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보호복지공단...국민도 출소자도 모르는 무명무실한 기관

공단 예산, 재범 방지보다
보여주기식 사업에 집중
교도관들만 공단 홍보...
법무부 공단 운영
감시·감독 강화해야

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한국 법무보호복지공단(이하 공단)이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출소자의 자립을 돕고 재범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지만, 대국민 인지도는 현저히 낮고 출소자들조차 기관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의 실효성 부족 문제까지 지적되면서 사실상 무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공단은 1910년 인천 구호원 설립을 시작으로 출소자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운영돼 왔다. 출소자들에게는 공단이 최후의 사회 안전망이자 보호막과 같은 존재다.

 

공단은 출소자의 취업 지원을 위해 전국 54개 교정 기관과 협력해 ‘허그 일자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용자들은 이러한 제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지원의 실효성 또한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정 시설 내에서 교도관들은 공단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빠른 돈벌이에 익숙한 일부 출소자들에게 정규 취업 지원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공단은 외부 홍보에만 집중할 뿐, 정작 정보를 전달해야 할 수용자들에게는 홍보를 교도관들에게 맡기고 있다. 공단이 수용자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홍보 방식은 매주 토요일 교화 방송을 통해 ‘행복 이음 센터’ 및 공단 홍보 영상을 2분간 시청하게 하는 것이 전부다.

 

한 수용자의 가족은 <더 시사법률>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복지공단’ 하면 ‘허그 일자리’는 들어본 적도 없고, 접견비 주는 곳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 실태를 잘 아는 전문가들 역시 “예산이 재범 방지 대책보다 보여주기식 사업에 집중돼 실질적인 활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무늬만 보호복지… 법무부 공단 운영 감시·감독 강화해야


공단의 감시·견제 부재


공단의 출소자 관리 부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공단의 주거 지원을 받던 50대 출소자가 백골 상태로 발견되며 공단의 관리 책임이 논란이 됐다. 공단 측은 담당 직원 명이 127세대를 관리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를 언급했지만, 이는 단순 방문만 반복하다가 고독사를 방치한 결과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공단이 발표하는 재범률 통계도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 지난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공단 보호 서비스를 받은 수혜자의 재범률은 0.2%로 발표됐지만, 이는 일부 연락이 닿은 대상자만을 기준으로 산출된 수치였다. 게다가 공단은 범죄 경력 조회 권한조차 없어 실질적인 재범률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공단 스스로 공식 통계의 허술함을 인정한 셈이다.

 

이 같은 문제의 배경에는 인력 부족과 높은 이직률이 자리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공단 직원 수는 일반직 269명, 무기계약직 97명이며, 무기계약직의 퇴직률은 69.5%, 일반직은 35.2%를 기록했다. 낮은 급여와 과중한 업무 탓에 직원들의 사명감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담 업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 어려운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내부 운영 문제도 심각하다. 공단은 2년 연속 채용 비리로 적발되었으며, 이에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여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에는 마약사범과 조직폭력배 등에게 보호위원 신분증이 대량 발급되면서 일부가 재판 감형 목적으로 활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여성위원회 전체가 해촉됐지만, 여전히 일부 신분증은 회수되지 않고 있다.

 

공단 내 갑질 문제도 논란이 됐다. 2023년 한 직원이 동료에게 술을 강요하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발생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024년에는 한 지부장이 법무보호위원으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아 이를 사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돼 해임되고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재범 위험군은 방치


2020년 공단의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80.7%가 공단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며, <더 시사법률>이 취재한 결과 실제 출소자들조차 공단의 주요 지원 사업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단의 문제는 이러한 비리와 운영 부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언론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부 문제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부족하다 보니 어떠한 비리가 저질러지더라도 공론화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왔다.

 

공단 운영상의 문제는 출소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직접적인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한 수용자의 가족은 <더 시사법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 접견비 지원’을 받기 위해 공단 안내에 따라 신청하고 필요한 서류도 제출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결국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담당자가 바뀌었고,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서류가 분실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준비하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도 운영되고 있지만, 참여자는 대부분 초범이나 개방 처우 대상자에 한정돼 있으며, 정작 취업 지원이 절실한 장기 수형자나 재범 위험이 높은 대상자들은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재복역률은 5범 이상이 1,994명으로 59.9%, 4범이 569명으로 46.4%, 3범이 845명으로 39.4%를 기록했다. 범죄 횟수가 많을수록 재복역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상당수의 출소자가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공단 운영 부실한데… 예산 요구만


공단은 출소자의 사회 복귀 지원을 강화하고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2025년 예산을 전년 대비 64.5% 증액된 20억 4,000만 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정작 재범 위험이 높은 ‘가족과 단절된 출소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도관은 “공단의 국민적 인식을 바꾸려면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공단의 접견비와 긴급 지원비 예산은 가족이 있는 재소자의 가족에게 한정하여 지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재범 위험이 높은 ‘가족과 단절된 출소자’들에게는 이러한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황영기 이사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특수 취약 계층인 보호대상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고 건전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개별 법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독자 법률인 재범방지법의 제정 필요성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공단의 운영 실태를 고려했을 때, 독자 법률 제정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내부 운영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부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공단의 역할과 책임이 확대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계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단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따라서 보여주기식 홍보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성완 법무법인 JK 대표 변호사는 “출소자의 생계 문제 해결 없이는 재범 방지가 어렵다”며 “공단은 교정본부에 의존한 홍보보다, 가족이 있는 특정 계층만 혜택을 받는 예산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장기수나 가족과 단절된 출소자의 실제 취업 연결과 지속적 관리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알아서 찾아오라’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출소 전부터 체계적인 연계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