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장 보이스피싱에 악용됐다면 처벌될 가능성은?

 

Q. 취업 사이트에서 알바에 지원했더니 급여 입금용이라며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내달라고 해서 넘겼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경찰에서 연락이 왔고, 제 통장이 보이스피싱 대포통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정말 몰랐는데, 처벌받게 되나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긴 뒤 그것이 보이스피싱 대포통장으로 사용되었다는 연락을 받으셨다면, 상당히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나는 정말 몰랐는데 왜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는 억울한 심정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현행법의 구조와 수사·재판 실무의 태도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닙니다.


우선 가장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금융거래법입니다. 같은 법 제49조 제4항은 접근매체, 즉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조항이 “범죄에 사용될 줄 알면서”라는 요건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그 통장을 어디에 쓸지 몰랐더라도 양도 행위 그 자체만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수사기관에서는 사기 방조 혐의도 함께 검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와 제32조의 방조범 규정이 적용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최소한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 부분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달리 고의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변호의 방향을 잡을 때 중요한 갈림길이 됩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약칭 통신사기피해환급법)도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다는 점을 알면서 또는 알 수 있었음에도 통장을 제공한 자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 수사기관이 적용 법조를 여러 개 경합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정말 몰랐다”는 항변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법원은 그동안 여러 판례를 통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타인에게 통장과 카드를 넘겼다면, 그것이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습니다.

 

특히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빙자하여 통장을 요구하는 수법은 뉴스와 공익광고 등을 통해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전형적인 범죄 유형이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이 정도는 일반인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는 “미필적 고의”라고 하는데,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할 의사가 없었더라도 “혹시 범죄에 쓰일 수도 있겠다”는 정도의 인식이 있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반드시 유죄가 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귀하의 연령, 사회적 경험의 정도, 해당 취업 사이트의 외관적 신뢰도, 상대방이 통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 급여 입금 외에 다른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매우 정교하게 꾸며진 가짜 채용 사이트를 통해 접근한 경우이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상황이었다면, 고의 인정이 어렵다는 방향으로 다툴 여지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경찰 조사에 응하기 전에 반드시 형사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라는 점입니다. 수사 초기에 하는 진술은 이후 검찰 송치, 기소 여부 판단, 나아가 재판 단계까지 계속 따라다닙니다.

 

한 번 잘못된 방향으로 진술이 이루어지면 나중에 번복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실을 어떤 순서로, 어떤 표현을 사용해 진술할 것인지를 사전에 법률 조력을 받아 충분히 정리하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본인이 속아서 통장을 넘기게 된 경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지금 즉시 확보해 두셔야 합니다. 취업 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공고의 캡처 화면, 상대방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통화 녹음이 있다면 통화 내역, 이메일, 그리고 실제로 해당 사이트에 가입하고 지원한 이력 등을 빠짐없이 저장해 두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이트가 폐쇄되거나 메시지가 삭제될 수 있으므로, 지금 바로 조치를 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향후 “속아서 넘긴 것이지, 범죄에 이용될 줄 알면서 넘긴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또한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 피해 회복 노력입니다. 귀하의 통장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분이 계실 텐데, 그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피해금에 대한 공탁 여부가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직접 연락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역시 변호사를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진행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그리고 당장의 추가 피해 방지 조치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본인 정보를 등록하시고, 본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계좌에 대한 일괄 지급정지 신청을 하십시오.

 

이미 넘긴 통장 외에 다른 계좌가 추가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아울러 본인 명의로 모르는 사이에 개설된 계좌가 없는지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페이인포)’를 통해 확인해 보시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사안은 정황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고, 약식명령에 의한 벌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으며,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되면 정식 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에 이르느냐는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억울한 마음이 앞서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준비하시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를 찾아 상담을 받으시길 진심으로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