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대책 촉발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반년째 송치 못해 수사 장기화

警, 초동수사 부실·영장 기각 논란
여론 잠잠해지자 사건 ‘표류’ 비판
아동 유괴 증가…송치 인원은 저조

 

지난해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범정부 종합대책까지 촉발한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 피의자들이 반년이 지나도록 사법처리되지 않은 채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동수사 부실로 비판을 받았던 경찰이 여론이 잠잠해지자 사건 처리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8월 발생한 서대문구 홍은동 초등학생 유괴미수 사건을 6개월 넘게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이는 경찰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인 54.4일(작년 8월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피의자인 20대 남성 A씨 등 3명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8월 28일 서대문구 홍은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발생했다. A씨 일당은 차량을 타고 주변을 돌며 하교 중이던 학생들에게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는 등 세 차례 유인을 시도했지만 학생들이 도망치면서 미수에 그쳤다.

 

경찰 대응은 초동수사 부실 논란을 낳았다. 최초 신고를 받고도 인근 폐쇄회로(CC)TV 일부만 확인한 뒤 ‘오인 신고’로 판단해 사건을 종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근 초등학교가 유괴 주의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고 지역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추가 신고가 이어지자 경찰은 뒤늦게 CCTV를 재확인해 이들 3명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가담 정도가 큰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혐의 사실과 고의성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태블릿PC와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추가 혐의가 확인되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혐의 입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중요 사건인 만큼 서울경찰청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들의 범행을 아동학대 혐의로 볼 수 있는지 확장 검토 중”이라며 “법률 검토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사건도 정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낳으면서 어린이 안전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어린이 약취·유인 사건에 대한 신속 수사와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는 같은 해 11월 행정안전부·경찰청·교육부·보건복지부 합동으로 ‘등하굣길 안전 확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대상 범죄는 단 한 건이라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적극적인 구속영장 신청과 아동학대 혐의 적용, 범죄자 신상공개 등을 통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동을 노린 유괴 범죄는 증가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2021년 193건에서 2022년 222건, 2023년 260건, 2024년 236건, 2025년 340건으로 집계됐다. 검거 건수도 같은 기간 175건(89.74%), 195건(87.84%), 250건(96.15%), 222건(94.07%), 327건(96.18%)으로 증가했다.

 

검거 인원은 2021년 230명, 2022년 257명, 2023년 312명, 2024년 294명이다. 반면 송치 인원은 2021년 153명, 2022년 155명, 2023년 195명, 2024년 178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사건의 실체 규명뿐 아니라 국민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유괴미수 사건은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 불안이 큰 범죄이기 때문에 수사와 사법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영장 기각 이후 수사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대응이 늦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취·유인 범죄는 피해자를 실제로 데려가지 않았더라도 유인 행위와 범행 의도가 인정되면 처벌이 가능한 범죄”라며 “수사기관이 관련 증거와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용 혐의와 처벌 수위를 신속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