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전해질 때, 판결은 달라진다

감금 및 강간미수 혐의 받던 피고인
진심 어린 반성 보여주고 용서받아

 

 

형사재판을 하다 보면 때로는 사건의 결과보다 의뢰인의 ‘변화’를 증명해야 하는 사건이 있다. 이번 사건이 바로 그랬다. 필자를 찾아온 것은 의뢰인이 아니라, 의뢰인의 가족들이었다.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가족들은 필자를 찾아와 간절하게 말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꽤 오랜 시간 면담을 통해 확인한 사건의 실체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의뢰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감금하고 강간을 시도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였다.

 

기록을 살펴보니, 1심에서 의뢰인은 감금 혐의만 인정하고 강간미수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강한 처벌 의사를 근거로, 의뢰인의 태도를 ‘책임 회피’로 판단했다. 반성의 부재,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그의 대응이 판결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 결과는 징역 2년의 실형이었다.

 

항소심을 준비하며 필자는 이 사건의 초점을 ‘사건’이 아닌 ‘사람’에 두었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사실관계만이 아니다. 사건 이후의 태도, 반성, 그리고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은 매우 중요한 사건의 열쇠다. 법은 냉정하지만, 그 냉정함 속에서도 인간의 진심을 헤아린다.

 

이번 사건에서 필자가 세운 첫 원칙은 단 하나였다. “의뢰인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 사건의 핵심은 ‘입장의 변화’가 아니라 의뢰인의 ‘내면의 변화’였다. 의뢰인은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전면적으로 인정했다.

 

단순한 전략적 판단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남긴 상처의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필자는 의뢰인과 수차례 교정시설 접견을 진행하며 ‘반성의 구조화’를 도왔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로 인해 누군가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게 했다. 그 글들은 단순한 반성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객관화하고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기록이었다.

 

동시에 필자는 피해자 측 대리인과의 합의를 시작했다. 이 합의는 단순히 의뢰인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절차가 아니었다. 상처받은 피해자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일이었고, 의뢰인의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수차례의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결국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었다.

 

항소심 법정에서 필자는 의뢰인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소명했다. 의뢰인은 매일 반성문을 작성하며, 가족에게조차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법정에서 그의 진술은 짧았지만 진심이 담겨있었다. 재판부는 그 진술을 가볍게 듣지 않았다. 의뢰인의 태도 변화, 피해자의 용서, 그리고 사건 이후 보여준 진정한 반성의 노력을 인정했다.

 

그 결과,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되었다. 판결은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하지만 그 구조 안에서도 인간의 진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반성 없는 변명은 변호가 될 수 없고, 진심 없는 사과는 법정에서 울림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진심이 행동으로 증명되는 순간, 법은 그 냉정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