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스스로를 ‘악마’라고 불렀다. 악마의 이름은 조주빈. 조주빈은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 유포한 혐의로 2021년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그 외 범죄수익 은닉 및 강제추행 혐의가 포함되어 조주빈의 최종 형량은 42년 4개월이다.
‘수사로 헛고생하지 말고 가서 푹 쉬어라’ 조주빈 보다 더 한 성 착취 범죄조직의 총책 A 씨가 경찰에게 남긴 문자 내용이다. 일명 ‘목사’라고 불린 A 씨는 자신은 결코 잡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A 씨가 올해 첫 신상정보 공개 피의자가 될 예정이다.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총책 A 씨가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 씨의 이름과 머그샷을 30일간 공개할 수 있다.
A 씨가 검거된 건 지난 1월 1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서 ‘자경단’이라는 범죄 집단을 만들어 미성년자를 포함한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5년간 가학적인 성 착취를 한 총책 A 씨(33세, 남성) 등 1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조주빈의 ‘박사방’보다 범죄 수법은 훨씬 악랄했으며, 범행 기간, 피해자 수도 훨씬 많았다.

자경단의 총책인 A 씨는 일명 ‘목사’라고 불렸다. 그리고 집사, 전도사, 예비 전도사 그룹으로 분류된 일명 ‘자경단’ 일당들이 범죄에 가담했다. 피해자 10명을 포섭했을 경우 ‘집사’ 직책을 부여하고, 피해자를 모으고 총책의 지시에 충실이 이행하면 ‘전도사’가 되는 등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총책은 피해자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해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식의 피라미드식 포섭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은 딥페이크 영상물에 관심을 보인 남성이나 성적 호기심을 보인 여성 등을 표적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신상정보를 알아낸 뒤, 딥페이크 범죄 사실을 알리거나 사진을 유포한다고 협박했다. 피해자들은 총책 ‘목사’에게 1시간 단위로 일상을 보고해야 했으며, 지시를 어길 경우 나체 사진을 촬영하거나 자해를 하도록 강요당했다. 총책은 미성년 여성 피해자 10명에게 자유를 얻고 싶다면 성관계를 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명령을 잘 듣지 않는 조직원 간 유사 성행위를 지시하기까지 했다.
‘목사방’의 총책과 일당이 결정적으로 경찰에 검거될 수 있었던 것은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총책 A 씨는 본인들이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경찰을 조롱해오기도 했다. 텔레그램이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진 바, 본인 역시 텔레그램이라는 금단의 영역 안에서 보호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텔레그램의 태도가 달랐다. 사건의 규모와 피해 사실의 심각성 등을 파악한 텔레그램이 수사 협조에 응하기로 한 것이다. ‘목사방’의 피해자들 중 무려 159명이 미성년자였다. 이는 피해자의 70%에 해당된다.
텔레그램이 범죄 관련 자료를 보내온 건 2024년 9월 24일.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관련 자료를 최초로 회신 받은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만 약 200회를 집행했고, 2025년 1월 15일 드디어 총책 A 씨와 조직원 14명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배우 황정민 씨가 가짜 목사로 위장해 마약범죄를 저지르는 드라마 <수리남>에서 영감을 받아 스스로를 ‘목사’로 칭했다는 총책 A 씨. 그 역시 가짜 목사였지만 범죄에 대한 처벌은 앞으로 진짜가 될 예정이다.
앞선 조주빈의 경우, 재판부가 조 씨가 운영한 ‘박사방’에 범죄집단조직죄를 추가로 적용해 형량을 무겁게 적용한 바 있다. 유기징역의 최대 상한이 45년인 것을 감안하면 조주빈의 42년 4개월 형은 사실상 최대의 형이 선고되었던 셈이다. A 씨의 ‘목사방’의 피해 규모는 ‘박사방’의 3배에 달한다.
이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