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구치소에서 독거실(1인실) 배정이 사실상 금전 거래를 통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되면서, 전직 교정본부장들의 대형 로펌에 고문으로 합류하는 관행 역시 주목받고 있다. 교정행정 고위직과 수용자 편의 제공 사이에 오랜 기간 형성된 구조적 유착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교정기관 내부 결재 시스템과 전관의 로펌 취업 제한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서울구치소와 법무부 교정본부를 압수 수색해, 전직 교도관 A씨가 수용자들에게 독거실 배정을 알선한 대가로 수천만 원을 수수한 정황을 확인했다. A씨는 2년 전 서울구치소 보안과에 근무했고, 최근까지 교정본부 의료과에서 의료 수용동 내 독거실 배정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건강상 이유’를 명목으로 수용자들을 에어컨·온수 등 편의시설이 갖춰진 병동에 배정하고, 수차례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정당국은 A씨를 직위해제했지만, 단순한 개인 비위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거실 배정은 팀장, 보안과장, 소장 등 단계적 결재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로, 내부 공모 가능성이 배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교도관은 “거실 배정은 보안과장 전결이지만, 독거실 배정은 소장까지 보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함께 교정본부장 출신 인사들이 퇴직 후 대형 로펌 고문으로 연이어 영입되는 관행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올해 5월까지 교정본부장을 지낸 신용해 전 본부장은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합류했다. 유병철 전 본부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김학성 전 본부장은 율촌에, 김태훈 전 본부장은 화우에 각각 합류하는 등 고위직의 로펌 유입은 지속돼 왔다.

한 국내 10대 로펌 관계자는 “태평양이나 김앤장 등은 주로 기업 사건을 담당하지만, 형사 사건이 함께 연루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대형 로펌의 의뢰인들은 일반 형사사범처럼 수천만 원대가 아닌, 억대 수임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로, 독거실 배정, 운동 시간 연장, 면회 편의, 의료동 입원 등 교정 편의를 기대하며 교정본부장 출신 고문을 통해 간접적인 컨설팅을 받으려는 구조가 실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석방 심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못해도, 정보 파악이나 절차 안내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교도관은 “독거실 배정과 관련해 외부에서 연락이 많이 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요 대형 로펌들은 경찰 고위 간부 영입처럼, 교정본부장 출신을 제도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하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교정 고위직의 ‘외압’은 법원 판결로도 확인된 바 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는 2019년 전직 교정본부장 김모 씨에게 징역 1년, 후임 윤모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 전 본부장은 2013년 교정위원 중앙협의회 관계자 A씨로부터 생수, 양념 꽁치, 양념 소스를 교정시설 자비구매 물품으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담당 사무관 등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교도소 내에서 물을 끓여 제공하고 있어 문제가 없고, 생수를 공급할 경우 교정시설에서 식수까지 사 먹게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담당자의 보고를 받고도 생수 납품 추진을 멈추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한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한과를 자비구매 물품으로 선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해 “피고인은 교정본부장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지인의 청탁을 받고, 교정협회가 승인 신청을 하도록 개입했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정본부장은 과거 검사장 출신이 맡던 자리였으나, 김대중 정부 시절 이순길 전 국장이 최초의 교도관 출신 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교정 행정의 전문성 강화 기조가 형성됐다. 이후 2007년 노무현 정부는 교정국을 교정본부로 승격하고, 본부장 직급을 1급으로 격상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전직 본부장들의 로펌행이 반복되고, 수용자 편의 제공과 결합된 ‘비공식 영향력’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구조적 유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독거실 배정이 금전 거래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정 고위직의 퇴직 후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거나, 사후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교정 전문가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교정행정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인물”이라며 “20·21대 국회에서 교정본부의 숙원사업인 ‘교정청 신설’을 골자로 한 법안을 연달아 발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내부 분위기가 크게 침체된 만큼, 교정본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번 독거실 배정 비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