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10월 출범하는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해외 형사사법제도와의 비교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응답은 49%,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38%로 집계됐다. 찬반 격차는 11%포인트다.
부실하거나 불공정한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검사가 다시 수사권을 갖는 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적지 않다.
정당 지지층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반대 응답이 50%로, 찬성(40%)보다 높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찬성 62%, 반대 27%로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1.3%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론은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치권 내부에서는 ‘검찰 권한 부활’에 대한 경계도 여전하다. 공소청이 어느 수준까지 수사에 관여할 수 있을지에 따라 검찰개혁의 방향과 평가 역시 달라질 전망이다.
해외 주요국의 형사사법제도를 보면 대륙법계 국가는 대체로 검사가 수사의 중심에 서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는 경찰을 독립적 수사기관이라기보다 검사의 지휘·통제를 받는 사법경찰로 규정한다. 수사의 적법성과 방향에 대한 책임을 검사가 직접 부담하는 구조다.
프랑스의 경우 모든 사법경찰 수사는 검사의 통제 아래 이뤄진다. 경찰 조직 내부 지휘와 검사의 지휘가 충돌할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지휘가 우선한다.
사법경찰이 검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고검장이 사법경찰 자격을 박탈하거나 징계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인사 평가에도 관여한다. 수사 통제권과 책임을 검사에게 명확히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독일 역시 검사가 수사의 주체로 기능한다. 검사는 직접 수사할 수도 있고 경찰을 통해 수사할 수도 있으며, 수사 전반의 법률 적합성에 대해 책임진다.
경찰은 현행범 체포 등 긴급한 경우에 한해 독자적 조치를 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수사권 행사의 주체는 검사다. 이탈리아도 헌법에서 사법부가 사법경찰을 통제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검사가 수사 지침을 수립해 경찰을 지휘한다.
반면 일본은 대륙법계 국가이지만 다소 다른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사법경찰을 상호 협력 관계로 규정한다.
경찰과 검찰은 각각 독립된 수사기관이지만 공소 제기와 관련된 범위에서는 검사의 지휘권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다만 검사가 경찰 수사 전반을 포괄적으로 지휘하는 구조는 아니다.
영미법계 국가인 미국은 또 다른 방식이다. 경찰과 검사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하지만, 검사는 경찰의 지휘자가 아니라 소추 대리인에 가깝다.
검사는 경찰 수사에 대해 법률적 조언과 사전 검토를 제공하고, 확보된 증거가 부족하거나 위법성이 있을 경우 기소를 거부함으로써 수사를 통제한다. 경찰 역시 영장 청구 전 검사와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형사사법제도가 대륙법계 전통을 기반으로 일본식 구조를 거쳐 영미법계 요소를 결합해 발전해 왔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공소청 보완수사권 논쟁 역시 특정 국가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기보다는 수사의 책임성과 인권 보호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제도 설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여당 지지층에서 나타난 높은 보완수사권 반대 여론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입장 정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을 준다는 것은 결국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경찰 수사에 대한 최소한의 보완 장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수사가 완벽할 수는 없다”며 “명칭이 무엇이든 보완 대책이 없다면 검찰개혁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달 21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원칙적으로 보완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는 있다”며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에 권력을 남기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인권 보호와 권리 구제”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안 확정 이후 검찰은 불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및 재수사 요청 사례를 잇따라 공개하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보완수사·재심 업무 우수 검사·수사관 8명에 대한 표창식도 열었다.
부산지검 최성규 검사는 이른바 ‘최말자 사건’ 재심에서 사건 기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무죄를 구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태환 검사는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제기한 재심 청구 사건 46건을 전수 조사해 직권으로 특별재심을 청구해 표창을 받았다. 외국인 이주여성 성폭력 사건에서 추가 범죄를 밝혀낸 수사관과 전세사기 사건의 공범을 추가로 밝혀낸 수사관도 표창 대상에 포함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 송치 사건 중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비율은 2022년 10.39%, 2023년 9.59%, 2024년 9.84%였다. 반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비율은 2022년 10.39%에서 2023년 3.06%, 2024년 2.61%로 감소하는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