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시사법률 이소망기자 기자 | 2021년 창설된 대학생 연합 동아리가 있다. 동아리의 이름은 동반자를 뜻하는 “깐부”. 아무나 그들의 깐부가 될 수는 없었다.
모집대상은 수도권에 거주 중인 20대지만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만약 본인이 인플루언서이거나 유튜버, 연예인, 사업가, 차량 보유자, 호텔 및 리조트 회원권 보유자라면 선발에 우대해준다. 마침내 그들의 깐부가 되었다면 고급 호텔 멤버십을 다수 이용할 수 있고, 동아리 회원들이 보유한 수십 대의 고가의 수입차를 탈 수 있으며 각종 파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모인 깐부의 수가 약 300여명. ‘깐부’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학생들이 다수 모였다. 동아리를 창설한 회장 30대 A 씨도 연세대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 진학한 엘리트였다. ‘깐부’의 SNS엔 화려한 사진들이 주기적으로 업로드되었다.
사진 속 회원들은 화려한 배경 속에서 즐겁게 취해있었다.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의 모임은 어딘지 특별해 보였고,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연합 동아리 ‘깐부’는 2024년 여름에 이르러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다. 동아리 회원들의 화려한 스펙이나 활동 덕분이 아니다.
동아리 내부에서 마약이 돌고 있었다. 액상 대마부터 LSD, 케타민, 심지어 필로폰 등의 강도 높은 마약류도 나왔다. 그 중심엔 회장 A 씨가 있었다. A 씨는 여자친구와 한 호텔에서 마약을 투약하다 여자친구가 약에 취해 난동을 부리면서 현장에서 적발되었다. 이때만 해도 검찰은 개인의 마약투약 사건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진행하던 공판검사가 A 씨의 수상한 거래 내역을 포착,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면서 동아리의 실체가 드러났다. 알고보니 ‘깐부’는 친목 동아리가 아닌 ‘대학가 마약 동아리’였다.
A 씨는 주로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 딜러와 접촉했고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입했다. 같은 동아리 임원 B 씨와 C 씨가 마약 구입 자금을 분담해서 부담했고 동아리 내부에서 집단적으로 마약을 유통, 투약했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이 동아리 회장 A 씨를 포함해 마약을 유통 및 투약한 혐의로 회원 14명을 적발하고 3명은 구속,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은 마약이 대학가에 깊숙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에 더해 명문대 학생들이 사건에 대거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해지며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자 마약을 투약한 회원 B 씨는 최후진술에서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댔다가 평생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부모님께 잊지 못할 상처를 드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울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1월, 서울남부지법은 연합 동아리 ‘깐부’를 운영하며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혐의로 회장 A 씨에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1천3백여만 원의 추징금과 약물중독 재활 및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한때 그 어떤 동아리보다 화려했던 동아리 ‘깐부’는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과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