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전과 아니라는데… 지워지지 않는 낙인 ‘소년원 출신’

보호처분은 교화 목적의 조치…
대법원 “전과로 취급할 수 없다”
매년 5만 명이 사회로 돌아오지만
취업 성공률은 10%에 그쳐...

 

교도소 출소 후 취업을 준비하는 A씨는 이력서를 다시 고치고 있었다. ‘경력사항’은 채울 게 없는데, ‘공백기간’에 대해 질문을 할까봐 두렵다. 면접장에서 “혹시 이전에 처벌받은 적 있나요”라는 질문이 나오는 순간, 대화는 더 이상 그의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죄목으로 흘러가곤 한다. A씨는 “공장에서 성실히 일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냈는데, 사람들은 내가 몇 년형을 살았는지만 기억한다”말했다.

 

7일 연예계에 따르면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은 지난 6일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배우 활동을 중단하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10대 시절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역시 전과자였냐”, “소년원 출신이 정의로운 역할을 맡은 게 아이러니”라는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의 미성년기 기록은 순식간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됐다.

 

조진웅 논란은 우리 사회가 ‘소년원’과 ‘전과’를 어떻게 뒤섞어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낙인이 한 사람의 삶을 어디까지 따라붙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적 관점에서 “소년보호처분은 전과가 아니다”라고 규정하지만, 현실에서는 ‘평생 전과자’라는 시선이 작동한다.

 

 


보호처분과 전과는 완전히 다른 법적 개념


우리 사회에서 ‘전과자’는 법률 용어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벌금 이상 형벌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된 사람의 범죄경력을 ‘전과기록’이라 부르며, 이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개념이다.

 

반면 소년범에게 내려지는 보호처분은 성격이 다르다. 소년법 제1조는 목적을 “품행 교정과 건전한 성장 지원”으로 명시하며, 처벌이 아닌 보호와 교화를 앞세운다.

 

대법원 역시 “소년보호처분은 유죄 확정판결이 아니며 전과로 취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성인 성범죄자의 전자장치 부착 여부 판단에서 과거 보호처분을 재범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 판례도 그 연장선이다.

 

실제로 2019년 창원지방법원은 사관생도 선발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보호처분 전력을 이유로 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기도 했다. 다만 여러 차례 보호처분을 받고도 재범한 경우, 법원은 개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아 양형에서 불리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보호처분을 ‘전과’로 보려는 취지가 아니라, 반복된 기회를 받았음에도 재범했다는 사실을 고려한 판단이다.


‘소년원 출신’만 남아… 사라지지 않는 낙인


그러나 현실에서는 “소년원 출신”이라는 표현이 강력한 낙인을 만든다. 채용·입시·군 복무·주거 등 생활 전반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며, 조진웅 사례에서도 법적 사실관계보다 ‘특정 역할을 맡을 자격이 있느냐’는 감정적 판단이 앞섰다. 보호처분의 법적 성격을 검토하는 논의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처음 접한 정보가 인식을 지속적으로 지배하거나, 여러 정보 중 자극적인 요소만 도드라져 보이는 현상이 있다”며 “누군가에게 ‘소년원 출신’이라는 정보가 먼저 주어지면 이후의 긍정적 정보는 모두 배경으로 밀려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가족을 부양하며 성실히 일한다’는 사실은 흐릿해지고, 인지적 편향이 겹치면서 소년원 출신·출소자는 다시 자신을 설명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는 ‘관계 기반’으로 전환… 한국만 남은 시설 중심 구조


해외 주요국은 청소년 정책을 오래전부터 관계 기반 개입 중심으로 전환해 왔다. 다체계 가족치료(MST), 기능가족치료(FFT), 래퍼라운드(Wraparound) 서비스 등은 격리를 최소화하고 가정·학교·지역사회와의 연결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청소년이 낮에는 상담·학업을 받고 밤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데이 리포팅 센터나 장기 멘토링 프로그램도 널리 운영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시설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지역사회 기반 대안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고 예산과 인력 대부분이 시설 운영에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관계 단절, 성장 기회 박탈, 사회적 낙인 재생산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이 구조가 지속되는 한 출소자의 사회 복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법무부에 따르면 매년 약 5만 명이 교도소·소년원을 출소해 사회로 돌아오지만 취업 성공률은 10% 수준에 그친다. 4명 중 1명은 3년 내 재범으로 이어진다.

 

주거 불안과 취업 실패가 누적될수록 재범 위험은 높아지지만, 사회는 여전히 “위험할지 모른다”는 시선으로 출소자를 바라본다. 채용 단계에서 ‘이력 공백’만으로 탈락시키거나, 재소자 출신 입주민이 있다는 이유로 주민 반발이 일어나는 사례도 반복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우범소년 규정 축소, 보호처분 체계 정비와 함께 시설 중심 예산을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출소자와 소년원 출원자에 대한 교육·채용·주거 등에서 비합리적 배제를 줄이는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은 처벌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관계와 지지, 돌봄이 주어질 때 변화 가능성이 열린다”며 “법적 절차가 종료된 사안이라면 사회도 이를 반복해 문제 삼기보다 회복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