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재판 청구하면 전과이력 드러난다?…AI가 만든 ‘거짓공포’

사실과 다른 법률답변 확산돼…재판청구권 위축
전문가 “AI, 존재하지 않는 법규 생성…의존 안돼”

 

최근 AI 법률상담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과거의 전과가 고소인에게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정식재판 청구를 포기하는 피의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법원 실무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부당한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판결문에 모든 전과가 공개돼 고소인이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 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이는 다수의 피의자가 AI와 법률상담 과정에서 “모든 전과가 판결문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답변을 접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법무법인의 최근 상담사례에서 A씨는 취객 난동을 제지하다 쌍방폭행으로 입건됐고 벌금 200만여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정식재판 청구를 망설였다. 과거 강제추행 벌금형 전과가 존재해 고소인이 알게 될 경우 주변 지인들에게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포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판결문에 이종 벌금형 전과가 상세히 적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양형과 관련된 범죄전력만 죄명과 형량을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전력이 양형에 참작한 경우에만 일부 기재된다”며 “양형에 언급돼도 고소인의 판결문 열람은 열람 범위와 절차가 명확히 제한돼 있어 전과 사실을 확인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의 설명과 달리 AI가 판결문의 전과를 고소인이 열람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법규나 판례를 ‘있는 것처럼’ 제시하는 이른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오류 때문이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불완전한 정보와 통계적 예측을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 문제로 존재하지 않는 조문을 인용하거나 판결문 형식을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최근 한 지방 법원의 형사 재판부는 A 변호사가 의견서에 인용한 판례 5건을 전산망에서 조회했으나, 해당 판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 변호사는 기일 전에 문제가 된 인용을 철회했지만, 재판부는 공판에서 출처를 추궁했고 그는 ‘AI를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AI가 만들어낸 가짜 판례를 검증 없이 제출했다가 발각된 사례다.

 

전문가들은 “AI가 만들어낸 문장 구조가 지나치게 매끄럽다 보니 사용자가 사실 확인 없이 믿기 쉽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A씨 사례 역시 AI의 ‘그럴듯한 설명’이 전과 노출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AI 할루시네이션으로 인해 피의자들이 정식재판 청구 등 기본적 절차를 주저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한편, 단편적인 온라인 정보로 인해 잘못된 형사절차 상식이 퍼지면서 실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곽준호 변호사는 “사실과 다른 정보에 의존해 절차를 잘못 진행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며 “웹 검색이나 AI 답변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 검토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