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가석방 업무지침을 개정해 추징금 미납 수형자까지 가석방 심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 가석방 업무지침 개정안을 마련하고 일선 교정기관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 3월 30일 일부 개정을 시행했다.
기존에는 가석방 업무지침 제21조에 따라 '벌금이나 추징금을 완납한 경우'에만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수형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개정안 제10조는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자’를 제한사범으로 신설하고, 제21조는 ‘추징금’ 문구를 삭제했다. 이에 따라 추징금 미납자는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고 제한사범으로 분류돼 보다 엄격한 기준 아래 심사를 받게 된다.
제한사범은 가석방이 금지되는 대상은 아니지만 일반 수형자보다 엄격한 심사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살인 및 존속살해, 강도, 성폭력처벌법 위반, 조직폭력, 20억원 이상 피해 미합의 사범, 형기 종료 후 1년 내 재범, 가석방 후 3년 내 재범, 수용 중 징벌자, 가석방 기간 중 징벌자 등이 포함된다.
법무부는 개정 이유에 대해 “가석방 요건을 법률과 일치시켜 형평성을 높이고, 법률상 근거 없이 제외됐던 추징금 미납자도 심사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범죄수익 환수 실적이 극히 저조한 상황에서 이번 제도 변화가 환수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31일 기준 범죄수익 추징금 집행대상액은 약 33조18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실제 집행된 금액은 878억3800만원으로 집행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환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도별로 보면 2024년에는 약 32조9769억원 가운데 1547억4100만원이, 2023년에는 약 32조2445억원 중 1049억원 수준만 집행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동안 일부 수형자들은 가석방을 위해 추징금을 납부해왔지만, 미납자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이러한 환수 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적 몰수·추징’ 제도 도입...…가석방 구조 변화 불가피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최근 입법 변화와 맞물린 정책적 제도 개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올해 6월부터 시행되면서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 ‘필요적 몰수·추징’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몰수 여부가 달라지는 임의적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범죄수익이 인정될 경우 원칙적으로 몰수·추징을 선고해야 한다.
또 범죄와의 관련성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면 해당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됐다. 수사 단계에서도 금융정보 조회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한 추적 근거가 강화됐다.
이 같은 입법 변화는 재산범죄 수형자 비중이 높은 교정시설의 현실과 맞물리며 가석방 대상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25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수형자 범죄 유형은 사기·횡령이 2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성폭력 14.8%, 마약 8.5%, 절도 6.8% 순이다.
이 가운데 성폭력이나 강력범죄는 가석방이 사실상 제한되고 마약사범 역시 심사가 엄격하다. 절도 역시 누범 비율이 높아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가석방 대상의 상당수는 사기·횡령 등 재산범죄 수형자가 차지하는 구조다.
문제는 필요적 몰수·추징 제도가 전면 적용될 경우 이들 대부분에게 추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완납하지 못할 경우 가석방 심사 대상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수용률이 130%를 넘는 교정시설 과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번 개정 역시 이러한 구조적 부담을 고려한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가석방 심사에 추징금 납부 의지와 현실적인 상환 가능성을 함께 반영하도록 기준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출소 이후 일정 기간 내 분할 납부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거나 보호관찰 기간 동안 상환 이행 여부를 관리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또 고의적인 재산 은닉이나 납부 회피가 확인될 경우 가석방 심사에서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과 관련해 “추징금 미납 여부만으로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일 뿐, 미납자에게 가석방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소 이후 재범 가능성, 사회 복귀 가능성, 자립 기반, 추징금 납부 의지와 이행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엄격하게 심사할 예정”이라며 “가석방 제도의 취지와 범죄수익 환수라는 공익이 함께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 있게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