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받는 당사자들과 만나다 보면 이들의 억울함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사기관은 모든 증거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그 내용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편집하여 제출한다. 반면 수사 대상인 피의자는 고소장과 자신이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 외에는 거의 모든 증거에 접근이 불가능하다. 피고인에게는 검사의 기소 이후에야 비로소 증거기록 전체를 열람할 권한이 부여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수사기관이 구축한 증거 구조는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되어 있고, 그 위에 형성된 법관의 초기 심증 역시 일정한 방향성이 생긴다. 이러한 상태에서 방대한 기록을 분석하고 그 허점을 찾아내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일은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경험이 없는 개인에게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단순한 서면 반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변호인의견서나 준비서면을 통해 논리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인식을 전환시키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요구되는 것은 법관으로 하여금 기존 기록만으로는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 중심에 놓이는 절차가 바로 증인신문이다. 증인신문이 공판절차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는 서면
의뢰인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전에 선임했던 변호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1심 변호사가 제대로 준비를 안 해준 것 같아요”, “변호사가 제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어요”와 같은 하소연들이다. 항소심을 준비하는 의뢰인이라면 변호사에 대한 절박함은 남다르다. 상고(3심)는 법률 위반이나 중대한 절차 위반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항소심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피고인들이 변호사 선임 과정에서, 그리고 선임 이후 변호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들이 있다. 내 사건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변호사와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형사 절차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피고인과 검사의 대등한 지위 보장 그리고 판사를 설득할 서면의 작성이 그것이다. 형사재판, 특히 항소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수사 기록과 공판 기록을 손에 쥔 검사와의 펜싱 경기와 같다. 유리한 무기를 손에 쥔 검사와의 대결에서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대등하게 싸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는 검사의 손에 쥐여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