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조부모에 청구 가능할까…책임 범위 어디까지

비양육 부모 1차 지급의무 원칙
민법상 조부모 부양의무는 남아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배우자를 대신해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연예인 가족을 둘러싼 양육비 갈등 사례가 알려지면서 관련 법적 쟁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가수 홍서범·조갑경 부부의 아들이 외도를 저질러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전 며느리 A씨는 2021년 지인 소개로 홍씨를 만나 2024년 2월 결혼했다. 한 달 뒤 임신했지만 이후 홍씨가 같은 학교 교사와 외도를 저지르면서 갈등이 발생했고 같은 해 6월 가출했다.

 

A씨는 홍씨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대전가정법원은 지난해 9월 “홍씨는 A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아울러 자녀 양육비로 매달 80만원 지급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외도 상대인 B씨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00만원을 지급받았다. 홍서범 측은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위자료 3000만원 가운데 2000만원을 먼저 지급했으며, 항소 진행 상황에 따라 양육비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홍서범·조갑경 부부가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A씨가 이를 반박하면서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비양육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조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행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은 비양육 부모가 협의나 법원 판결 등에 따라 정해진 양육비를 성실히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양육비 채무는 원칙적으로 부모에게 귀속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비양육 부모가 ‘부양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조부모가 양육비를 부담할 수 있다. 이때 단순한 미성년 여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부양능력이 없다는 점이 함께 인정돼야 한다.

 

문제는 비양육 부모가 성년인 경우다. 이 경우 조부모에게 양육비를 직접 청구할 수 있는 명문 규정은 없다. 다만 조부모와 손자녀는 직계혈족 관계이므로 민법상 부양 의무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손자녀의 생계 필요성 △조부모의 경제적 능력 △부모의 부양 불가능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즉 이혼 당사자 사이의 ‘양육비 채무’와는 별도로 ‘부양료 청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기존 이혼 판결이나 조정에서 채무자가 비양육 부모로 특정돼 있는 경우 해당 집행권원만으로 조부모에게 곧바로 강제집행을 하기는 어렵다. 조부모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 새로운 집행권원을 확보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양육비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책임으로 조부모에게 곧바로 전가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부모가 실질적으로 부양 능력이 없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조부모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년인 비양육 부모의 경우에는 양육비가 아니라 민법상 부양료 청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조부모를 상대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송 절차를 통해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