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입니다. 재판을 위해 출정을 나갈 때는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 채 이동해야 하고 인원 확인을 위해 이름을 부르면 관등성명처럼 크게 대답해야 합니다. 절차 하나하나가 숨 막힐 정도로 엄격하게 진행됩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긴장된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제 이름이 불려 대답하고 앞으로 나갔고 뒤이어 한 사람의 이름이 호명됐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줄에 섰습니다. 직원이 몇 차례나 다시 물었지만 그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버스에 올라 재판장에 도착해서 다시 줄을 세울 때도 그 사람은 이름이 불리자 대답 없이 손만 들어 보였습니다. 예외가 용납되지 않는 이곳에서 혹시 억하심정에 반항하는 것은 아닐까 저를 포함한 모두가 긴장된 시선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를 뚫어져라 보던 직원이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혹시… 말씀을 못 하시는 분입니까?” 그러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순간 그 사람을 바라보던 제 마음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섣불리 그를 반항하는 사람, 문제아로 단정 지으려 했던 제 오만한 태도가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짧은 조각만으로 한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재단하는 일이 얼마나 성급하고 위험한 것인지를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제 날 선 시선을 깊이 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