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시사법률 이소망기자 | 홍콩 국적의 여성 메이플 씨가 하나님이라 믿었던 사람과 싸우기를 3년 째, 2025년 1월 드디어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가해자의 혐의는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가해자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과 15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가해자의 이름은 정명석, 정 씨는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의 교주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종교적으로 세뇌된 피해자들이 항거불능 상태에 놓였다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법원의 판단은 일관되었다. 종교적 세뇌도 항거불능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자신은 신이 아닌 사람이라 설교했고, 피해자들이 세뇌되거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자신을 신으로 칭한 적 없다는 정 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2023년 3월, 넷플릭스는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총 8편으로 구성된 다큐는 스스로를 메시아로 천명한 사이비 종교 교주들의 실체와 그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다뤘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그 중에서도 JMS와 총재 정명석을 핵심적으로 다루며 정 씨가 국내외에서 벌이고 있는 성범죄의 현장을 낱낱이 기록했다. 다큐를 통해 정 씨의 만행을 고발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의 용기 덕분이었다. 피해자 메이플 씨는 다큐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기 일 년 전인 2022년 3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성폭행 피해를 폭로했다. 자신의 신상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가짜 신의 더러운 민낯을 세상에 알렸다.
이에 검찰은 정 씨가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고 긴 법정 싸움이 시작되었다. 정 씨는 자신을 메시아로 칭하며 피해 여성들을 ‘신의 신부’로 선택해 성범죄를 저질렀고, 이러한 정 씨의 성범죄를 JMS에서 조직적으로 관리, 비호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더욱 충격을 안겼다.
정 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에 있는 수련원 등에서 홍콩, 호주국적의 여성과 한국인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추행하였고, JMS의 2인자는 정 씨가 ‘메시아’라며 여성들을 달아나지 못하게 세뇌해 성범죄에 동조했다.
또한 민원국장은 도주한 신도들을 공항까지 쫓아가 잡아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모두 준유사강간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정 씨를 비롯한 JMS 임원들이 징역형을 받기까지 JMS의 방해는 집요하고 끈질기게 이어졌다. 피해자 메이플 씨에 대한 인신공격과 2차 가해가 지속되었으며, 작년 11월에는 정 씨의 신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증거 인멸을 도운 현직 경찰관이 검찰에 넘겨지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이던 강 모씨는 정 씨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자 JMS 관계자와 증거 인멸을 논의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모씨 역시 JMS신도였다.
메이플 씨는 수없이 경찰에 출석하며 피해를 알렸지만 정 씨는 고소 5개월째가 돼서야 첫 조사를 받았고,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두 번이나 반려하는 등의 과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JMS 신도들의 끊임없는 협박과 수사 지연, 재판 지연을 견뎌내며 3년 만에 대법원 판결을 받은 메이플 씨는 대법원 선고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긴 싸움 끝에 드디어 답이 나왔고, 정의가 진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며 “모든 게 끝났으니 이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른 피해자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1심에서 징역 23년을 받은 정 씨가 2심에서 17년으로 감형된 데에 대해 유감을 표했으며,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도 참석해 “왜 외국인 여성이 이 일을 맡아 싸워야만 했을까 질문도 해보고 싶다”며 “우리 사회가 성적으로 피해당한 여성을 얼마나 낙인찍었으면 그랬을까 싶다. 모두 힘들게 싸워왔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씨는 또 다른 여신도 10명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추가 기소되어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