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오빠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와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8)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 측 항소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왕해진)는 11일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8)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보험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오빠 B씨 명의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뒤, 반복적인 사고와 치료 과정에서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2년부터 2년간 고의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 3000여만 원을 편취했다.
2013년에든 숯불로 자신의 팔을 지져 3도 화상을 입은 뒤 보험금 1500여만 원을 타내기도 했다.
검찰은 또 A씨가 몸이 불편한 오빠를 제대로 보호·간호하지 않아 결국 숨지게 했다며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범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기치사는 형법 제271조, 제275조에 규정된 범죄로, 보호의무 있는 자가 요부조 상태에 있는 사람을 보호 없는 상태로 두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한다.
성립 요건으로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의무 ▲유기행위(작위 또는 부작위) ▲유기의 고의 ▲사망과의 인과관계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 등이 모두 인정돼야 한다.
법무법인 안팍의 박민규 변호사는 “유기는 단순히 돌봄이 부족했다는 사정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고도 보호를 포기했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기치사는 결과적 가중범이므로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와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까지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며 “이 부분에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판례에서도 ‘방치의 고의’와 ‘사망 예견가능성’ 입증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고합255 판결은 피고인이 기본적인 부양과 간호를 해온 정황이 있고 상태 악화 이후 일정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이유로 유기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피해자를 사실상 배타적으로 지배·관리하는 공간에 두고 장기간 영양·의료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유기치사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2021년 대구지방법원김천지원은 피고인이 직계존속을 사실상 배타적으로 지배·관리하는 공간에 두고, 장기간 영양·위생·의료 조치를 하지 않아 극심한 영양실조 및 감염 등으로 사망하게 한 사안에서 유기치사를 인정했다.
단순한 돌봄의 부적절성 여부가 아니라 보호의무자가 위험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는지, 그 방치가 사망으로 이어졌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도 쟁점은 A씨가 오빠에 대해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의무를 부담하는지, 당시 오빠의 건강 상태가 즉시 보호가 필요한 요부조 상태였는지, 치료 미흡이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있는지 여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요건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1심 무죄를 그대로 유지했다.
박 변호사는 “가족관계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기치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범위와 위험 인식 여부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엄격하게 가려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