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조정서에 ‘혼인관계가 파탄됐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더라도 실제로 부부 관계가 유지됐다면 연금 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식적 표현보다 실제 혼인생활의 지속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전직 군인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낸 분할연금 비율 재산정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약 30년간 군 복무를 했으며 배우자 B씨와 이혼과 재혼을 반복했다. 두 번째 이혼 당시 조정조서에는 ‘군인연금은 군인연금법에 따라 분할 지급한다’는 내용과 함께 ‘2000년부터 혼인관계가 파탄 났음을 인정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후 국군재정관리단은 1·2차 혼인 기간을 합친 21년 3개월을 기준으로 연금을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A씨는 두 번째 혼인 기간은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아니었다며 해당 기간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두 번째 혼인 기간 동안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특히 조정조서에 ‘파탄’ 문구가 기재돼 있더라도 연금 분할 비율이나 혼인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이상 이를 근거로 혼인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약 5년간 동거한 점, 3년 이상 주민등록상 주소를 함께한 점, 손자녀 양육에 공동으로 참여한 점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실제로 법원은 연금분할과 관련해 ‘실질적 혼인관계’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탄’이나 ‘별거’와 같은 형식적 문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동거 여부 △경제적 부양 △자녀·손자녀 돌봄 △연락 및 왕래 등 교류 지속 △혼인관계 해소에 대한 명시적 합의 여부 등을 종합해 혼인관계의 실질을 가려 판단한다.
2025년 대구지방법원은 장기간 별거가 있었더라도 교류와 경제적 부양, 가족관계 유지 정황이 확인되면 혼인관계가 유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별거 기간을 혼인기간에 포함해 연금 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같은 해 서울행정법원은 별거 이후 주민등록 분리가 고착되고 부양이나 교류가 단절된 경우 해당 기간을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는 시기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간을 제외해 연금을 재산정해야 한다며 기존 분할연금 처분을 취소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연금분할은 부부 공동생활에 대한 기여를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로, 단순한 문구만으로 이를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혼 조정서에 ‘파탄’이나 ‘재산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있더라도 연금분할과 관련한 명확한 합의가 없다면 권리 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별거 기간 역시 교류나 부양이 유지됐는지에 따라 혼인기간 포함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며 “이혼 과정에서는 감정적 표현이나 포괄적 문구에 의존하기보다 연금 분할 여부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향후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