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사랑하는 딸이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살해되었다는 유족의 사연이었다. 유족은 잔인하고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23세의 A씨, 가해자는 A씨와 교제 중이던 28세의 남성 B씨였다.
A씨는 2014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소재의 K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해 학교 근처의 스피치 어학원에 등록해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 B씨도 해당 어학원에 다녔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을 K대학 동문이라 소개하고 친밀감을 보이며 A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았지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 후 4년이 흘러 A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기업에 취업했다. 2018년 7월 어느 날,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B씨였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회에서 인턴을 마친 뒤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짝사랑해 왔는데 준비가 되지 않아 말하지 못했고, 이제는 결혼 준비가 다 되어 연락을 했다”라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곧 연인이 되었다. B씨는 A씨와 교제한 지 한 달 정도가 된 무렵부터 결혼 얘기를 꺼냈다. 대기업에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A씨는 결혼을 망설였지만 B씨는 지역 유지인 아버지가 정년을 앞두고 있다며 결혼을 밀어붙였다. 결국 둘은 2019년 4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교제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2018년 10월 중순으로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
당시 A씨의 직장과 거주지는 서울이었고, B씨는 자신의 부모와 춘천에 살고 있었다. 둘은 신혼집 위치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A씨는 직장생활이 가능한 곳에 살기 원했지만 B씨는 A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춘천으로 와 식당 운영을 돕길 바랐다.
갈등을 빚던 두 사람은 A씨 부모의 조언에 따라 경기도 남양주시 인근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서울과 춘천을 오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B씨는 A씨 어머니에게 전화해 신혼집 문제에 대해 거칠게 따지고 들었다. A씨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예비 장모의 간섭 때문이라고 여겼다.
2018년 10월 24일, B씨는 A씨에게 춘천으로 와달라고 연락했다. A씨는 자격증 공부와 가족 일로 어렵다고 했으나 B씨는 집요하게 요구했다. 춘천역에서 만난 두 사람은 B씨의 차를 타고 B씨가 살던 옥탑방으로 향했다. 그날 오후 10시 반경, 춘천에 간다던 A씨가 카톡과 전화 모두 받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의 어머니는 B씨 부모의 식당에 전화해 딸의 행방을 물었다.
A씨를 찾아 나선 B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옥탑방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A씨의 시신을 마주한다. B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B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다음 날 새벽 지인이 있는 교회로 도피한 B씨를
긴급체포했다. B씨는 신혼집 장만과 혼수 문제로 다투다 A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자백했지만 우발적 사건으로 보기에는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해 유족이 크게 반발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자신의옥탑방에서 A씨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하고 흉기를 사용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K대 출신, 국회 인턴, 지역 유지인 집안 등의 이력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B씨가 실제로는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마땅한 직업 없이 부모가 운영하는 국밥집 일을 도우며 지내왔다는 사실에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재판부는 “자기중심적이고 결혼에 집착해 온 피고인은 헤어지자는 여성에게 협박 등 폭력적 성향을 반복적으로 드러냈고 유사한 상황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살인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 등 재범 위험이 매우 높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A씨의 유족들이 올린 청원은 참여 인원이 20만 명을 넘겼으나 B씨의 신상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