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으로 드러난 25년 전 안산 강도살인…1심서 무기징역

압수·보관 적법성 두고 법정 공방
재판부 “조작·오염 가능성 없다”

 

25년 전 경기도 안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고 집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0일 전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5)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01년 9월 8일 새벽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연립주택에 침입해 집주인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아내 C씨에게 중상을 입힌 뒤 현금 1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의 유죄를 입증한 결정적 물증은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검은색 절연 테이프’였다.

 

지문도 혈흔도 묻지 않았던 이 테이프는 사건 직후 경찰이 현장에서 수거해 지퍼백에 담아 보관해 왔지만,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범인 특정에는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증거물은 25년이 흐른 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C씨를 결박하는 데 사용된 검은색 테이프 등 증거물을 확보했으나 유전자 정보를 검출하지 못했다.

 

이후 2020년 국과수에 보관 중이던 증거물에 대해 재감정을 의뢰한 결과,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가진 A씨가 특정됐다. A씨는 다른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2017년부터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다.

 

검찰은 유전자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계좌 추적과 법의학 자문 등 보완 수사를 거쳐 2024년 12월 A씨를 기소했고,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A씨 측은 “경찰이 현장에 없던 테이프를 사후에 증거물로 끼워 넣었고, 장기간 보관 과정에서 오염되거나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증거능력을 전면 부인했다. 또 “사건 당시 안산에 간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지에도 “압수조서에는 피해자 아내분이 압수물을 임의로 제시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피해자는 사건 당일 8시간 동안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있어 경찰을 며칠 뒤에야 만났다고 한다”며 “피해자분도 압수물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작성된 압수조서를 보면 해당 테이프가 압수 목록에 기재돼 있고 현장 사진을 보면 경찰관이 테이프를 수거했다고 특정한 소파 위에 검은색 뭉치 형태의 테이프가 놓여 있는 것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테이프의 오염·훼손 가능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해당 테이프는 혈흔이나 지문이 없어 수사 초기에는 중요도가 낮은 증거로 분류됐고 경찰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증거물을 함께 지퍼백에 넣은 뒤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실에 두었다가 국과수로 송부했다”며 “이 같은 보관 경위는 국과수 연구원의 법정 증언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기간 수감 상태에 있었던 점을 들어 증거 조작 가능성을 배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01년 이후 상당 기간 복역해 외부 접촉이 차단된 상태였으므로 그 사이에 (증거물이 보관된) 안산단원경찰서에 방문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누군가 피고인과 테이프를 접촉시키거나 증거물을 교체했을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테이프와 국과수 감정에 사용된 테이프의 동일성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안산에 가본 적도 없다"는 이씨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전북 전주와 경기 일대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해 강간·강도·절도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다”며 “범행이 발생한 2001년에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서 인감증명을 발급받았고 범행 당일인 9월 8일에도 안산에서 차량 이전 등록 신고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C씨는 사건 직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해 일관되게 진술했고 법최면 검사와 사진 제시 과정에서도 피고인을 특정했다”며 “범행 당시 피고인이 안산 일대에 체류했던 정황과 범행 수법이 피고인의 과거 강도·절도·강간 범행과 매우 유사한 점을 종합하면 범행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물 강취를 목적으로 피해자를 수차례 찔러 살해하는 등 극히 잔혹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산상 이익을 노린 강도살인은 일반적인 살인보다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다수의 강력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누범 상태에서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현재까지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교화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크다”고 판시했다.

 

A씨는 재판부가 자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네”라고 짧게 답한 뒤 교도관을 따라 법정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