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직은 ‘기피 직업’, 수형자는 ‘악마화’… 홍보영상 배포한 교정본부

문제수가 수감되는 독거수 수형자만 편집 논란
교정직을 준비하는 수험생 "영상보고 책 접었다"
경찰은 국민 친화적 홍보… 교정본부는 혐오 조작
윤석열 전 대통령 ‘특혜 접견’ 논란… 사과부터

 


 교도관·수형자, 서로 맞고 때리고…교정현장


법무부 교정본부가 지난 28일, 독거방에 수용 중인 수형자가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언론에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영상은 ‘교정의 날’ 당일 보도되며 화제를 모았으나, 교도관의 노고를 알리려던 취지와 달리 교정직을 ‘기피 직업’으로 만들고 수형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영상 공개는 최근 교정시설 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교도관의 수형자 폭행 사건과 맞물리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수원구치소에서는 교도관이 수형자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정체불명의 몽둥이로 엉덩이를 8차례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정본부가 조사 중이다. 해당 사건은 형법상 독직폭행죄(직업상 재판·검찰·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사하는 사람이 폭행을 저지르는 죄)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29일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수용자가 교도관을 폭행한 사건은 2023년 190건에서 지난해 152건으로 감소했다. 이는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6만4천여 명 가운데 약 0.24% 수준이다.

 

반면 교도관의 수형자 폭행 사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전교도소 교도관의 수형자 폭행 사건에 이어 목포교도소에서는 CCTV 사각지대에서의 폭행과 1년 넘는 은폐 행위로 교도관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교정 현장에서는 “수형자가 한 대 때리면 교도관은 여덟 대를 때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도관 폭행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교도관 기피직업으로… 자충수 둔 교정본부


교정본부의 이번 영상 제공을 두고 '수형자를 악마화한 편집으로 교도관의 치적만 강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범방지라는 명분 아래 수형자의 폭력적 장면만 부각하는 것은 국민에게 ‘모든 수형자가 교도관을 폭행하는 악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교정·교화와 성공적인 재사회화를 외치는 교정본부 근본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한 전직 교도관은 “교정 현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영상이 문제가 있는 일부 독거수 수형자의 사례를 편집해 마치 모든 수형자가 그런 사람들인 것처럼 비춰졌다는 걸 알 것”이라며 “교도관과 수형자가 서로 존중하며 잘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영상은 현장의 긍정적인 면을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책상에 앚은 본부 직원들이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교도관과 수형자를 편 가르고 있다"며 "수형자들이 사회로 복귀해 재범없이 살아가야 하는데 이런 영상이 어떻게 교화의 도움이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일선 교정직원가족과 교정직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교정직 준비생 커뮤니티에는 “영상을 보고 책 접었다”, “생각해보니 교도관 직업은 아닌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3년차 교도관을 둔 한 부모는 “영상을 보고 아들이 힘들게 일한다는 생각보다 빨리 그만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수형자 가족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수용자 가족 입장에서는 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해당 영상이 공개된 뒤 관련 기사 댓글에는 교정직의 노고를 언급하는 내용은 한줄도 없고 수형자를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교도관의 헌신은 가려지고 ‘교도관은 기피해야 할 직업’이라는 인식만 남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특혜 접견’ 논란… 사과부터


전문가들은 교정본부가 홍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 윤수복 변호사는 “경찰의 날 홍보 영상도 범죄자 체포 장면을 내세우지 않는다. 국민 공감할 수 있는 친화적인 모습을 중심으로 제작한다”며 “교정본부의 영상은 공감보다는 혐오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을 지낸 정재민 변호사도 “법무부 고위직과 판사, 변호사로 근무하며 만난 수형자들 중에는 모두가 악질 수형자이진 않았다. 왜 굳이 그런 장면을 편집해 언론에 제공했는지 의문"이라며 ”출소 후 사회 복귀를 고려한다면 이런 영상 공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교도관의 노고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다른 방식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정본부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혜 접견’ 논란, 교정본부장의 ‘야반도주’ 논란 등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해당 영상을 언론에 직접 배포한 점도 비판을 키우고 있다. 교정의날을 기리기 위한 내부 홍보 기획이라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 부적절한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교정본부가 요청했더라도 법무부는 수용자 가족과 교정직원 가족을 위해 영상제공을 신중했어야 했다”며 “수용자를 악마화하는 편집은 교정행정의 근본 목적과 배치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