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억 전세사기’ 40대, 항소심도 징역형…사회초년생 등 157명 피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건물 매입
法 “보증금 반환할 의사·능력 없어”

 

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과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는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구조를 낳아 전세사기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수백억원대 보증금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9일 부산지법 형사항소4-2부는 9일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4년 동안 자기 자본 없이 금융권 대출과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갭투자를 반복하며 사회초년생 등 157명에게서 약 193억원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 A씨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아파트를 대량 매입한 뒤 전세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존 채무 변제나 추가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방식은 담보대출과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주택 가격을 넘어서는 ‘깡통전세’ 구조로 이어지기 쉽다.

 

별도의 자기 자본이나 안정적인 수익이 없을 경우 임대차 기간이 끝나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전세사기 범행에 자주 이용되는 방식으로 지적된다.

 

A씨는 특히 피해자들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해주겠다”고 설명하며 전세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증보험 가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허위 계약서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시도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계약은 일시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됐지만 이후 취소 통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A씨 측은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와 진술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은 임대차 계약 당시 이미 다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새로운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보증금을 반환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구조에 의존하고 있었다”며 “임대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기간이 길고 피해자 수와 피해액이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 규모와 범행 구조의 계획성 등을 고려해 1심과 같은 중형을 유지했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전세사기 사건처럼 피해자가 다수이고 범행이 반복된 경우 여러 범죄가 경합범으로 인정돼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기 범행과 사문서위조 혐의 등이 함께 인정되면서 법률상 처단형 범위가 징역 15년까지 확대됐다.

 

법조계에서는 ‘무자본 갭투자’ 자체가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구조를 숨긴 채 전세계약을 체결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전세계약에서 보증금 반환 능력은 계약 체결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다. 임대인이 당시 채무 상태나 자금 구조상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숨긴 채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또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제출한 경우에는 형법 제231조의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가 추가로 문제될 수 있다.

 

한편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