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검사가 형이 가볍다며 항소할 경우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생긴다. 최근 가족 5명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50대 남성 사건이 검찰 항소로 2심 판단을 받게 되면서 형량 변경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존속살해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는 수원지방법원이 지난달 28일 선고한 무기징역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검찰은 사형 선고가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지만 내용과 방식이 극도로 잔혹하다”며 “일반적인 가족 간 살인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중대 범죄”라고 강조하면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의 중대성과 피해 규모를 인정하면서도 사형 선고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영구히 박탈하는 극단적인 형벌인 만큼 선고 여부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올해 4월 경기 용인의 자택에서 부모와 배우자, 두 딸 등 가족 5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약물을 음식물에 섞어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건이 항소심으로 넘어가면서 검사의 항소가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형사소송법 제368조에 따르면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돼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그러나 검사가 항소한 경우에는 항소심에서 형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사가 항소하면 피고인도 함께 항소해야 한다”는 조언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이를 법적 원칙이라기보다 경험적 조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통계 역시 검사의 항소가 반드시 형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202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피고인이 단독으로 항소한 사건은 4만 5524건이며 이 가운데 41%(1만 8673건)가 파기됐다. 검사가 단독으로 항소한 사건은 1만 4917건 가운데 3292건이 파기돼 파기율은 22%였다.
검사와 피고인이 모두 항소한 사건의 파기율은 48%로 가장 높았다. 다만 상당수는 검사의 항소로 형량이 증가한 경우가 아니라 합의나 공탁 등을 통해 형이 감경된 사례였다.
2015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항소심은 1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범위에 속하는 경우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항소심의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형량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2015도3260).
검사의 항소 여부는 내부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대검찰청 예규에 따르면 법원이 선고한 형이 검찰 구형과 크게 차이가 나거나 사실오해 또는 법리오해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항소가 제기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검사의 항소가 가장 많았던 법원은 수원지방법원(2268건)이었다. 대구고등법원은 156건으로 가장 적었다. 검사 단독 항소 사건의 파기율은 대전지방법원이 33%로 가장 높았고, 청주지방법원은 12%로 가장 낮았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검사의 항소가 곧바로 형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항소심에서도 1심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해 형이 유지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