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코로나19 집단감염, 국가배상 소송 1·2심 모두 기각

공무원 고의·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 부족 판단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수용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2심 모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방역 대응 과정에 일부 미흡이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준의 위법이나 과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는 이달 8일 수용자 등 33명이 정부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역시 같은 취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11월 서울동부구치소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감염은 빠르게 확산돼 2021년 1월 기준 수용자 1176명과 직원 27명 등 1200여 명이 확진됐다. 확진 수용자 전원이 격리 해제된 시점은 약 두 달 뒤인 2021년 3월이었다.

 

감염된 수용자와 가족 등 33명은 정부가 적절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법무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장관의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1인당 5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재판의 쟁점은 국가배상 책임 성립 여부였다. 국가배상법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공무원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이 있고, 그 행위가 법령을 위반했으며,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과실과 위법성 판단 기준에 대해 “단순히 대응이 미흡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당시 감염병 상황과 시설 여건, 조치의 목적과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고들은 직원 방역수칙 위반, 신규 입소자 격리 미흡, 마스크 지급 부족, 확진 사실 미공지, 전수검사 지연, 과밀수용, 이송 지연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부분의 주장에 대해 증명이 부족하거나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원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해서는 마스크 미착용 등 구체적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봤다. 신규 입소자 격리와 검사 운영 역시 수용 공간의 한계와 지속적인 입소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시 여건에서 가능한 범위의 조치로 판단했다.

 

전수검사 지연에 대해서도 대규모 검사 준비와 방역당국 협조 필요성을 감안하면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과밀수용 문제 역시 정원 초과만으로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수용 환경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접견 금지와 서신 제한 조치도 위법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외부 접촉을 차단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형집행법상 교정시설장의 권한 범위 내 조치로 판단했다.

 

비대면 진료 방식에 대해서도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인터폰 등을 통한 진료로 치료가 지연되거나 상태가 악화됐다는 점 역시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확진 사실을 즉시 공식적으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지 지연은 일부 인정되지만, 수용자들이 분리 수용 과정과 직원 설명 등을 통해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자기결정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 개인의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무원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정책 판단이나 대응 미흡만으로 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