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속 ‘증거의 요지’ … 기재 기준과 열람할 방법은?

 

Q1. 판결문에 ‘증거의 요지’라는 항목이 있는데, 거기에 적힌 증거들이 재판부가 실제로 채택한 증거의 전부인지, 아니면 그중 주요한 것만 추려서 기재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일부만 기재하는 것이라면, 나머지 증거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Q2. ‘증거의 요지’에 기재되지 않은 증거가 실제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었을 경우, 피고인 측에서 그 증거의 존재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또한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증거가 누락된 것으로 의심될 때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판결문을 받아 들고 가장 먼저 눈이 가는 부분 가운데 하나인 ‘증거의 요지’에 관해 두 가지 질문을 짚어드리겠습니다. 형이 확정된 분, 항소·상고를 준비하는 분, 재심을 검토하는 분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 차분히 풀어보려 합니다.

 

1. ‘증거의 요지’에는 채택된 증거가 전부 적혀 있는가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판결이유에 범죄될 사실, 증거의 요지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죄판결을 받으신 분들의 판결문에는 반드시 ‘증거의 요지’라는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칸에 적힌 증거가 재판부가 실제로 채택한 증거의 ‘전부’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드시 전부는 아닙니다.

 

대법원과 하급심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증거의 요지란 “어느 증거의 어느 부분에 의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느냐 하는 이유 설명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증거에 의하여 어떤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는가를 알아볼 정도로 증거의 중요부분을 표시”하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75노688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반드시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필요는 없고, 다만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의 내용과 적시한 증거의 요지를 대조하여서 어떠한 내용의 증거자료에 의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런 점도 분명해집니다. 첫째, 유리한 쪽으로 평가되어 배척된 증거는 굳이 적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대법원 1981. 4. 28. 선고 81도459 판결은 “범죄사실을 증명할 적극적인 증거를 적시하면 족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에 배치되는 소극적 증거까지 적시하여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알리바이 증거처럼 피고인이 내세운 반증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1982. 9. 28. 선고 82도1798 판결은 피고인이 알리바이로 내세우는 증거까지 적시해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합쳐 보면, 판결문의 ‘증거의 요지’에는 유죄 인정에 쓰인 적극적·핵심적 증거의 중요부분이 적히는 것이지, 법정에 제출된 모든 증거나 재판부가 검토한 자료 전부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요지’가 너무 추상적이면 그 자체가 위법이 됩니다.

 

앞서 인용한 99도5312 판결에서 대법원은, 항소심이 1심을 파기·자판하면서 증거의 요지를 단지 “피고인의 법정 진술과 적법하게 채택되어 조사된 증거들”이라고만 적은 것에 대해, “이는 결국 증거 없이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였거나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을 위반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어떤 범죄사실을 어떤 증거로 인정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적었다면 그것은 적법한 ‘요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2. 적히지 않은 나머지 증거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그렇다면 판결문에 이름만 올라온 증거 외에, 실제로 수사·재판 과정에 어떤 증거가 더 있었는지 확인할 길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단계별로 열람·복사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가. 재판이 진행 중일 때 - 형사소송법 제35조, 제266조의3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법원에 제출되어 있는 서류와 증거물은 형사소송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인과 변호인이 직접 열람·복사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구속 중이라면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 위임장과 신분증명서를 첨부해 대신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또 검사가 보유 중인 수사기록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라 증거개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증거개시의 대상을 검사가 신청할 예정인 증거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까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증거개시를 원칙”으로 한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검사가 신청 예정인 증거뿐 아니라, 피고인에게 유리할 수 있는 증거까지 포함해 폭넓게 열람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검사가 부당하게 거부하면 같은 법 제266조의4에 따라 법원에 열람·등사 허용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이 허용 결정을 했는데도 검사가 응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증거로 신청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헌재 2009헌마257 결정).

 

나. 재판이 확정된 뒤 -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59조의3

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이라면 형사소송법 제59조의2가 길을 열어줍니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권리구제·학술연구 또는 공익적 목적으로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찰청에 그 소송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59조의2의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이란 특정 형사사건에 관하여 법원이 작성하거나 검사, 피고인 등 소송관계인이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로서 재판확정 후 담당 기관이 소정의 방식에 따라 보관하고 있는 서면의 총체”라고 보았습니다.

 

또, “해당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아니하였거나 그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한 서류라고 하여 재판확정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모3175 결정 등).

 

즉 채택되지 않은 증거, 의견서, 진술서, 참고자료까지 모두 재판확정기록에 들어가며, 그 열람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또 형사소송법 제59조의3은 2013. 1. 1. 이후 확정된 형사사건의 판결서와 그 증거목록을 누구든지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인 사건이라면 판결서 자체를 다시 받아보고, 증거목록과 대조해 ‘증거의 요지’에 어떤 증거가 빠져 있는지 비교해 보실 수 있습니다.

 

검사가 이를 거부하거나 일부만 허용하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6항에 따라 검찰청에 대응하는 법원에 처분의 취소·변경을 신청할 수 있고, 같은 조 제7항이 준용하는 제417조·제418조의 준항고 절차로 다툴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 2024. 11. 8.자 2024모2182 결정도 사건관계인의 명예·사생활의 비밀 등 제한사유 해당 여부를 법원이 어떻게 심리해야 하는지 기준을 다시 정리한 바 있습니다.

 

다. 누락이 의심될 때 다툴 수 있는 절차

증거의 요지에 적히지 않은 증거가 판결에 영향을 미쳤거나, 반대로 빠져선 안 될 결정적 증거가 빠져 있다고 의심된다면, 다음과 같이 다툴 수 있습니다.

 

먼저 항소·상고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4호는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를 항소이유로, 제383조 제4호는 같은 사유를 일정 형 이상의 사건에서 상고이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증거의 요지에 적힌 증거만으로는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 반대로 적시되지 않은 자료가 결정적이었다면 이를 사실오인·증거재판주의(형사소송법 제307조) 위반의 문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본 99도5312 판결처럼, 증거의 요지를 형식적이고 추상적으로만 적은 경우에는 그 자체가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 위반이 되어 파기 사유가 됩니다. 어떤 증거로 어떤 사실을 인정했는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라면, 항소이유서·상고이유서에 이를 분명히 기재해 다투어 볼 수 있습니다.

 

확정된 사건에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거나 종전 증거의 위조·허위가 드러난 경우에는 재심(형사소송법 제420조 이하)을 검토해야 합니다. 재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위에서 말씀드린 제59조의2가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실제 하급심도 “재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확보하기 위한” 신청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 열람을 허용한 사례가 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13. 1. 16. 선고 2012구합1633 판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