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매매로 개미투자자 22억 ‘약탈’ 혐의 핀플루언서, 보석 신청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돼
건강 악화 이유로 보석 신청
檢 “도주 우려돼” 기각 의견

 

특정 종목을 미리 매수한 뒤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도하고,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핀테크 인플루언서가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1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남성 이모 씨에 대한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방조 혐의로 함께 기소된 4명에 대한 공판도 병행해 열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주식 전문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며 뉴스와 공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끌어모은 뒤, 이를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삼아 선행매매를 반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최근 10년 이상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수법으로 이 씨가 2018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챙긴 부당이득이 약 2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스캘핑’으로 불리는 이 수법은 특정 종목을 사전에 매수한 뒤 이를 추천해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영향력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사실상 ‘물량받이’로 활용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함께 기소된 4명은 이 씨의 모친과 지인 등으로, 자신의 명의 계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보석 심문에서 이 씨 측은 건강 상태를 주요 사유로 석방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매수 추천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부당이득 산정 방식 등 법적 평가에 대해서는 다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항암 치료를 받고 있으나 구치소 수감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치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미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증거 인멸이나 은닉의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과 예상 형량,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보석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구속 이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다는 점도 보석 불허 사유로 들었다.

 

이 사건의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16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