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원회, 수용자 선거권 행사 방해 의혹 인권위 의견서 제출

인권단체 “개인 선택 아닌 구조적 차단 가능성” 주장
교정당국 조치 적절성 두고 인권 침해 여부 쟁점

 

수용자의 선거권 보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거소투표 신청 기간 이후 구속된 미결수용자들이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교정당국의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 2025년 대통령선거 당시 해당 문제와 관련한 진정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당시 거소투표 신고는 5월 6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으며, 이후 명부 확정과 투표용지 발송 절차를 거쳐 5월 29~30일 사전투표와 6월 3일 본투표가 실시됐다.

 

문제는 신고 기간 이후 구속된 미결수용자들이다. 이들은 거소투표 대상에서는 제외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나 본투표에는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인 A씨는 5월 19일 구속돼 같은 달 23일 의정부교도소에 수용된 직후, 교도관으로부터 “거소투표 신청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신입 미결수용자들에게 일괄 서명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서류는 사실상 ‘투표 포기 동의서’로 인식됐으며, 형사사건에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후 A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를 시도했으나 교도관이 서면 접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항의 과정에서는 기동순찰팀이 투입돼 약 4시간 30분 동안 수갑과 쇠사슬로 결박됐고 이 과정에서 손목 부상을 입었음에도 외부 의료기관 진료가 허용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법무부는 “투표 포기 동의서나 거소투표 대상자 미해당 안내문 배부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관련 실적도 보고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정시설 내 거소투표소 설치와 외부 투표소 방문 등을 통해 수용자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투표 결과는 이러한 설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정부교도소의 경우 거소투표 신고 기간 이후 사전투표 전까지 입소한 미결수용자 약 190명 중 선거권자는 170여 명으로 파악됐지만 사전투표와 본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단체는 이를 단순한 개인 선택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소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안내와 함께 별도의 서류를 작성하게 하는 절차 자체가 이례적이며 사실상 투표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정시설 수용자는 관리자의 통제 아래 있어 외부 이동이 제한될 경우 사실상 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단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사전투표의 경우 별도 신고 없이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수용자가 사전투표소를 통해 투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경찰 유치장의 경우 실제로 투표 기간 동안 유치인을 투표소로 호송하는 방식으로 선거권이 보장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구치소 또는 교도소의 미결수용자는 경찰 유치인과 마찬가지로 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보호장비 사용과 의료 조치 문제도 논란이다. 진정인은 선거권 행사 방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려 하자 과도한 보호장비가 사용됐고 이후 외부 진료까지 제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집행법은 보호장비 사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징벌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위법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국가는 선거권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취지에 비춰볼 때 이번 사안은 중대한 문제”라며 “교정시설 수용자 역시 헌법상 선거권을 가진 국민인 만큼 제도적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