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년 전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이 이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수감 전력이 있어도 공무원이 될 수 있나요? A. 수감 전력이 있다고 공무원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국가·지방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더라도 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 면제가 확정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해당 사유에 따른 임용 제한이 해소됩니다. 기준은 범죄를 저지른 날이나 수감된 날이 아니라 형의 집행이 끝난 날입니다. 집행유예는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야 하며, 선고유예는 유예기간 중에 임용이 제한됩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더라도 임용 당시 결격사유가 있다면 임용될 수 없습니다.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 이후 공무원으로 임용된 판례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이후 지방기능직 공무원으로 특별임용된 사건에서, 특별임용 당시 결격기간이 지났다면 과거 전력만으로 그 임용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두12932 판결). 다만 성범죄 등 별도의 결격사유가 적용되는 범죄나 경찰·군인 등 별도 법률이 적용되는 직종은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범죄를 판단할 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먼저 믿는 경향이 있다. 마약 압수량이 크게 늘었다는 통계에는 마약 범죄가 그만큼 확산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뇌물로 의심되는 돈이 실제로 오가지 않았다면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긴다.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에게도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얼마를 잃었느냐는 질문이다. 숫자와 결과는 명확해 보이고, 복잡한 사건을 이해하기에도 편리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의 실체가 언제나 결과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숫자가 실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아무런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처벌할 만한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가 있다. 올해 상반기 마약류 압수량은 1037.3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마약사범 증가율은 6.2%에 그쳤으니 압수량만 놓고 보면 마약 범죄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마약사범 수 대비 압수량도 약 59g에서 93g으로 늘었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서로 다른 사정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대규모 밀수 사건 한 건이 적발돼도 전체 압수량은 크게 증가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마약을 압수했다면 국내에서 유통되지
10월 9일 한글날이면 우리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문자 체계를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린다. 그러나 한글의 위대함은 글자의 과학성과 독창성에만 있지 않다. 자신의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백성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세종의 ‘애민(愛民)의 마음’을 함께 돌아볼 때, 그 문자가 지닌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그 마음은 백성의 억울함을 듣는 재판과 옥에 갇힌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도 이어졌다. 세종이 직접 지은 『훈민정음』 서문인 어제(御製)에는 새 글자를 만든 뜻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세종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새 글자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글을 몰라 자신의 뜻과 억울함을 드러내지 못했던 백성에게 표현할 길을 열어주려 한 것이다. 그 길이 재판에서도 필요했다는 점은 정인지가 쓴 『훈민정음』 서문에서 드러난다. 그는 한자와 이두의 한계를 지적하며 “옥사를 다스리는 사람은 그 곡절을 제대로 통하게 하기 어려움을 괴로워했다(治獄者病其曲折之難通)”고 기록했다. 이어 새 문자를 사용하면 송사의 실정을 더욱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한글 창제가 일상의 소통을 넘어 재판
변호사님, 반성문을 많이 쓰면 정말 형이 줄어듭니까?”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고 보는 말이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하루 한 장씩 손글씨로 써야 한다는 조언도 있고, 100장은 채워야 의미가 있다는 말도 있다. 나는 판사 시절 수원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며 많은 반성문을 읽었다. 한두 장으로 끝나는 글도 있었고 책 한 권 분량으로 묶어 낸 글도 있었지만, 분량이 많거나 손글씨가 정갈하다는 이유로 반성이 깊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짧은 글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정확히 알고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리며 앞으로 무엇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었을 때 더 주의 깊게 읽었다. 반성문을 쓰는 사람은 대개 자신의 형편부터 떠올린다. 구속되면 가족은 어떻게 살아갈지, 직장을 잃으면 무엇으로 생계를 이어갈지,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지 걱정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지만, 그 걱정만으로 글을 채우면 자신이 받을 불이익에 대한 호소가 될 뿐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반성문에서 살폈던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가다. “모든 것이 제 잘못입니다”라는 말
Q. 15년 전 수감된 적이 있고, 이번에는 당시와 다른 범죄로 구속됐습니다. 분류처우상 초범으로 분류되나요? A. 분류처우상 범죄횟수는 동종·이종 범죄인지가 아니라, 과거 형의 집행을 마쳤거나 면제받은 뒤 얼마나 지났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르면, 3년 초과 징역·금고형은 집행 종료 또는 면제일부터 10년, 3년 이하 형은 5년이 지나면 범죄횟수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그 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이 선고돼 확정됐다면 제외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15년 전 수감됐다는 사실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정확한 형기와 집행 종료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위 요건을 충족한다면 과거 전력은 제외되고 이번 사건의 형이 확정된 뒤 범죄횟수 1회로 산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전과 자체가 없어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현재 미결 상태라면 수형자에 대한 정식 분류처우는 아직 결정되지 않습니다. 형 확정 후 형집행지휘서가 접수되면 신입심사를 통해 결정됩니다. 수용횟수도 별도로 산정하므로, 현재 구속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수용횟수 2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치소에 구속된 피고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변호사님, 제 얘기를 판사님이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사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피고인에게는 유죄와 무죄, 형량을 다투는 일만큼이나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갖는 일이 절실하다. 재판은 공소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절차다. 그러나 기록에 적힌 내용만으로 사건의 경위와 당사자의 사정이 모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실이 빠져 있기도 하고, 같은 사실을 두고도 수사기관과 피고인의 설명이 달라지기도 한다. 변호인의 역할은 그 차이를 확인하고, 판단에 필요한 사실과 근거를 법정에 전달하는 데 있다. 판사는 여러 사건의 기록을 검토한다. 죄명이 같고 범행 방식이 비슷하더라도 각각의 사건에서 확인해야 할 사실은 다르다. 따라서 변론에서는 무엇이 다퉈지고 있으며, 어떤 증거를 더 살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설명의 길이보다 중요한 것은 주장과 근거가 얼마나 정확하게 연결되는가다. “억울합니다”, “진심입니다”라는 말에는 당사자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다만 그 말만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공소장에 적힌 시각에 피고인이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교도소가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다니는 길은 안전한가요.” 교정시설 신설 계획이 알려질 때마다 주민들이 내놓는 질문이다. 지역의 반대를 ‘님비’나 지역이기주의로 부르기는 쉽지만, 주민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설명하지 않은 채 이해를 구하기는 어렵다. 교정시설에 대한 불안에는 안전 문제뿐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부정적 이미지와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도 함께 들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교정시설을 유치하려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는 유치 찬성 응답이 61.7%에 달했고 16개 마을이 신청서를 냈다. 영덕과 보은에서도 공모 참여와 주민 의견수렴이 이어진다. 인구 감소로 학교와 상점이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교정시설이 직원과 가족의 유입, 일자리와 지역 소비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교정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데에는 지역이 처한 현실도 작용했다. 교정시설 확충은 더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과밀수용이 계속되면 좁은 거실에서 수용자 사이의 마찰이 잦아지고, 교도관이 개인의 상태를 살피거나 상담할 여유도 줄어든다. 교육과 중독 치료, 직업훈련에 필요한 공간과 인력을 갖추기도 어렵다. 출소자가 언젠가 다시 사회로 돌아온
Q. 한 사건으로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다른 범죄 자료가 발견됐다면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나요? 경찰이 특정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 휴대전화를 압수했습니다. 영장에는 특정 피해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이 압수 대상으로 적혀 있었는데, 포렌식 과정에서 과거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다가 다른 범죄와 관련된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그 자료를 토대로 피해자 조사와 별도의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저도 수사기관과 1심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발견된 자료가 영장의 범위를 벗어나 수집된 것이라면, 피해자의 진술과 제 자백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건가요? A. 휴대전화를 적법하게 압수했더라도 저장된 모든 자료를 제한 없이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은 영장에 적힌 혐의 사실 및 압수 대상과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다른 범죄의 자료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수집증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영장에 적힌 사건과 새로 발견된 자료 사이에 구체적인 관련성이 있다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이 영장 범위를 벗어나 관련 없는 사진과 영상까지 탐색해 자료를 확보했다면 증거능력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문제
“그 정도면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모르는 사람의 지시를 받아 현금을 건네받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았고 연락은 텔레그램이나 전화로만 한다. 평범한 일자리와는 분명 거리가 멀다. 그런데 사건을 하나둘 보다 보니 자꾸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말과 ‘사기 범행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했다’는 말은 정말 같은 것일까. 형사재판에서 이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사기죄는 고의범이다. 부주의하게 범죄에 이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범죄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를 속여 돈을 빼앗는 범행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행동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미필적 고의’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런 결과가 생겨도 감수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쉽게 말하면 ‘혹시 범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범죄여도 상관없다’는 생각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현금 수거책 사건에서 바로 이 간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상한 정황이 많을수록 피고인에게 불리하다. 대법원도 공범과
“어차피 망했어요”, “저는 안 되는 사람이에요.”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소년학교’에서 소년수형자들을 가르치는 이제희 교위가 학생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이 교위는 “교육을 통해 작은 성취를 경험하고 ‘나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돕는 것이 소년수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가진 이 교위는 2023년 말 공모를 통해 만델라소년학교에 합류했다. 교과목 대신 인성·교양교육과 상담, 생활지도를 맡고 있다. 만델라소년학교는 2024년 제1회 검정고시부터 올해 제2회 시험까지 6회 연속 응시생 전원 합격을 기록했다. 누적 합격자는 152명이다. 이 교위는 높은 합격률의 배경으로 교도관과 학생 사이의 신뢰를 꼽으면서도 “합격률보다 공부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시사법률은 지난 22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이 교위를 만나 소년수 교육의 현실과 만델라소년학교가 지향하는 교정·교화의 의미를 들었다. 다음은 이 교위와의 일문일답. ―만델라소년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전문상담교사 자격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현재 인성·교양교육과 상담을 담당하면서 학생들의 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