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기 인사가 있을 때마다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고민이 반복된다. 장기간 사건을 맡아 온 판사가 다른 법원으로 전보될 경우 사건 흐름이나 형량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월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에 대한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총 132명의 법관이 새롭게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보임됐다.
정기 인사 때마다 재판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재판부 교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기존 재판부가 사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는데 판사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건이 장기간 이어진 경우 이러한 심리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공판이 여러 차례 진행되며 증인신문과 증거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재판부가 교체되면 사건 흐름을 다시 설명해야 할 것 같다는 심리적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재판부 교체가 사건 진행 방식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의 법리나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판사마다 다를 수 있고, 공판 진행 방식이나 질문 방식, 양형 판단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재판부 교체가 재판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 구성원이 일부 바뀌더라도 사건 기록과 공판조서를 통해 심리의 연속성은 유지된다”며 “합의부 재판은 여러 판사가 함께 사건을 검토하기 때문에 특정 판사 교체만으로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사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판사가 전보될 경우 사건 기록과 공판조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후임 판사가 사건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합의부 사건의 경우 다른 판사들이 기존 심리 내용을 공유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무에서는 판사마다 사건을 정리하는 방식이 달라 일정한 체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판사 출신 정재민 변호사는 “메모에 심증을 남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복잡한 사건의 경우 자신의 의견을 메모로 남기거나 경우에 따라 판결문 초안의 상당 부분을 작성해 둔 뒤 전보되는 사례도 있다”며 “반대로 후임 판사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심증의 흔적도 남기지 않는 판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후임 판사는 공판조서만으로는 사건의 세부 내용을 모두 파악하기 어려워 기존 기록과 서면을 중심으로 사건을 검토하게 된다”며 “기록으로 보는 사건과 직접 심리를 통해 파악한 사건 사이에는 체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부가 교체되더라도 기존 기록을 중심으로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며 “재판 당사자들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주장과 증거를 서면으로 명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