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후 자수에도 형량 변수…법원 판단 기준은

자수 인정돼도 형 감경 의무 아냐…

 

범죄 발각이나 신고를 막기 위한 목적의 살인은 양형에서 죄질이 무겁게 평가되는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범행 직후 자수하거나 수사에 협조한 경우에는 감경 사유로 고려될 수 있어, 두 요소가 충돌하는 사건에서는 형량 판단이 주요 쟁점이 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상 자수는 범인이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알리고 처벌을 구하는 의사를 밝힌 경우 성립한다. 판례는 범행이 이미 드러난 이후라도 자발적으로 출석해 범행을 자백한 경우 자수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자수에 따른 감경은 법원의 재량에 따른 임의적 감경으로, 반드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또 살인범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여부 역시 재범 위험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법원은 부착 명령을 선고할 수 있으며, 기간은 최대 30년까지 정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법적 기준은 최근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도 적용되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 11일 대전 유성구 관평동 자택에서 4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직후 스스로 112에 신고해 자수했으며, 이후 자해로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사실을 문제 삼자 피고인이 신고될 가능성을 우려했고, 합의금 요구 등에 대한 부담까지 겹치면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범행 동기와 경위, 유족의 엄벌 요구 등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범행 직후 자수했고 수사 과정에서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요청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술에 취해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무기징역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 명령을 구형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범행 동기와 자수 여부가 양형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범죄 은폐나 신고 방지를 위한 목적이 인정될 경우 형이 가중될 수 있는 반면 자수와 수사 협조는 감경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경우 관계적 특성과 범행 동기가 함께 고려된다고 설명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연인을 상대로 한 살인은 신뢰 관계가 전제된 상태에서 발생한 범죄라는 점이 함께 평가된다”며 “범죄 은폐 목적이 있었다면 죄질이 더욱 무겁게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자수나 수사 협조 여부도 양형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만큼 법원은 범행 경위와 계획성,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