막 단계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검찰개혁 이후 법무행정의 개혁 축을 교정으로 확장한 바람직한 수순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정 현장에서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낸 사람으로서 이번 결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교정청 독립은 법무부 교정본부의 간판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교정행정의 뼈대를 새로 세우는 국가적 과제다. 그동안 교정은 형사사법의 마지막 단계에 있으면서도 사회적 관심에서는 늘 뒤로 밀려 있었다. 수사는 뉴스가 되고 재판은 논쟁이 되지만, 판결 이후 수용자를 어떻게 책임지고 다시 사회로 돌려보낼 것인가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교정시설은 이제 단순한 수용공간이 아니다. 마약류 수형자, 정신질환 수용자, 고령 수용자, 여성 수용자, 장기수와 무기수까지 다양한 처우 수요가 한곳에 모여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더 이상 단순한 전화 사기가 아니다. 해외 거점을 둔 조직이 국내 하위 조직원을 모집하고, 총책·관리책·유인책·모집책·수거책·인출책·자금세탁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움직이는 조직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범행 방식도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피해금을 현금으로 수거하거나 여러 계좌로 나누어 이전하고, 상품권·가상자산 등으로 전환하는 방식까지 결합된다. 범죄수익의 흐름을 숨기고 추적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구조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말단’으로 불리는 가담자들의 역할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현금을 직접 받아 전달하는 수거책, 피해금을 인출하는 인출책, 계좌를 제공하거나 자금을 옮기는 자금세탁책은 모두 피해 발생과 범죄수익 실현에 연결된다. 조직의 지시를 받은 하부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돈을 빼앗기는 마지막 단계에 직접 관여한 사람들이다. 모집책 역시 마찬가지다. 고액 아르바이트나 단순 전달 업무처럼 포장해 사람들을 범행에 끌어들이는 행위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유지시키는 핵심 고리다. 범행에 필요한 사람을 계속 공급하지 못하면 조직은 움직이기 어렵다.
며칠 전 가석방 심사 도움과 수용생활 편의 제공을 내세워 수형자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교도관 비리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해당 보도를 보면서 필자는 오래전 있었던 가석방 비리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2013년 무렵 한 교도소에서 가석방 관련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일이 있었다. 내부에서는 법무부 본부 직원까지 연루됐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보고됐다는 말도 나왔다. 당시 이 내용을 알게 된 P 소장은 가석방 비리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기관장 모임을 통해 알고 지내던 해당 교도소 관할 지청장을 찾아가 자체 조사 관련 서류를 전달하려 했다. 본부까지 거론된 비리 의혹을 외부 수사기관에 알리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지청장은 당시 특검으로 파견돼 검찰청에 없었고, P 소장의 시도는 무산됐다. 그 당시 그 검사는 대쪽같이 곧고 정의로운 검사로 소문나 있었다. P 소장은 그 검사라면 가석방 비리를 바로잡아 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이후 P 소장은 직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끝내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 자리에 있던 필자는 가석방 제도를 둘러싼 내부의 불신과 무력감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
주식회사에서 대표이사와 회사 사이에 금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이사가 회사 계좌에 자금을 입금하거나,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차입금 또는 가수금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회사는 대표이사 개인과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다. 회사 계좌에 있는 돈은 대표이사 개인의 돈이 아니며, 대표이사가 회사에 자금을 투입한 사실이 있더라도 회사 자금을 임의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대표이사와 회사 사이의 자금 거래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입금 경위, 금액, 상환 약정, 회계 처리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이후 회사 자금 인출 과정에서 민·형사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표이사가 회사 계좌에서 자신의 개인 계좌로 돈을 이체한 경우, 그 이체가 회사 채무의 정당한 변제인지, 아니면 업무상횡령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형식상 ‘가수금 상환’이라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실제 채권이 존재하지 않거나, 금액이 불명확하거나, 회사와 무관한 개인 용도로 사용됐다면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는 업무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그 재물을 임의 처분할 때 성립한다. 대표이사는 회사
특수협박이나 폭행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다”는 진술이다. 실제 형사사건 가운데 상당수는 치밀한 계획범죄라기보다 말다툼이나 감정 충돌이 격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기준은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행위의 위험성이다. 특히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상대방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공포를 느끼게 한 경우에는 단순한 다툼을 넘어 중대한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 한 사례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며 동거하던 사이였다. 주변에서도 두 사람이 가까운 장래에 부부가 될 것으로 여길 정도로 관계가 깊었다. 하지만 말다툼이 격해지면서 사건은 형사절차로 이어졌다. 피고인은 주방에 있던 식칼을 들고 피해자에게 다가가 위협적인 행동을 했고, 언쟁 과정에서 폭행까지 이어졌다. 공포를 느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형법상 특수협박은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킨 경우 성립할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실제 상해가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상대방이 현실적인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을 만들었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식칼과
통계상 1심 재판 단계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약 71%에 이른다. 구속된 피고인과 가족 입장에서는 열 명 중 일곱 명이 실형으로 이어진다는 수치가 쉽게 체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구속은 곧 실형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속은 형벌이 아니라 형사절차상 강제처분이다.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를 막기 위한 조치일 뿐, 그 자체가 유죄의 증거가 되거나 형을 무겁게 하는 독립적인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구속 상태에 있다는 사정은 별도의 가중 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구속됐다는 이유만으로 실형이 예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속 상태에서도 집행유예 선고는 법리상 가능하다. 문제는 구금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자료로 재판부를 설득하느냐에 있다. 구속 상태의 피고인에게 가장 위험한 태도는 선고 전까지의 시간을 단순히 흘려보내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양형 판단은 선고 직전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 미결구금 기간은 반성, 피해 회복, 재범 방지 계획을 구체
최근 교정시설 에어컨 설치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뒤 반대 여론이 거세다. 교도관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교정시설의 폭염 문제를 단순히 “수용자에게 왜 에어컨을 달아주느냐”는 감정만으로 볼 수는 없는 문제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6년 여름, 부산 등 일부 교정기관에서 노약자 수용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내가 근무했던 대전교도소에서도 선풍기가 없는 조사실에서 60대 장애인 수용자가 숨지는 일이 있었다. 당시 대전교도소의 수용정원은 2500명 정도였지만 실제 수용 인원은 3200명을 넘었다. 과밀수용 상태에서 노약자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됐고, 각 거실에 선풍기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보안과장은 주간에 거실문을 열어놓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계호 원칙에는 맞지 않는 조치였다. 노약자뿐 아니라 교정사고 위험이 있는 수용자의 거실문까지 열어야 했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다행히 그해 여름 우려했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국가가 대신 부담한 교정시설 수용자의 외부 의료시설 진료비는 305억여원, 연평균 61억여원에 달한다. 과밀수용이 심각한 현실에서 노약자 수용자가 폭염으로 쓰러지면 생명 위
최근까지 형사재판 현장에서 피고인들이 재판을 고의로 미루기 위해 활용해왔던 '불출석' 전략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촉법')' 개정안은 사법 정의를 무력화하던 오랜 편법에 제동을 걸었다.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의 출석을 원칙으로 삼은 본래 취지는 방어권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실제 재판 현장에서 이 원칙은 소송 지연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민생 범죄 피고인들이 재판에 나오지 않아 피해자들이 수년간 고통받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배상명령이라도 받을까 싶어 재판을 방청하러 갔다가 텅 빈 피고인석만 바라보다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 대리를 주로 하는 변호사들은 "피해자가 증인 신문을 하는 날인데 피고인이 나오지 않아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개정안은 이러한 불출석 편법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되며, 시행 당시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그동안 피고인들이 주로 활용한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다른 사건의 집행유예 기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