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둔기로 공격해온 상대방의 흉기를 빼앗아 휘두렀을대 정당방위가 성립될까?
법원은 이 경우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보다 침해가 종료된 이후에도 공격이 이어졌는지 여부를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선원 A씨(62)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전남의 한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에서 동료 선원 B씨(60대)를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둔기로 머리를 맞았고 이후 B씨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빼앗아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둔기로 피고인의 머리를 먼저 가격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흉기를 휘두른 것에 더해 지혈을 위해 자리를 피한 피해자를 공격하고 도망치는 피해자에 추가로 흉기를 휘두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정당방위가 아닌 살인미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먼저 공격당한 사정이 있더라도, 피해자를 추격하며 흉기를 휘두른 행위는 살인미수의 고의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의 선행 공격이 있었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의 책임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이 정당방위를 부정한 핵심 이유는 ‘선제 공격 여부’가 아니라 ‘침해 종료 이후의 행위’였다. 피해자가 물러나거나 도주하는 상황은 부당한 침해가 사실상 종료된 상태로 평가되며 그 이후의 공격은 방어가 아니라 보복 또는 적극적 가해로 성격이 바뀐다는 것이다.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를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행위로 규정한다. 단순히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는지 여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침해가 계속되고 있었는지(현재성), 방어 수단과 방법이 필요한 한도를 넘지 않았는지(상당성)가 함께 충족돼야 한다.
재판부는 특히 흉기를 빼앗은 시점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봤다. 상대방의 흉기를 확보한 경우 공격 능력이 현저히 약화돼 통상적으로는 침해가 종료된 상태로 평가된다. 이 시점 이후에도 공격이 이어질 경우 정당방위의 현재성과 상당성이 모두 부정된다는 판례 흐름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2018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선고된 사건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내려졌다.
당시 피고인은 술자리에서 피해자로부터 과도로 공격을 당한 뒤 이를 빼앗아 피해자의 목 부위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흉기를 빼앗은 이후에도 현장을 이탈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추가 공격을 한 점을 들어 정당방위를 부정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창원지방법원진주지원 2018고합102)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는 “정당방위 판단에서 법원은 단순히 ‘누가 먼저 때렸는가’를 보지 않는다”며 “상대의 공격이 끝났음에도 추격하거나 반복적으로 공격했는지, 그 시점 이후의 행위가 방어의 범위를 넘어섰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정당방위 성립 여부는 ‘위험이 종료된 이후에도 공격을 계속했는지’로 귀결된다”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