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몰랐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집행유예는 가능할까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수용시설의 벽 앞에 선 이들은 이 질문을 수없이 되뇌고 있을 것이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되었을 뿐이고, 통장 하나를 빌려주었을 뿐인데, 사건의 전모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현실 앞에서 억울함과 절망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형 재산범죄 사건의 항소심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분명히 확인한 사실이 있다. 같은 범죄에 연루되었더라도 항소심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원심의 형을 그대로 감내하지만, 항소심은 1심의 단순한 반복 절차가 아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의 항소심은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떠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다시 묻는 마지막 절차에 가깝다. 전략은 판결 이후가 아니라 수감된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첫째, 자신의 역할이 과대평가되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1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가 항소심에서 반드시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심 판결이 피고인의 가담 정도나 범행 내
밤마다 잠 못 이루고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스쳐 지나가는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실 수도, 한순간의 잘못으로 무너져 내린 일상을 회상하실 수도, 그리고 ‘과연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한 두려움에 떨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채 항소심을 기다리는 시간은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오롯이 홀로 절망과 싸워야 하는 고독한 과정임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만나는 접견 자리에서 물어보십니다. “변호사님, 항소심에서 나갈 수 있을까요?” ‘1심 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 항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자포자기의 목소리로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30년간 수많은 음주 운전 사건의 항소심을 수행하며 분명히 보았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 절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형기를 다 채우고, 누군가는 집행유예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항소심은 1심의 복사판이 아닙니다. 특히 음주 운전 사건의 항소심은 ‘남아있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설득의 장’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부터 항소심 전략은 시작되어야 합니다. 첫째, 후회를 넘어 성
“변호사님, 저도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을까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분들이 변호사 접견 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미 한 번의 패배를 겪은 그들의 눈빛에는 절망과 일말의 희망이 뒤섞여 있다. 법정의 냉혹함을 한차례 경험한 뒤라 항소라는 절차가 과연 의미가 있을지, 혹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절차가 아닐지 하는 불안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그 마음을 모르는 척할 수는 없다. 1심 판결문을 받아 든 순간의 허탈함과 두려움은 의뢰인뿐 아니라 사건을 들여다보는 변호사에게도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나 나는 변호사로서 30년간 수많은 항소심을 맡으며 1심의 결과를 바꾸어 왔다. 그것이 단지 기적이나 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패색이 짙던 사건이 항소심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데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오늘은 항소심에서 성공했던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결정적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들 사건에서 나는 첫째, ‘모든 것’이 아닌 ‘단 하나’에 집중했다. 1심 판결에 대해 의뢰인들은 종종 지금까지 겪어온 모든 과정이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수사 과정의 부당함, 증언의 편파성, 판사의 오해까지 전부 항소를 통해 다투고 싶어
당신은 법정에서 판결문을 받아 든 순간을 기억하는가? 재판장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주문이 낭독되는 동안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것을 느낀다. “징역 ○년을 선고한다.” 그 한마디가 귓가에 울리고, 손에 쥔 판결문은 인생의 종결문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30년 동안 형사사건을 다루며, 1심 판결문을 ‘끝’으로 받아들인 사람과 ‘시작’으로 받아들인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판결문은 종결문이 아니다. 그것은 항소심으로 향하는 지도이다. 많은 이들이 1심 판결문을 받으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판결문은 단순한 결과 통지서가 아니다. 그 안에는 법원이 어떤 근거로 유죄를 판단했는지, 어떤 정황을 불리하게 보았는지, 어떤 부분을 신뢰하지 않았는지가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판결문은 법원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기록이다. 항소는 바로 그 판단과정을 다시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절차이다. 따라서 판결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어보는 것이 항소심의 출발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도13416 판결)
더시사법률의 창간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1년간 독자들에게 법과 사회를 바라보는 창을 열어주시고, 삶을 성찰할 기 회를 제공해 주신 귀지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형사재판정에서 정의가 저절로 주어지지 않듯, 올바른 법 감각 또한 끊임없는 학 습과 성찰 속에서 비로소 길러집니다. 앞으로도 더시사법률이 독자 곁에서 정의와 희망의 가치를 널리 전하며, 법이 지닌 사명과 책임을 일깨우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30년 넘는 세월을 형사법정에서 살아왔다. 매년 수천 건의 사건이 오가는 재판정에서 피고인의 말 한마디, 판사의 판결문 한 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놓는지를 숱하게 지켜보았다. 또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했고, 범행의 고의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 가운데, 최근 대법원에서 나온 한 판결을 통해 다시금 ‘정의’라는 단어의 무게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피고인은 일자리를 구하던 중 한 업체로부터 채권 회수 업무를 맡아보겠느냐는 연락을 받고, 일명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는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고 이를 송금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다시 유죄를 선고하며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범죄에 공동 가공하려는 의사가 결합해 현금을 수거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했으면 공범이 된다”고 판시했다. 범행 방식이나 전체 구조를 몰랐더라도, 자신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공범이 된다는 뜻이다. 피고인이 고용업체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높은 수당을 받았다
나는 30년 동안 형사재판정 한복판에 서 왔다. 무수히 많은 재판을 거치며, 때로는 판결이 상당히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피부로 느껴왔다. 형사재판정에서 판사는 혐의만을 본다. 그리고 대법원이 정한 범죄별 양형기준표에 따라 가중 또는 감경 사유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거기에 맞춰 형을 정한다. 그러나 판사도 인간이다. 피고인의 기구한 인생의 흐름, 고단한 삶의 궤적, 그리고 결국 그를 법정에 세운 배경이 변호사인 나까지 울릴 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면, 나는 확신한다. 판사 또한 그것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왜냐하면 재판은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형법 제53조, ‘정상참작감경’에 관한 규정이다. 형법 제53조는 단순히 형량을 깎아주는 법적 장치가 아니다. 이 조항은 재판이 단죄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며, 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유심칩 판매·관리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나를 찾아온 의뢰인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포항 사람으로,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아들을 위해 먼 길을 달려 내 사무실까
Q. 안녕하세요. <더 시사법률> 신문의 창간호부터 꾸준히 구독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더 시사법률>을 통해 많은 법률 지식과 세상의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늘 수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저의 사례를 상담을 받고 싶어 글을 보냅니다. 저는 2022년 8월경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준강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사건은 제가 캠핑장을 운영하던 중 여성 손님 한 분과 술자리를 함께한 뒤 기억을 잃은 상황에서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는 30대 초반의 미혼여성으로, 제가 운영하는 글램핑 캠핑장에 손님으로 여성 4분이 놀러 왔고, 그중 1명(피해자)이 저에게 계속해서 술자리 참석을 요구하셔서 끝까지 마다하지 못하고 2잔의 소주를 마셨습니다. 이후 기억을 잃고 다시 눈을 떠보니 피해자의 텐트 안이었고,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경찰과 해바라기 센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되었습니다. 1심에서 구형 3년이 나왔고 판결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에서 합의가 안 되어 공탁금 5천만 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검사부대항소가 떠서 2심에 구속되었습니다. 2심에서 추가로 공탁을 2천만 원을 하였는데,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