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지선 앞두고 ‘선거제 개혁’ 목소리↑…임미애 “지역정치 독점 깨야”

독재 시절 양당 고착 도운 소선거구 구조 여전
무투표 당선 483명…지방의회 대표성 붕괴해
민주당·혁신당·진보당,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정개특위 설치·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제안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정당들이 무투표 당선 증가와 특정 정당의 의석 독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지방의회 선거제도 개편에 나섰다. 지역 민심 왜곡을 줄이고 주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방자치와 행정 권력에 대한 정상적인 감시는 불가능하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방의회 선거 방식 전반을 손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초의회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전면 도입하고, 광역의회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지역구에서 사표로 처리되던 표를 줄이고 정당 지지의 실제 분포가 의석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현재 지방의회 선거제가 애초부터 대표성 확대보다 거대 정당 중심 정치에 더 유리한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현재의 지방정치에서 반복되는 2인 선거구 중심 구조는 선거 때마다 제1당과 제2당이 한 석씩 나눠 갖는 결과를 낳기 쉽다.

 

그 사이 제3정당이나 정치 신인은 유의미한 지지를 얻고도 당선권에 들지 못한다. 결국 유권자는 “어차피 안 된다”는 판단 아래 거대 정당에 표를 몰아주게 되고, 이는 다시 소수정당의 진입을 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야권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거대 양당 중심의 나눠먹기 구조가 지방자치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사례를 들며 “도봉구 내 2인 선거구 3곳 중 2곳이 무투표 당선되는 등 주민 선택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광희 의원 역시 “전국 180여 곳에서 발생한 무투표 당선은 영호남 중심의 양당 독식 구조가 지방자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무투표 당선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의 불비례성을 심화시켜 민심을 왜곡한다”며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선거제 개선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 또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다양한 민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지방의회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이정현 대구남구의원과 이상호 구미시의원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즉시 설치 △기초의회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광역의회 권역별 정당명부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구체적인 3대 요구안을 국회에 건의했다.

 

이러한 독식 구조의 뿌리는 한국 정치사의 오래된 제도 왜곡과도 연결된다.

 

대한민국에서 선거가 처음 시작된 1948년에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을 뽑는 소선거구제가 적용됐다. 양당 나눠먹기식 2인 선거구로 변경된 것은 5·16 군사반란 이후 박정희 정권 시기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1988년 선거에서 2인 선거구가 유지됐다.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소선거구제가 변형된 형태로 남으면서 지역주의와 양당 독식 구조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제 개혁 논의가 반복적으로 좌절돼 온 역사 역시 이번 문제의식을 키우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은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번번이 거대 정당의 이해관계 앞에서 후퇴했다.

 

대통령이 직접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언급한 적도 있었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사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확대안을 제안한 바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역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효과가 크게 훼손됐다. 제도는 바뀌는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양당 구조는 다시 살아남았다. 이 때문에 이번 지방의회 선거제 개혁 요구는 단순히 “중대선거구제를 하자”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선거구 형태만으로는 정치 구조 변화를 담보하기 어렵고, 결국 몇 명을 뽑느냐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인 선거구는 오히려 양당 구도를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의원안이 기초의회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와 광역의회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함께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한 선거구 확대가 아니라 실제 비례성과 대표성 회복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제도가 정책 의제의 다양성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거대 양당이 지방의회를 독점하면 양당 모두에게 부담 없는 사안은 빠르게 처리되지만 기후위기, 노동, 장애, 돌봄, 소수자 인권 같은 의제는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지역 현안을 다층적으로 다뤄야 할 공간이 아니라 양당 기득권이 재생산되는 공간으로 굳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성의 공백이다. 인구 편차 기준을 맞추는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은 여러 군 단위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고, 도시는 동 하나가 선거구가 되는 왜곡이 반복된다.

 

이 경우 농어촌 주민의 표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광범위한 지역 현안을 한 명의 의원이 감당해야 하는 비현실적 상황이 발생한다. 선거제 개혁이 단지 정당 간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주민 대표성 자체의 문제로 읽히는 이유다.

 

이날 임미애 의원실 관계자는 <더시사법률>에 “현재의 소선거구제나 2인 중심 선거구는 거대 양당이 의석을 대부분 차지하기 유리한 구조”라며 “소수정당 후보가 10~20%라는 의미 있는 지지를 얻더라도 당선권에 들지 못하면 그 표는 모두 휴짓조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 역시 ‘내가 찍어도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게 되고, 이는 소수 정당에 대한 지지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거대 양당 당선자가 전체의 93.6%를 차지했고, 지방의회 의원 전체 당선자 3859명 중 483명이 무투표 당선자였다”며 “단독 출마로 경쟁자 없이 자동 당선됐거나 양당이 한 명씩 공천하며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초의회 3~5인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공천 독점을 완화하고 지역 정치의 선순환 경쟁을 유도하는 핵심 기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개혁 논의의 핵심은 결국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대표성 강화에 있다”며 “공천권자 중심에서 주민 중심으로 권력을 이동시키고,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인재들이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6년 지방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무투표 당선 방지와 지역주의 타파를 향한 야권의 선거법 개정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에도 최소한의 선거구 획정에 그칠지, 아니면 독재 시기부터 누적돼 온 양당 중심 선거 구조를 실제로 흔드는 제도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국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