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 대상 수발업체 먹튀’ 보도 1년 뒤…무너진 교도소 수발사업 시장

2023년 기점 수발업체 시장 급변
출소자 간행물 시장 진입 '확산세'
저작권 침해·광고주 기망 잇따라

 

교도소에 수용 중인 수용자들의 심부름을 대행하는 이른바 ‘수발업체’의 ‘먹튀’ 실태를 최초 보도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교정시설을 둘러싼 수발업체 시장은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같은 조직적 운영 형태는 대부분 사라졌고, 시장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업에 뛰어든 출소자들이 연쇄 폐업과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2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수발업체 수는 과거 대비 크게 감소했다. 전국 경찰서에는 수형자들의 금원을 받은 뒤 잠적한 수발업체 관련 고소·고발 사건이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발업체는 교도소 내 수형자를 대신해 도서·잡지 구매, 조의금 전달, 중고차 상담 등 각종 외부 업무를 대행하는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 형태로 확대돼 왔다. 특히 2013년 전후 출소자들이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했고, 일부 업체는 월 2000만~3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장 환경은 급변했다. 일부 업체가 마약·담배·음란서적 반입 시도나 스포츠토토 대리 베팅 등 불법 사행행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교정당국의 관리 사각지대 문제가 제기됐다.


인터넷편지 서비스 폐지, 수익 구조 붕괴 촉발


수발업체가 교정시설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비공식 유통 통로로 기능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법무부는 제도 전면 정비에 착수했다.

 

전환점은 2023년 10월 법무부가 발표한 ‘음란도서 차단 대책’이었다. 교정시설 내 외부 유통 경로 통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수형자와 외부 업체 간 주요 소통 수단이었던 교정 인터넷편지 서비스가 폐지됐다.

 

과거에는 수형자가 신문 광고를 통해 업체에 편지를 보내면 업체가 인터넷 서신으로 무료 답변을 제공할 수 있었다. 물품 문의가 여러 차례 오가더라도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어 자본금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구조였다.

 

그러나 인터넷편지 서비스 폐지 이후 모든 소통이 유료 우편으로 전환되면서 수익 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심부름 비용으로 1만원을 받더라도 문의와 답장이 반복될 경우 등기우편 비용만으로 수익이 소멸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는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수형자들이 송금한 금원을 반환하지 않은 채 폐업하거나 잠적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물품 리스트 방식 전환…그러나 한계


이에 수발업체들은 대안으로 물품 리스트를 제작해 수형자에게 발송하는 방식으로 운영 모델을 변경했다.

 

신문 광고를 통해 연락한 수형자로부터 우표 비용을 받은 뒤 약 100~150페이지 분량의 물품 목록을 발송하고 주문을 받는다. 리스트를 받은 수형자가 추가 물품을 재주문하는 구조로 단골 고객 확보를 목표로 한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대량 인쇄에 필요한 용지 비용과 컬러 인쇄비, 발송비 등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초기 자본이 부족한 운영자의 경우 사업 지속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로 변했다.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일반 유통업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 부담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을 들여 리스트를 제작·발송하더라도 해당 수형자가 출소하거나 다른 업체로 거래를 변경할 경우 투자금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일부 교정시설에서 수발업체 물품 리스트 반입을 제한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운영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법적 반입 제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시설 측이 사실상 통제에 나설 경우, 수형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업체 입장에서는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2024년 도입된 우송도서 등록제 역시 시장 축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도서 발송 시 휴대전화 본인인증 절차가 필요해 휴대전화 1대로 하루 1명의 수형자만 인증이 가능한 구조다. 예컨대 주문자가 30명일 경우 휴대전화 5대를 보유한 업체라도 모든 발송을 완료하는 데 최소 6일이 소요된다.

 

주문이 수십 건 접수되더라도 발송 지연이 불가피해지고 배송이 늦어지는 수형자들은 ‘먹튀’를 의심하며 항의 편지를 보내지만 업체는 추가 등기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편지로 사정을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지연이 반복되고 신뢰가 무너지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규제 강화 속 또 다른 음성시장 우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수발업체들은 수형자 대상 수발업체 모델을 포기하고, 교정시설 방문이 어려운 가족을 대신해 접견 준비나 물품 구매를 대행하는 ‘외부 수발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에는 출소자들이 초기 비용이 비교적 낮은 잡지·간행물 제작 시장으로 진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소량 인쇄만으로도 비용 회수가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진입 장벽을 낮춘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로운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출소자들이 수형자 선호 콘텐츠 제작을 명목으로 제3자의 기사와 이미지, 광고물을 무단 사용하거나 음란성이 문제 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출판물을 무분별하게 제작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실제로 한 간행물은 『더시사법률』의 이미지 다수를 무단으로 사용한 뒤, 선정적인 여성 사진과 함께  “더시사법률은 00잡지의 전신” 또는 “이미 검증된 성공 모델, 교정시설 내 10만 부 배포”라고 허위 홍보하며 광고주들을 기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간행물 운영자는 지난해 10월 출소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본지는 해당 운영자를 상대로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기미수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며, 해당 책자에 대한 전면 회수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도 제기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우송도서 등록제 도입 이후 ISBN이 등록된 간행물에 한해 교정시설 반입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변경된 데 따른 구조적 영향으로 분석된다.

 

해당 제도 시행으로 외국 음란서적이나 금지 물품 반입은 일정 부분 차단됐지만 국내 출판 제도상 ISBN 등록이 비교적 간단한 절차와 소액 비용만으로 가능해 별도의 내용 심사 없이 간행물 등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제도적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로 일부 불법 행위는 차단됐지만 이를 대체할 합법적 시장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형태의 분쟁과 범죄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