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안내서] 14. 운동 - Part 2

 

운동 시간은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더 현실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한 수용자가 제게 넌지시 다가와 묻습니다.

 

“부장님, 저 아십니까?”

 

기억을 더듬으며 “어느 공장에 있었지요?”라고 되묻자, 그는 “8공장에서 종이백 접는 일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제야 어렴풋이 기억이 살아납니다. “혹시 사동 청소 같은 일을 돕는 ‘임출(임시출역)’이었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는 반가워하며 맞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작년 봄에 출소했다는 그의 말에, 저는 조금 씁쓸한 마음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나갔다가 얼마 안 되어 또 들어온 겁니까?” 그는 “바로는 아니고…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리고 고개를 숙입니다.

 

하지만 숙였던 고개는 금방 들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아까와 같습니다. “부장님, 그래도 OO보다 XX 교도소가 낫지 않습니까? 시설도 좋고 온돌방이라던데요?” 결국 저는 “다 아시지 않습니까. 살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라고 대충 받아넘겼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미통(미결구금일수 통산)은 얼마나 됐습니까?”라고 형량에 포함될 미결 기간을 물었습니다. 그는 “이번 건으로 2년 6개월을 받았고, 전에 집행유예 10개월짜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라고 답합니다. 결국 초범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저도 모르게 말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XX 교도소요? 좋지요. 깨끗하고 넓어서 거의 아파트 수준입니다. 징역 산다고 하면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이지요.”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훈수 섞인 말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상고 포기 잘했습니다. 어차피 형을 바꾸기보다는 미결 기간 늘리려고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좁은 방에서 매일 부대끼며 살면서 집에 전화해 돈 넣어달라 하고, 면회 안 오면 서운해하고… 결국 징역은 본인이 사는 게 아니라 가족이 같이 사는 겁니다. 합의 보고 적당히 나오면 바로 가서 일해야지요.”

 

어느새 훈계를 넘어 거의 연설 수준이 되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운동하던 다른 수용자가 다가와 묻습니다. “부장님, 몇 분 남았습니까?” 그 뒤로 아까 그 수용자가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말 참 많네… 한마디 해달라 했더니 연설을 하고 앉았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이고, 큰일 날 뻔했네요. 시간 다 됐습니다. 이제 들어갑시다!”

 

혼거실 미결 수용자의 운동 시간은 보통 30분입니다. 짧아 보이지만, 전체 인원을 차례대로 돌려야 하는 근무자에게는 하루 종일 1분 1초를 다투며 반복해야 하는 고된 일과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또 한마디가 터져 나옵니다.

 

“부장님! 10시 3분에 시작했지 않습니까! 아직 3분 남았습니다! 지금은 못 들어갑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이런 실랑이가 이어집니다. 운동 시간은 늘 시계 바늘처럼 정해져 있지만, 사람 마음까지 그 시간에 맞춰 움직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짧은 30분이, 어떤 날은 유난히 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