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오늘 다뤄볼 사건은 어떤 사건인가요?
백변: 안녕하세요. BK파트너스 백홍기 대표 변호사입니다. 이 사건은 2021년 부산 지하철에서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19세 여성 피해자 옆에 앉아 팔을 비볐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에요. 피해자가 자리를 옮기자 피고인도 따라 옮겨 앉았고요. 원심은 유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추행의 고의 인정과 장애인의 고의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PD: ‘추행의 고의’는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요?
백변: 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추행을 한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해요.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면 간접사실로 증명해야 하는데, 피고인의 나이, 지적 능력, 행위 경위, 평소 행동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죠. 특히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외관상 드러난 언행이 비장애인 관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해서는 안 되고, 전문가 진단을 토대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심리해야 합니다.
PD: 피고인이 장애를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원심은 유죄로 판단했다고요?
백변: 그게 문제였어요. 피고인은 10년간 같은 정신과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 소견서 등을 제출했어요. 하지만 원심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죠. 대법원은 이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봤어요.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거든요.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로 합리적인 의심이 생겼다면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겁니다.
PD: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을 존중해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백변: 물론입니다. 성 인지적 관점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은 중요합니다. 다만 피해자 진술만으로 항상 유죄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장애를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대법원은 피고인의 장애 특성까지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만으로 고의를 추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겁니다.
PD: 피해자를 따라 자리를 옮긴 점은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었나요?
백변: 원심은 이를 중요한 증거로 봤지만,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어요. 피고인은 처음에 두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가 중간 학생이 내리자 피해자 쪽으로 당겨 앉았고, 피해자가 옆으로 이동하자 다시 당겨 앉았어요. 이에 대해 피고인은 ‘어릴 때부터 빈자리를 채워 앉도록 교육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자폐성 장애는 정해진 절차를 엄격하게 고집하는 특성이 있거든요. 대법원은 검사가 이를 반박할 전문가 진단을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고 본 거죠.
PD: 이 판결의 의미를 정리해 주신다면요?
백변: 대법원은 장애인의 고의를 판단할 때 비장애인 관점에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전문가 진단을 통해 장애 정도, 지적·판단 능력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하고, 피고인이 장애 입증 증거를 제출하면 검사가 이를 반박할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무죄로 판단해야 하고요. 장애인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선례를 남긴 중요한 판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