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5월 29일 인천 계양구 아라뱃길 수로에서 의문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인위적으로 절단된 흔적이 있는 한쪽 다리가 떠오른 것이다. 경찰은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수색을 시작해 9일 후 목상교에서 김포 방향의 수로에서 나머지 한쪽 다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은 채 수사를 이어가면서 이 무렵 경기 파주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과의 관련성도 확인했다. 30대 남성 피의자가 파주시 자택에서 5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서해대교 인근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라뱃길에 시신이 떠오른 지 한 달 만에 인천 계양산 중턱에서 백골화가 진행 중인 여성의 머리와 몸통뼈가 발견되며 파주 살인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으로 분류됐다. DNA 검사 결과 계양산의 백골 시신은 아라뱃길에서 발견된 훼손 시신과 동일인이었고, 국과수 분석에 따르면 시신은 B형의 혈액형, 키 160cm~167cm 사이의 30~40대 여성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려 실종자, 미귀가자 등의 가족과 DNA 대조를 진행했으나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시신 유기 지점도 특정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낮은 쪽으로 흐르는 하천의 물길과 달리 아라뱃길은 수질관리를 위해 하루에 두 번 서해와 한강에서 물을 유입하기 때문에 물길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경찰 수사를 어렵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훼손된 시신의 상태였다. 다리와 두개골, 몸통이 발견되었지만, 지문을 확인할 수 있는 손 부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두개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치아 상태로 신원을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특이하게도 시신에 남아있는 치아가 위아래 어금니 단 3개뿐이었다.
치과 전문의들은 남아있는 치아로 피해자가 생전 충치 치료와 교정 치료를 받았음을 추정했지만, 위쪽 송곳니가 뿌리채 뽑힌 것에 의아함을 보였다. 피해자가 사망한 후 누군가 강제로 뽑은 것으로 보였다.
범죄전문가들은 범인이 피해자의 신원을 은폐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것에 주목했다. 범인은 숨진 여성의 신원이 드러나면 가장 먼저 의심받을 측근이나 면식범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경찰은 6개월간의 수사에도 진척이 없자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그간의 수사자료를 토대로 피해자의 안면을 복원해 몽타주로 제작했고 국민 제보를 받기로 했다. 2025년 10월, 그간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공개수사 전환, 언론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라뱃길에서 발견된 변사자의 생전 흔적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고 있다. 범죄 혐의점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미제사건으로 분류되어 긴 침묵을 이어가는 중이다.
경인 아라뱃길에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총 15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2024년에만 10구의 시신이 떠올랐다. 국책사업으로 2조가 넘는 돈을 들여 개통한 첫 내륙 운하가 엽기적인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죽음의 뱃길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 사건은 경인 아라뱃길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미제사건의 현실을 동시에 드러낸다.
국책사업으로 개통된 이후 운하 관리와 치안의 사각지대가 이어졌고, 그사이 이름조차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생겼다. 시신이 떠오르는 반복되는 공포와 의문 속에서, 피해자와 유족의 존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또 한 번 세월 속으로 사건이 묻히고 있다. 그러나 남아있는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
그녀는 누구였는가. 그리고 누가, 왜, 그토록 철저히 그녀의 존재를 지우려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