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다녀온 사이 8억 증발…‘사실혼’ 아내가 챙긴 매매대금 되찾을 수 있을까

명의 이전 뒤 전액 처분…출소 후 마주한 빈집
사실혼 인정되면 매각대금 재산분할 대상 인정
“혼인 전 특유재산이면 남편 기여도 높게 평가”

 

사기 혐의로 3년간 복역한 A씨는 출소 직후 귀가했다가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가 이미 처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감 기간 동안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살던 사실혼 아내가 해당 아파트를 매각해 8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A씨는 아내와 사별한 뒤 고등학생 아들과 살다 지인의 소개로 현재의 배우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각자 자녀를 데리고 A씨 소유의 5억원 상당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했다.

 

재혼 2년가량이 지나 A씨는 사기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기간 동안 배우자와 자녀들은 면회와 편지를 이어갔고, A씨는 출소 후 재기를 다짐하며 복역 생활을 견뎠다.

 

그러나 출소 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확인 결과 A씨는 관리 문제를 이유로 아파트 등기를 아내 명의로 이전했고, 아내는 시세가 오른 시점에 이를 처분해 8억원을 확보했다. 해당 자금으로 다른 아파트를 마련해 거주 중이지만 현재 그 주택은 제3자 명의로 이전된 상태다.

 

A씨는 “이제 와서는 혼인이 아니라 잠시 동거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파트가 증여로 처리돼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재산을 처분하고 사실혼 관계 자체를 부정한 점이 관계 파탄의 직접 원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A씨는 사실혼 해소를 이유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으며, 배우자가 보유한 매각대금 8억원 역시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판례도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2021년 인천가정법원은 약 19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부부 사건에서 상대방 명의로 취득한 임야에 대해 취득·관리 과정의 구체적 기여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청구인의 기여도를 10%로 제한했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 역시 사실혼 해소 뒤 상대방의 특유재산인 주택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한 사안에서 매매대금 일부를 부담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실질적인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에서도 혼인 중 형성되거나 유지·증식된 재산은 법률혼과 동일하게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며 “등기 명의가 이전됐더라도 해당 부동산이 남편의 혼인 전 특유재산이고, 관리·처분 과정에서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매각했다면 8억원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 형성 전 과정을 남편이 부담한 사안인 만큼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산분할을 피하려고 제3자 명의로 이전한 경우에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으로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