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막겠다”...의료인력 부족 방치 속 폭언 진료 논란

전국 86명 불과한 교정 공보의
수용자에 폭언해도 분리 안돼
“인력 부족 방치, 교정 악영향”

 

교정시설 내 의료인력 부족이 심화함에 따라 수용자 인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전주교도소 공중보건의의 모욕적 발언과 부적절한 처우에 대해 개선을 권고했음에도 해당 수용자와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아 진료가 계속됐고, 올해 3월에도 폭언이 반복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8월 수용자에게 모욕적인 발언과 부적절한 의료 처우를 한 공중보건의 B씨에게 주의 조치하고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피해자 C씨가 보내온 인권위 결정서에 따르면 2023년 2월 공보의로 근무 중이던 B씨는 C씨가 장기간 복용해오던 근육이완제의 오남용이 우려된다며 처방을 중단했다. 이에 C씨는 “의사가 진료를 제대로 볼 줄 모른다”고 항의했다.

 

다음 해 1월 C씨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를 요청하자 B씨는 “1년 전 진료 받을 때 (당신이) 뭐라고 했었죠?”, “내가 평생 가석방도 안 되도록 엄벌 탄원서를 내줄까?”라고 대응했다. 또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 써 와라. 그렇지 않으면 진료해줄 수 없다”는 취지의 모욕적 언사를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진정인을 진료 거부 대상자로 포함시키고 향후 투약 및 진료를 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B씨의 태도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전주교도소장에게 B씨에 대한 주의 조치와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 이후에도 폭언이 이어졌다는 것이 C씨 측 주장이다. 그는 올해 3월에도 B씨로부터 “당신을 진료할 이유가 없고, 가석방 불원 탄원서를 써서 (교도소에서) 못 나가게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취재결과 B씨는 올해 전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교정 의료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교정시설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는 전국 86명으로 약 6만 명의 수용자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공중보건의 복무 기간이 현역병보다 두 배(18개월→36개월) 길고 교정시설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겹치면서 의대생들이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공중보건의가 아닌 일반 의사 채용도 쉽지 않다. 한 교정기관 관계자는 “2000~3000명을 수용하는 시설에도 의사나 약사가 1명뿐인 경우가 많다”며 “보수가 낮고 대부분 지방 근무라 실제로 지원하려는 의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법무부는 지난해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교정시설 의무관 보수를 민간 수준에 가깝게 올렸다. 평균 인상액은 약 5000만원, 최고 연봉은 2억3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수용자 진료 특성상 업무 부담이 커 단순한 급여 인상만으로는 인력 유치가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의료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수용자 인권침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담·심리치료·약물치료 등 기본 서비스가 지연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고, 과부하에 시달리는 의료진의 부당한 대응이나 폭언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의료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재사회화와 재범 방지라는 형집행 본래의 목적 또한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교정 의료는 단순 진료를 넘어 안정·치료·재사회화의 기반이 되는 영역”이라며 “의료 인력 부족이 장기화되면 인권침해뿐 아니라 교정시설 전체의 안전과 질서 유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