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1년이란 시간이 흐르면 사회에 있는 모두에게 잊혀진다”라고 적은, 타 기관에 수용 중인 친구가 보낸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 그런 말에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잊혀진다는 것에 익숙해지기란 참 어렵다. 머리로는 생각한다. 이제 더이상 사회에서 올 소식은 기다리지 말자고. 하지만, 편지 받을 시간이 오거든 마음에선 기대한다. 혹시 하고 편지를 들고 오는 직원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내 이름을 부를 것에 대비한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석 달, 여섯 달… 찾아오는 소식의 점점 빈도가 잦아질 때마다 기다리는 내 마음에 실망도 잦다. 난 아직 구속될 때의 그날, 그 시간에 멈춰있지만 벌써 계절은 돌고 돌아 구속될 당시의 그리운 계절로 바뀌고 있다. 잊혀짐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있긴 할까. 아마 난 매일 기대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할 테지만 그런 기대감으로 또 하루를 기다리고 버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1년이 지났을 즈음에 모두에게 잊혀져도 난 매일 기다릴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그토록 기다리던 날이 찾아올 테지.
엄마~ 이곳에서 세 번째 겨울이 지났네. 벌써라고 해야할 지 아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한 번의 겨울만 더 헤어져 있으면 만나지 않을까 싶네. 내가 보내는 예쁜 편지지는 방에 같이 지내는 솜씨 좋은 언니 동생들이 다 만들어서 그려준 거다. 꽃 그림 이쁘제~ 아끼다가 어버이날 엄마 주려고 보냈당. 이쁜 우리 엄마 주름살 늘어나니까 이제 쓸데없는 걱정 고마해라. 돈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돈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엄마가 자꾸 얘기 안 해도 여기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나뿐인 내 새끼랑 떨어지면서 마음에 멍들게 하고 하나뿐인 엄마 가슴에 커다란 대못 박아 놓고 여기 와 있는데 기나긴 세월 흩어져버린 시간 딸한테도 엄마한테도 어떤 행동과 마음으로도 보상 할 수 없다는 거 나도 안다. 앞으로 약속한대로 엄마 말 잘 듣고 다 의논하고 살게. 엄마도 지금 이 힘든 시간들 자꾸 가슴앓이 하지 말고 더 행복해지려는 갖춤이라 생각해도. 여기에 있어보니까 살아가는 게 정말 별 거 없었는데 늦게 후회해봐야 소용도 없지만 무슨 벼슬 할 거라고 내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아등바등 욕심내면서 살았나싶다. 엄마랑 토끼 같은 내 새끼 건강하고 평범하게만 살아도 내 맘에 행복만
지금 인생의 고비에 서 있는 당신아 무언가를 쫓느라 고달픈 삶 속에 지친 당신아 막막한 현실에 잠 못 이루고 있는 당신아 이제 괜찮다. 이제 좀 멈추고 이제 좀 쉬자. 당신 참 애썼다. 지금의 멈춤은 더 나은 시작을 위한 행복의 씨앗일 뿐… 우리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당신은 아직 성장 중이며 우리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라난다…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내 몸이 기억하는 습관 같은 작은 몸짓이 언제나 외부에 벽을 치고 있음을 요즘 들어 부쩍이나 느껴집니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도 대놓고 싫어한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은연중 사람들을 가려본 것 같기도 한 것 같습니다. 내 사람이 아니면 등을 돌렸던 내 작은 몸짓이 다가설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말했던 어느 젊은 친구의 말이 떠올라 이젠 등 돌림을 멈추고 모두를 품어보려 합니다.
출정 준비 절차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밖으로 나가는 준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복잡하고 정교하게 맞물린 반복의 과정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구치소는 주로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사나 재판을 위해 시설 밖으로 이동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렇게 수용자를 외부로 이동시켜 검찰청이나 법원에 보내는 일련의 업무를 ‘출정’이라고 부릅니다. 아침이 되면 구치소 앞마당에는 출정을 기다리는 버스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 풍경이 마치 작은 도시의 버스터미널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이 버스들이 성문을 나서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정성과 절차가 필요합니다. 먼저 출정 근무자는 각 사동에서 당일 재판이나 조사가 예정된 인원을 불러 모읍니다. 이 과정을 ‘연출’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연출은 공연 기획이 아니라, 수용자를 사동에서 데리고 나오는 구체적인 절차를 의미합니다. 출정 인원이 많은 날에는 이 인원을 일일이 대조하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정해진 장소, 보통은 출정 대기실에 인원을 모두 모아 다시 한번 신원을 확인하고 나면 본격적인 보안 조치가 시작됩니다. 한 명씩 수갑
사동청소부는 교정시설 안에서 흔히 ‘소지’라고 불리는 수용자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보통 재판이 끝나고 징역형이 확정된 수형자 중에서 선발됩니다. 주로 생활 태도가 성실하고 문제가 없는 초범들이나, 수감 생활이 안정적인 인원들이 이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지의 역할은 단순히 시설 청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동 전체를 관리하며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분리수거를 소홀히 하는 수용자에게 주의를 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동료 수용자들의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조율사 역할까지 수행하기에, 그 활동 범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폭넓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업무는 바로 ‘배식’입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소지가 사동이 떠나가라 “배식!”을 외치며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각 거실에서는 배식구를 열고 식기를 내놓습니다. 소지는 배식 수레를 밀고 다니며 방마다 정해진 양의 음식을 나누어 줍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게 돌아갑니다. 선호하는 메뉴가 나오거나 유독 양이 많아 보이는 날에는 사동 전체의 분위기가 술렁입니다. 수용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애쓰고, 배식 양을 두고 날 선 말이 오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근무자는 배식이
별도 따주겠다는 약속을 한 나는 육지를 떠나는 당신의 고운 손에 미안함만 안겨보냈습니다. 당신 보러가는 길은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 창문에 빗금이 그어지네요. 미처 다 주지 못한 사랑 꽃다발에 실어 보내니 다시 만나는 날 활짝 웃으며 맞이해 주겠소
일출도 일몰도 볼 수 없는 억압이 함께한 홀로한 방 철창 밖 흰구름과 정을 나누고 번민 속 피어난 새벽 호수에 인내 실은 쪽배를 띄운다 고요의 침묵도 잠시 삶의 요란스런 잡음들이 분노의 갈등에 불을 지피고 동료의 평온한 삶을 시비하며 다툼의 아픈 상처를 남긴다 내 우매한 행실을 반성하며 동료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부끄럼 없는 생활을 다짐하며 참회의 눈물로 긴 하루를 작별한다.
안녕하세요. 5월에 가석방 받고 나온 출소자입니다. 방 사람들에게 나가면 <더 시사법률> 신문에 글 쓸 거라고 했는데, 신문사에 전화해서 부탁까지 했습니다. ○○○ 형님, ○○○아, 잘 있지? ^^ 저는 사기로 1년 6개월 받고 3개월 가석방 받았습니다. 안에서 래피 다들 걱정하시는데, 저도 낮아서 기대 안 했거든요. 과밀화 때문에 많이 완화한다고 하더라고요. 안에서 1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많은 걸 느끼고, 많이 배우고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 후회로 남지만, 그래도 큰 경험 했다고 생각되네요. 담배를 수십 년 피우다가, 다시는 안 피우겠다고 다짐했는데요. 첫날 담배 몇 개비 피웠다가 화장실에서 구토하느라 혼났습니다. 다들 출소 후 담배는 끊으시길 바랍니다. 첫날이 중요합니다. 기름진 거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방 사람들이 첫날은 무조건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집에 왔습니다. ㅎㅎ 첫날 와이프 차 타고 이동하는데, 안에서는 큰 버스만 타다가 차를 타니 땅을 기어가는 듯한 착각도 들고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짧은 형을 받고 금방 나왔지만, 앞으로 더 오래 남으실 분들도 언젠가 좋은 날이 꼭 올 거라고 믿습
너에게 아플 줄 알면서 하고픈 말이 있어. 너를 얻기 위해 수많은 형용사로 만들어도 부족했던 '사랑해'라는 말이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단어가 되어갈 때 나는 너를 너무 아프고 힘들게 하고 있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을 너에게 한다면 난 많이 후회하고 아플 거야. 너무 아파서 숨쉬는 것도 불편하고 사치스러울지도 몰라. 하지만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순수했던 사실이 될 수 있을 때 나는 너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어. 그래야 내가 널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더욱 너에게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어. 우리 여기에서 그만하자. - 영희 남편 마초가,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